 의사·의대생 전용 익명 커뮤니티에 올라온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 관련 게시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지난 1일 의사나 의대생만 가입할 수 있는 한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에 참사 유족인 의대생을 조롱하는 글이 게재됐다는 내부 폭로가 나왔다.
해당 글은 제주항공 참사에서 어머니를 잃은 20대 아들 A씨의 인터뷰 기사를 언급하고 있다. 수도권 의과대학 4학년생으로 오는 9일 의사 국가시험을 앞두고 있는 A씨가 “참사로 돌아가신 어머니가 시험을 제대로 치르지 못해 1년 더 공부하는 것을 원치 않으실 것이다”며 “슬픔을 감내하며 가족 재난 텐트 안에서 시험공부를 하고 있다. 어머니께서 참사 전날까지도 응원하는 문자를 보냈었고 평소에도 의사고시를 앞두고 많은 격려를 해줬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해당 기사를 캡처해 올린 커뮤니티의 글에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인 A씨를 위로하는 글이 아닌 조롱하는 내용의 댓글이 다수 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댓글에는 다수의 의사와 의대생들이 ‘자식이 죄인인데 벌은 부모가 받았네’, ‘감귤 평균’, ‘감귤 낳은게 이미 죄인 아니냐’ 등의 댓글이 달렸다. ‘감귤’은 커뮤니티 안에서 휴학하지 않은 의대생을 뜻하는 단어로 의대 증원에 대다수 의대생이 학교를 떠나고 국가고시를 응시하지 않는 가운데 A씨가 의사 국가시험에 응시할 것을 밝히자 ‘배신자’라고 낙인찍고 비난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해당 커뮤니티는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하지 않고 의료현장을 지킨 의사를 비난하기 위해 만든 ‘의사 블랙리스트’가 유포된 곳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도 참사 희생자와 유족들을 향한 모욕성 게시글로 2차 피해가 이어지고 있어 경찰이 추적 중이다.
경찰이 추적 중인 한 글쓴이는 참사 당일 한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에 ‘무안공항 유가족들만 횡재다’, ‘보상금 받을 생각에 속으로 싱글벙글일 듯’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경찰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유가족에 대한 유언비어·악의적 비방 등 수사 중인 4건에 대해 압수영장을 신청했으며 자체 모니터링으로 게시물 125개를 삭제 조치했다.
전남경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희생자 및 유족을 조롱하거나 비하하는 게시글에 대해 관용없이 엄정 처리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민현기 기자 hyunki.min@jn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