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날인 지난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의총장에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
윤석열 정부 첫 법무부 장관이었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움직임부터 관심이다. 한 대표는 그간 유력 대선 후보로 거론돼 왔다. 그는 지난해 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정계에 입문한 이후, 줄곧 윤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그는 윤 대통령의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민과 함께 위법·위헌적 비상계엄을 막아내겠다”고도 했다.
다만 한 대표는 이번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때까지 여러 번 입장을 번복했다. 당초 윤 대통령의 ‘즉각 직무 정지’를 공언했지만, 이후 탄핵 반대 당론에 따라 ‘질서 있는 조기 퇴진’ 로드맵을 내놨다. 지난 12일 윤 대통령의 담화를 두고서는 “사실상 내란을 자백했다”며 탄핵 찬성으로 입장을 급선회했다.
친윤(친윤석열)계 일각에서는 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탄핵안 통과에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친한(친한동훈)계는 “당 대표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했다”며 선을 그었지만, 조기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계파 간 치열한 주도권 싸움이 예상된다.
한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한 채 대선 준비를 할지, 대표직을 내려놓은 뒤 대선 준비에 집중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또 다른 여권 잠룡인 오세훈 서울시장의 행보도 주목된다. 오 시장은 당초 “더 이상의 헌정 중단 사태는 막아야 한다”며 탄핵에 반대했지만, 2차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입장을 선회했다. 여야에 ‘책임총리제 전환’과 ‘비상 관리 내각 구성’을 제안하기도 했다. 오 시장은 앞으로 조기 대선에 대비해 더 적극적인 행보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탄핵 정국에서 한 대표에 대한 비판 수위를 끌어올리며 지도부 사퇴를 요구했다. 그는 탄핵에 찬성하는 여당 의원들을 향해 “범죄자 이재명에 가담하는 레밍(난파선을 버리고 뛰어내리는 쥐)”이라며 “당을 떠나라”고 공격했다. 홍 대표도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도 탄핵 국면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이밖에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의원 등도 대선 레이스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 야권에 속해 있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도 조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 11월 21일 경기도 수원시 못골시장을 방문해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 |
이 대표 대안으로 유력한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등 소위 신3김 인사들은 비상계엄 사태를 전후로 존재감 부각에 나서며 본격적인 대권 레이스를 준비 중이다.
김동연 지사는 최근 들어 이 대표 대표법안인 ‘전국민 25만원 지원법’, ‘이재명 맞춤형’이란 지적이 나온 당헌·당규 개정 등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히며 이 대표와 차별성을 갖추기 위한 움직임에 앞장섰다. 김부겸 전 총리도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추진에 반대 의사를 밝히는 등 당내 현안에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
독일 유학 중 계엄 사태가 터져 급거 귀국한 김경수 전 지사도 탄핵 표결을 앞두고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하는 등 몸풀기에 나섰다. 김 전 지사는 지난 5일 귀국 일성으로 윤 대통령 탄핵을 말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중도층 확장을 강점으로 내건 비명계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고리로 삼아 대선 준비 과정에서 운신의 폭을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한 비명계 인사는 “이 대표와 윤 대통령은 묘하게 서로 영양분을 주는 적대적 공생관계였다”라며 “이제 윤 대통령이라는 위험한 강을 건너고 나면 어떤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할지에 대해서도 다들 냉정해지고 당내 경쟁이 치열해지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김선욱 기자 seonwook.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