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안 가결에 광주 시민들 일제히 환호···"민주주의가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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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탄핵안 가결에 광주 시민들 일제히 환호···"민주주의가 승리"
"우리가 승리했다" 표결 발표되자
축제의 장으로 변한 금남로 일대
대학생`시민단체 5·18 평화행진 재현
“윤 대통령 파면까지 활동 이어갈 것”
  • 입력 : 2024. 12.15(일) 18:48
  • 정상아·윤준명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둔 14일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체포, 구속촉구 광주시민 6차 총궐기대회에서 시민들이 ‘탄핵소추안 가결’을 촉구하고 있다. 나건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선포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재표결이 이뤄진 지난 14일 오후 5시께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에는 긴장감 속에 탄핵소추안 표결 결과를 기다리던 광주 시민들의 환호성이 일제히 터져 나왔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총궐기대회가 열린 금남로에는 탄핵소추안 표결 시각 1시간여 전부터 3만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집회 참가자들은 탄핵소추안 표결 결과를 기다리며 “윤석열 탄핵하라”, “체포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열기를 더했다.

표결 발표 시간이 다가오자 시민들은 초조한 듯 아무 말 없이 뉴스가 나오는 대형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후 5시께 우원식 국회의장이 “가결을 선포한다”는 말이 뉴스를 통해 흘러나오자 금남로 일대는 순식간에 축제의 장이 됐다.

시민들은 환호성을 내지르고 지인들과 가족들을 끌어안으며 기쁨을 만끽했고, 일부 시민들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집회에 참석한 배대진(43)씨는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도 했지만, 다행이고 기쁘다. 다만 국민들의 염원에 비해 국민의힘 이탈표가 적어 아쉽고 화가 나는 마음도 있다”며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될 때까지 끝까지 지켜보고, 국민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기를 바라고 있겠다”고 말했다.

탄핵안이 가결되는 순간 감격의 눈물을 흘린 최욱진(69)씨는 “전광판으로 국회의 모습을 지켜보며 마음을 많이 졸였는데, 가결 소식이 들려오자 너무 감격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며 “앞으로 정치계를 비롯한 각계에서 사실과 국민의 염원에 근거해 올바른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 오늘은 민주주의가 승리한 날”이라고 강조했다.

전일빌딩 카페에서 휴대전화로 뉴스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탄핵 가결 상황을 간직하기 위해 연신 캡처 버튼을 눌렀다. “우리가 이겼다”라고 외치며 흥겹게 춤을 추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만세를 외치며 연신 환호를 내뱉던 한 시민은 “남편과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왔다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카페로 들어와서 휴대폰으로 국회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가결 소식을 듣고 너무 안도감도 들고 민주주의를 지켜낸 것 같아 기쁘다”고 활짝 웃어보였다.

전남대학교 총학생회와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 및 시민 등 1000여명은 지난 14일 오후 3시께 수창초등학교 앞부터 동구 금남공원까지 가두행진을 펼쳤다. 윤준명 기자
표결에 앞서 광주 금남로 일대에서는 5·18민주화운동 당시 펼쳐진 평화행진이 재현됐다.

전남대학교 총학생회와 광주 지역 시민사회단체 및 시민 등 1000여명은 14일 오후 3시께 수창초등학교 앞에서 결집해 동구 금남공원까지 가두행진을 펼쳤다.

행진 시작 30여분 전부터 수창초등학교 앞 도로는 참가자들로 북적였다. 이들은 민중가요 ‘임을위한행진곡’을 제창하며 총궐기대회가 열리는 금남로4가까지 힘찬 걸음을 내디뎠다.

전남대학교 총학생회와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 및 시민 등 1000여명은 지난 14일 오후 3시께 수창초등학교 앞부터 동구 금남공원까지 가두행진을 펼쳤다. 윤준명 기자
전남대학교 학생들을 선두로 한 행렬 뒤로는 민주노총 광주본부 조합원 등 시민사회단체 관계자와 시민들이 뒤따랐다. 길게 이어진 대열에는 택배 노동자들의 운수 차량도 함께하며 힘을 보탰다.

차량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민중가요는 행진의 분위기를 더욱 뜨겁게 고조시켰다. 시민들의 손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여당 국민의힘 의원들의 탄핵소추안 표결 참여를 촉구하는 내용의 피켓과 현수막, 깃발 등이 들렸다. 찬 바람이 부는 한파 속에서 주최 측은 준비해 온 핫팩과 간식을 나눠주며 힘을 북돋웠다.

조선대학교 재학생들이 지난 14일 오후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외치고 있다. 조선대학교 제공
조선대학교 재학생 역시 같은 날 오후 2시 조선대 1·8극장에서 열린 학생총회에서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윤 대통령 탄핵 촉구와 학생사회 후속 행동에 대한 논의를 마친 후 조선대에서 금남로까지 평화행진을 진행 후 총궐기대회에 합류했다.

1980년 5월 당시 광주 시민들은 금남로 일대에서 횃불을 들고 평화행진을 펼치면서 “전두환은 물러가라”, “비상계엄 해제하라”고 구호를 외치며 민주화운동을 전개한 바 있다.

가두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은 민주주의와 사회정의 회복을 외치며, 12·3계엄사태를 저지른 윤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을 요구했다.

이홍규 전남대학교 총학생회장은 “선배님들이 5·18민주화운동 당시 걸었던 길을 따르고자 오늘 금남로에 나왔다”며 “총궐기대회가 시민들의 많은 관심 속에서 진행되고, 대통령 탄핵안 표결이 가결돼 12·3비상계엄에 대한 응분의 대가가 치러지기를 바란다. 선배들의 정신을 계승해, 우리도 정권의 불의를 바로잡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의지를 다졌다.

안형준 조선대 총학생회장은 “비상계엄 선포는 헌법적 질서를 부정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억압하는 반민주적 폭거다”라며 “우리 조선인은 국민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투쟁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종욱 민주노총 광주본부장은 “45년만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라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높아지고 있다”며 “5·18민주화운동 당시 무등경기장에서 차량 시위를 펼쳤던 운수 노동자들의 모습을 본받고자 생업을 멈추고 금남로로 모였다. 오늘 국민들의 염원이 모여 반드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될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집회를 추진해 온 광주비상행동은 탄핵안 가결 이후에도 윤 대통령 파면까지 계속해서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기우식 광주비상행동 대변인은 “탄핵안 가결 이후에도 헌법재판소 판결 등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광주비상행동은 16일 기자회견을 통해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밝힐 예정”이라며 “내란 동조 세력의 처벌과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체계를 마련하는 날까지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일단은 매주 토요일 광장에서 집회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상아·윤준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