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확정받아 24년째 복역 중인 무기수 김신혜(47)씨의 재심 결과가 사건 발생 28년, 재심 개시 결정 9년 만인 18일 나온다.

광주지법 해남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박현수 지원장)는 오는 18일 오전 존속살해·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돼 무기징역이 확정된 김씨에 대한 재심 선고 재판을 연다.

김씨는 2000년 3월 완도에서 수면제를 타 술을 마시게 해 아버지를 살해한 뒤 버스정류장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2001년 3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당시 해당 사건은 현장에서 차량의 부서진 전조등 조각이 발견되는 등 뺑소니 의심 사고로 시작됐지만, 검시 과정에서 교통사고에서 나타나는 외상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에서는 사체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303%와 함께 수면유도제 성분인 ‘독실아민’ 성분이 검출됐다.

이를 두고 경찰은 이복여동생과 자신에 대한 아버지의 성추행에 앙심을 품은 김씨가 보험금을 노린 범죄로 특정했다. 특히 김씨의 고모부가 ‘이복여동생을 성추한 데 앙심을 품고 아버지를 살해했다고 자신에게 말했다’고 한 진술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경찰은 보험설계사로 일했던 김씨가 아버지 명의로 상해·생명보험 7개에 가입한 사실을 확인하고 범행동기도 충분하다고 봤다.

하지만 수사기관에 범행 사실을 자백했던 김씨는 재판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했다. 동생 대신 교도소에 가기 위해 거짓 자백을 했다며 무죄를 호소한 것이다. 또 아버지 명의로 가입된 보험 중 상당수가 이미 해약됐고 나머지 보험들도 가입한 지 2년이 지나지 않아 보험금을 받을 수 없는 점 등을 들며 짜맞추기식 수사라고 주장했다.

김씨의 항변에도 법원은 혐의를 인정, 무기징역형을 확정했다.

교도소에 입감돼 24년째 옥살이를 하고 있는 김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재심 재판을 신청했고 뒤늦게 경찰의 위법 수사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조서에는 문제가 없는 것처럼 허위로 꾸몄고 김씨가 현장검증을 거부했음에도 영장 없이 범행을 재연토록 했으며 수사 과정에서 김씨의 머리와 뺨을 때리며 서류에 지장을 찍을 것을 강요하고 날인을 거부하자 억지로 지장을 찍었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법원은 ‘경찰의 강압 수사, 영장 없는 압수수색, 절차적 불법 행위’ 등을 이유로 지난 2015년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김 씨에 대한 변호는 재심 전문 변호사인 박준영 변호사가 맡았다.

박준영 변호사는 “재심 과정에서 유의미한 증거들이 수집·제출됐다”며 “딸의 무죄는 아버지의 명예회복과도 직결되며 한 여성의 진실과 정의가 법정에서 반드시 확인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씨에 대한 재판은 오는 18일 오전 10시에 해남지원에서 열리며 원활한 재판을 위해 방청권 소지자만 법정 출입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