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렁이는 물결 속 왜곡된 이미지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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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일렁이는 물결 속 왜곡된 이미지에 대한 단상
기슬기 작가 ‘다이얼로그:경계인간’
포도나무 아트스페이스 전속으로
내달 6일까지 서울 북촌 휘겸재서
차세대 유망작가 7명 중 한명 소개
  • 입력 : 2024. 08.20(화) 16:09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기슬기 작 ‘프라이멀 셀피 01’. 포도나무 아트스페이스 제공
일렁이는 물결 속 ‘나의 모습’이 반추된다. 물결의 형태에 따라 반영된 이미지는 저마다 제각각이다. 나의 존재, 위치, 앵글 모두 동일하지만, 흔들리는 물 표면에 비친 ‘나의 모습’은 사진마다 다르다. 기슬기 작가가 물 표면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1인칭 시점으로 촬영한 작품 ‘프라이멀 셀피(primal selfie)’을 통해 말하고자 한 것은 왜곡에 대한 단상이다.

광주 남구 양림동에 있는 포도나무 아트스페이스는 갤러리 소속 기슬기 작가와 함께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시리즈 전시 ‘다이얼로그: 경계인간’에 참여한다. 전시는 오는 9월 6일까지 서울 북촌 휘겸재에서 열린다. 기슬기 작가는 한국 차세대 유망작가 7인 중 한 명으로 소개되며 람한, 신교명, 오제성, 윤향로, 이병호, 한석현 작가의 전시가 함께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전국 화랑들의 전속작가를 발굴, 육성하기 위한 ‘전속작가제’ 지원사업 일환으로 마련됐다. 사업 연장선에서 매년 우수 전속작가 기획전시를 열고 있으며 올해 5회차를 맞이해 포도나무 아트스페이스의 기슬기 작가를 포함, 전국에서 총 7개 갤러리와 그들의 전속작가를 선정했다. 포도나무 아트스페이스는 함께 선정된 갤러리 잔느(청주)와 함께 지역 소규모 갤러리로 눈길을 끈다.

전시 ‘다이얼로그: 경계인간’은 경계의 다층성과 그 안에서 형성되는 관계의 복잡성을 탐구한다. 전시에 참여하는 7인의 작가들은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형태의 관계를 시각화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융합을 드러낸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자아와 타자의 관계를 재고하게 하고, 미래를 향한 새로운 서사를 상상하게 한다. 전시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경계와 관계의 재구성을 통해 관객들에게 경계의 확장성과 다층적 의미를 성찰하도록 한다.

포도나무 아트스페이스 소속으로 전시에 참여하는 기슬기 작가는 사진을 주된 매체로 사용하면서, 사진의 재현성과 그 한계에 관한 탐구를 책, 비디오, 사진 설치 형태로 확장한다. 광주에서 포도나무 아트스페이스의 2023년 전시 ‘하늘 아래 두 개의 망막과 하나의 렌즈’와 2024년 전시 ‘우리: 『소년이 온다』를 읽다’를 통해 소개된 바 있다.

기슬기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물 표면에 비친 자신의 얼굴과 하늘 배경을 1인칭 시점으로 촬영한 ‘프라이멀 셀피(primal selfie)’ 시리즈를 선보인다. 동일한 대상과 위치, 앵글에서 촬영된 사진들은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에서 촬영됐으며, 날씨 변화로 인해 물 표면에 비친 하늘과 풍경이 달라진다. 또한, 물결의 형태에 따라 반영된 이미지가 왜곡되며 카메라는 이러한 순간적인 이미지를 포착해 객체화한다.

기슬기 작 ‘프라이멀 셀피 02’. 포도나무 아트스페이스 제공
작품의 한 화면 속에는 ‘반영’, ‘실재’, ‘투영’의 세 층위가 중첩되어 나타난다. 먼저 물 표면에 비친 내 모습과 그 배경이 되는 하늘과 주변 풍경이 반영되고, 그다음으로는 물 표면에 미묘하게 떠 있는 나뭇가지와 먼지 같은 부유물과 그림자들이 실재한다. 마지막으로는 물속을 통해 보이는 흙과 모래, 풀 같은 침전물과 물의 흐름, 그리고 굴절된 빛이 투영된다. 이렇듯 카메라는 물을 사진의 피사체로 삼아, 물의 표면과 그 표면에 반영되는 이미지, 그리고 투명한 물성으로 인해 그 속까지 훤히 드러나는 물의 실체성에 초점을 맞춘다.

사실 카메라가 포착한 사실적인 이 이미지는 존재할 수 없는 화면이다. 이는 반사체를 정면에서 촬영하면서도 카메라가 보이지 않는 불가능한 사진이기 때문이다. 관람객들이 실제 조우하게 되는 것은 바로 저 건너편 깊은 곳에서 자신을 향해 주시하는 아티스트의 일렁이는 모습과 또 다른 세계다.

정현주 포도나무 아트스페이스 관장은 “갤러리 소속 기슬기 작가가 예술경영지원센터 등이 선정하는 갤러리 우수 전속작가 7인에 선정돼 전시 ‘다이얼로그: 경계인간’에 참여한다”며 “전시 기간 키아프와 프리즈 두 아트페어가 진행되며 기슬기 작가와 함께 포도나무 아트스페이스가 작가소속화랑으로 소개될 예정이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한다”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