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동전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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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서석대>동전 인생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 입력 : 2025. 03.24(월) 17:53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국장
동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게 무엇일까. 동전 던지기 게임이 생각난다. TV 중계 등을 통해 종종 봐왔던 모습 때문이다. 주로 축구 경기에서다. 경기 시작 전, 주심이 양 팀 주장을 불러 동전의 앞뒷면을 고르게 한다. 맞춘 팀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 동전은 딱 두 개의 면만 있다. 앞뒷면이 나올 수학적 확률은 각각 50%다. 누구나 공정한 게임으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온전한 운에 맡기고 싶을 때, 동전을 던진다. ‘동전의 양면’이란 말도 자주 쓴다. 어떤 상황이나 사물에 존재하는 서로 반대되는 성질을 말한다. 닮은듯 하면서도 닮지 않았다고 할까. 한 몸이지만 영원히 서로를 바라볼 수 없는 ‘엇갈린 운명’이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이치가 아닐까. 동전의 앞뒤처럼 양면성을 지닌게 우리네 삶 같다.

이 동전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 미국의 페니(1센트) 이야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1센트 동전 생산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다. 미 연방조폐국에 따르면, 1센트는 97.5%의 아연과 2.5%의 구리로 제작된다. 1센트 1개당 제작 비용은 3.7센트. 액면가(1센트)의 3배가 넘는다. 1센트 동전 하나를 생산하는 데 약 4센트가 들어간다는 얘기다. 그 때문에 매년 6600여억 원의 손실이 생기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동전도 페니와 비슷한 신세다. 10원짜리 동전은 구리 48%, 알루미늄 52%으로 이뤄져 있다. 동전 10원 제조 비용은 30~50원으로 알려져 있다. 1원과 5원은 지난 2005년에 유통 목적의 발행이 중단됐다. 50원과 100원, 500원 발행량도 줄고있다. 그래서 처음 발행된 연도나 수량이 적게 발행된 해의 미사용 동전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1970년과 1981년 100원, 국제통화기금시절인 1998년 소량 발행된 500원 등이다. 1970년대 초 일부만 생산된 10원 주화는 최고 75만원에 거래됐다고 한다.

물가가 오르고 화폐단위가 커지면서 동전은 천덕꾸러기 신세다. 잔돈, 푼돈을 넘어 ‘가진 것 없음’을 얘기할 때, 우리는 동전을 꺼낸다. 대중가요 ‘기타 하나 동전 한 닢’의 가사, “에헤헤 에헤헤 우리가 가진 것은 없어라. 기타 하나 동전 한 닢뿐”. 동전 한 닢은 무소유의 삶과 닮았다. 나를 내려 놓는 자유로운 삶 같다. 어찌보면, 화폐기능 보다 더 큰 인생의 가치가 동전 한 닢에 녹아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