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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샨시성(陝西省)의 중심이고, 중국 지형의 중심에 있는 시안(西安)은 역사의 고도다. 특히 당나라 때는 ‘장안(長安)’이라 부르면서 ‘실크로드’라는 무역로 활성으로 세계의 중심이라 했다. 그 시안의 중심에 ‘종루(钟楼)’가 있어 요즘 밤마다 난리가 나고 있다. 당나라 시대의 귀족들 의상을 차려입은 수많은 사람이 밤이면 밤마다 이곳으로 몰려든다. 조명을 받아 화려하게 빛나는 종루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기 위함이다. 처음에는 오늘 무슨 행사가 있는 특별한 날인가 했지만 ...
2025.02.06 17:15새해를 맞이하면서 지리산 자락을 끼고 도는 섬진강을 보기 위해 왕실봉에 올랐다. 해발 1200m의 제법 높은 곳이다. 겹겹이 보이는 산세가 험하지 않으면서도 유장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이고, 또 학창 시절 시인이시던 선생님께서 ‘며느리 허리띠 같은 강’이라 표현하셨던 곳이 바로 이 섬진강이다. 날씨 관계로 장엄하게 떠오르는 태양을 대하지는 못했지만 구름 사이로 퍼져 나오는 햇살이 가느다란 물줄기를 빛나게 하는 광경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서 있는 채로 멍을 때려...
2025.01.23 17:52이 나라는 정녕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인물 하나를 뽑자고 했더니 이무기를 뽑아놓으니 나라도 아닌 나라가 되었다. 술 취한 정신으로 이 나라를 주무르려다가 안 되니 내란을 일으킨 것을 온 국민이 생방송으로 지켜보았는데도 적법한 통치행위라 우겨대면서 망발을 서슴지 않고 있다. 거기다가 내란 동조와 방조 집단의 행태가 가관이다 보니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참으로 창피하다. 나라가 망가지는 것이 창피한 것이 아니라 이 나라의 국민인 것이 창피한 것이다...
2025.01.09 17:03내가 또다시 광야에 던져졌다. 아니 어쩌면 진즉부터 나는 황량한 이곳에 서 있었는지도 모른다. 살을 에는 추위가 늪처럼 깔린 이 광야에 내가 의지할 곳은 어디인가. 수많은 시간이 스쳐 지나갔음에도 흔적조차 남기지 않은 이곳에서 무엇을 찾고 누구를 목놓아 불러야 할까. 호랑이가 성년이 되면 숲속에서 혼자 살아가야 하듯, 나 또한 처음부터 혼자였기에 외로움을 느끼는 것조차 사치스럽고 나약함을 드러내는 것이라. 바람 잘 날 없이 세상이 요동친다. 참으로 못되고...
2024.12.26 17:02제주 성산일출봉을 향해 가다 보면 못미처 길옆 바닷가에 ‘터진목’이라는 곳이 나온다. 이름부터가 지극히 제주스럽기도 하고, 을씨년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멋모르는 자에게는 목이 터지라고 무언가를 간절히 불러야 하는 곳인가, 아니면 확 트인 풍경이 멋지게 펼쳐지는 곳인가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역사는 말한다. 이곳에서 엄청난 일이 터지고 말았기에 ‘터진목’이라고. 제주 4.3 학살의 비극 현장이 어찌 이곳만이겠는가마는, 미군정과 반민족 세력...
2024.12.12 15:09동학농민혁명의 주요 격전지 중의 하나인 장흥 석대들 전투. 이곳은 순절한 동학농민군을 안장한 곳이다. 1894년 가을, 3만여 명의 농민들이 관아를 점령하는 등 초기에는 사기가 올랐으나 근대 무기로 무장한 관군과 일본군 앞에 낫과 죽창을 들고 뛰어든 농민군은 그야말로 추풍낙엽이었다. 막 추수가 끝난 들녘을 피로 물들여가며 쓰러져 간 이들이 수천이다. 1989년 공설운동장을 만들면서 무더기로 발견된 1,699기의 유골을 뜻있는 자들이 힘을 모아 이곳 제암산에 이장했는데 대부분...
2024.11.28 16:21내몽골의 서부 깊숙한 곳이다. 칭기즈칸의 몽골군에 패망한 서하(西夏) 왕국의 변방. 사막 속의 흑성(黑城)을 찾아가다가 그 언저리에서 노란 단풍으로 물든 호양나무 숲을 만났다. 사막에서 이런 멋진 풍경을 만나게 될 줄이야. 어디선가 본듯하다 했더니 중국 무술영화 ‘영웅’의 무대였단다. 성벽과 불과 몇 개의 불탑만이 사막 속에 덩그러니 남아있는 흑성. 접근을 불허해 애간장을 태우며 먼발치에서만 바라보다가 이런 오아시스를 만나게 된 것이 위안이 되었다. 사막에도 열악한 환경...
2024.11.14 17:39우연히 만난 소녀다. 양림동 선교사들 흔적을 찾아보고 있었는데, 비어있는 한 낡은 건물 안을 들여다보다가 그곳에 홀로 서 있던 그녀를 보는 순간 사실 좀 놀랐다. 낯선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소녀 또한 갑자기 나타난 나를 보더니 다소 상기되고 쑥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이 소녀는 지금 뭔가 일을 꾸미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무대에서나 볼 수 있는 차림인지라 여기가 뭐 분장실이라도 되는가 하고 두리번거려 봤지만 그건 아니었다. 은연중 문화적 잠식을 느끼게 하지만, 상상의 나래는...
죄를 면하고자 했다.2024.10.31 16:35일본 아스카에 있는 서양인이 백제가 보고 싶다고 찾아왔다. 반가운 일이어서 안내 겸 동행했다. 대표적인 곳들을 거치면서 그의 진지한 눈빛에 놀라다가 익산의 미륵사 터를 찾았다. 참 거대하고 섬세한 백제의 석탑이다. 긴 세월에 온전한 모습을 지켜내지 못했지만 근래의 발굴 작업 과정에서 출토된 화려한 사리장엄구와 그 안에 들어있던 금제사리봉영기로 인해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하지 않았던가. 이 모습은 2009년 발굴하기 직전의 자태다. 물론 이 방향에서는 지금 모습...
2024.10.17 10:56살다 보면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다. 그것이 일하고 상관없을지라도 새로움에 대한 도전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서 무엇을 얻겠다 가 아니라 그냥 몸부림치는 나를 바라보고 싶은 것이다. 요즘 세상에 탐험이라는 말이 어울리지도 않고, 오지(奧地)라고 말하는 곳도 없다 하겠지만, 그래도 찾아가 볼 만한 곳은 있다. 티베트고원 동서 횡단의 기억이 어제 일처럼 피어난다. 먼 옛날에 구법승들이 천축국을 찾아가는 길은 멀고도 험악했다. 도를 구하면서 죽고...
2024.10.03 16:511937년이니까 우리 한민족 고난의 시절이다. 지도층의 무능과 앞다투어 나서는 매국노들로 인해 나라를 빼앗긴 설움에 어디에 있든 그 삶이 고단했다. 민심을 내팽개친 관리들과 일제의 폭압을 피해 스스로 새 삶을 찾아 떠난 곳이 바로 조상의 얼이 조금이나마 남아있는 간도 지방과 대륙의 곳곳이었다. 연해주의 원동 일대에서 살아가던 그들을 ‘고려인’이라 불렀다. 하지만 이들에게 또 다른 시련이 닥쳤다. 스탈린의 갑작스러운 강제 이주 정책에 따라 멀고도 먼 중앙아시아 황무지에 내팽개쳐...
2024.09.19 10:431402년 우리 선조들이 만든 최고의 세계지도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를 꼼꼼히 살펴 복원하고 그 지도 속 현장 답사에 나섰다. 그중의 하나가 중앙아시아의 ‘아랄해’다. ‘강리도’에는 그 어디에도 국경선이 존재하지 않는 열린 세계를 보여주고 있지만, 오늘날 이 바다와 같은 호수는 실크로드의 선상에서 우즈벡과 카자흐 두 나라에 걸쳐있다. 우즈벡 서북쪽의 변방 ‘무이 낰(Mo′ynoq)‘이다. 그 지도 속의 호수는 간데없고 ‘삭사울’이라는 가시풀만 자라는 사막 속에서 배들...
2024.09.05 15:28얼마 전이 광복절이었다. 태극기 휘날리며 기뻐하던 때를 떠올리는 날이다. 그런데 이제 노골적으로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한 별칭 ‘용산총독부’에서는 독립기념관장에 매국으로 가는 친일파를 임명하는 만행을 저지르더니, 난데없이 아직 광복이 아니라면서 국민을 갈라치기 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공영방송에서는 그 광복절에 일본의 국가인 기미가요를 흘려 내보냈다. 이게 어디 정상적인 국가인가? 살다 보니 이런 어처구니없는 경우도 보게 된다. 애국지사들의 정신을 본받기 위해 서대문형무소를 찾았다. 암울한 시절을 보낸 그들의 흔적을 살피고 ...
2024.08.22 13:08불볕 아래 광활한 사막이 펼쳐졌다. 순간적으로 고요가 흐르는 듯하더니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갑자기 내달렸다. 저절로 흘러나오는 함성과 함께. 꽉 막힌 반도에 갇혀 지내다 보니 이 낯선 광경 앞에서 나오는 본능적 발로인가. 연암 박지원이 요동 벌판을 첫 대면 하면서 읊었던 “호곡장(好哭場)이니 가이곡이(可以哭矣)로다!”가 생각나고 당나라 시인 왕유(王維)의 시구절도 떠오른다. “한 잔 술에 만 리가 보이도다. 저 사막 너머에도 내 술친구가 있으려나.” 아득...
2024.08.08 13:54창밖에는 바다가 있어요 날이 무덥고 뜨겁다. 해마다 겪는 일이지만 때가 되면 다 지나가는 것이라 여기고 어쩔 수 없이 견디고 있는 것이 우리 아니던가. 와중에 어떤 이들은 멋진 여름휴가를 계획해 떠나기도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에어컨 밑이나 근처의 계곡에서 시원한 수박으로 달래보려 하지만 세상을 말아먹고 있는 잡놈들 소식에다 불행한 일들이 연일 들려오고 있으니 더욱 열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여기 창밖에 바다를 불러왔다. ...
시원한 바람은 여러분의 마음속에서 가져오고.2024.07.25 18: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