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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답습을 허용하지 않는다.” 매년, 아니 매일 새로운 예술 이론, 운동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온다. 지금 이 말을 하는 순간에도 예술의 생태계는 빠르게 돌아간다. 과거 자연을 그대로 그리는 회화에 대한 반발로 인상파(impressionism)와 야수파(fauvism), 입체파(Cubism)가 차례로 탄생했고, 20세기에 들어서 이미지 자체를 저항하는 개념미술(conceptual art)이 등장한다. 올해 두 번째 칼럼에서는 개념미술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현대미술 작가를 소개한다. 할리우드 문화를 가까이에서 접한...
2025.02.09 17:59붉은 바람이 거세게 부는 날이었다. 며칠 밤낮 동굴에 몸을 숨겼다가 연두색 바람이 시작하는 날에야 간신히 동굴을 나왔다. 동굴 안의 그이를 불러낸 것은 그로부터 한참 지나서였다. 연푸른 바람이 불기 시작했고 새로 난 일곱 색깔 바람들이 엉키기 시작했다. 애무하는 것인지 밀어내는 것인지 난무(亂舞)의 행로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바람에게 색깔을 입힐 수 있다면, 그래서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 이런 서술이 가능하리라. 어디 바람뿐이랴. 하늘에서 내리는 빛이야말로 사실은 색깔 자체 아니던가? 빛의 삼원색에서 색의 삼원색이...
2025.02.06 17:15중국 샨시성(陝西省)의 중심이고, 중국 지형의 중심에 있는 시안(西安)은 역사의 고도다. 특히 당나라 때는 ‘장안(長安)’이라 부르면서 ‘실크로드’라는 무역로 활성으로 세계의 중심이라 했다. 그 시안의 중심에 ‘종루(钟楼)’가 있어 요즘 밤마다 난리가 나고 있다. 당나라 시대의 귀족들 의상을 차려입은 수많은 사람이 밤이면 밤마다 이곳으로 몰려든다. 조명을 받아 화려하게 빛나는 종루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기 위함이다. 처음에는 오늘 무슨 행사가 있는 특별한 날인가 했지만 ...
2025.02.06 17:15‘대나무 고을’ 담양 별미 가운데 하나가 국수다. 비빔국수도, 멸치국수도 맛있다. 국수와 벌을 이루는 삶은 달걀도 입맛을 돋운다. 만족도가 매우 높다. 다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국숫집은 담양천변 시장 부근에 모여 있다. 국수 한 그릇과 삶은 달걀이 주는 포만감을 안고 천변 둔치에 섰다. 관방제림으로 이어지는 천변 풍경이 넉넉하다. 천변을 따라 걷는 사람,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있다. 어르신들 파크골프장도 저만치 보인다. 천변은 영산강 상류 관방천이다. 담양읍내를 가로질러 ‘담양천’으로도 불린다. 둔치가 관방제(官防堤), ...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5.02.06 17:15북소리 둥둥 징소리 꽝꽝/ 장구는 동당동당 각(角)은 뛰~뛰/ 깃발은 펄럭펄럭 춤은 사뿐사뿐/ 짐승 얼굴 사납고 호랑이 모자 드높네/ 집뜰 우물 부엌에서 우렛소리 땅을 울리며/ 나아갔다 물러났다 조수처럼 분주하네/ 문호(門戶)의 신령께 새로 치성을 더하니/ 숲과 시내 도깨비들 도망가기 바쁘네/ 종규(鍾馗)가 눈동자를 움켜쥐고 서서 먹고/ 피를 뿜어 불 만들어 온몸을 태우네/ 귀신도 간 있다면 떨어지고 말았을 터/ 살려달라 애걸하며 머리를 조아리다/ 후다닥 정신없이 문밖으로 도망쳤나/ 천지가 말끔하고 달과 별이 찬란하네/ 징을 치고 ...
2025.01.30 18:23이탈리아의 경제 수도라 할 수 있는 북부 최대의 도시 밀라노에는 수많은 유적지와 수려한 카톨릭 성당, 그리고 세계 최고의 오페라 하우스 중 하나인 ‘라 스칼라 오페라 극장 (Teatro alla Scala)’이 있다.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은 세계 5대 오페라 극장으로 전 세계 성악가들의 꿈의 무대이다. 1778년 건립된 오랜 역사를 품고 있는 이 극장은 19세기 이탈리아 오페라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었던 ‘주세페 베르디’, 자코모 푸치니‘의 유명 오페라 작품의 초연이 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현재의 극장은 두 번째로 지어졌는...
2025.01.30 16:54을사년을 푸른뱀의 해라고 하니 푸른색이 어쩌고 뱀이 어쩌고 호들갑을 떨었다. 예외 없이 질문이 들어온다. 그거 음력 설날 기점 아닌가? 맞다. 갑오개혁 이후 태양력이 공식적으로 사용되기 전까지는 그랬다. 아니, 본래 음력 설날이 육십갑자 구성의 기점 아닌가 말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2025년 시작되던 날 본 칼럼을 통해서 을사년과 뱀의 의미를 말한 바 있다. 설날이라는 기점이 동짓날, 양력 설날, 음력 설날, 입춘, 심지어 삼월삼짇날까지 변화해 왔다. 설날이 고정되어 있던 게 아니다. 물론 오랫동안 음력을 사용해 왔으니 그...
2025.01.23 17:52설날을 앞둔 이맘때면 유난히 옛 생각이 난다. 눈이 소복하게 내린 골목과 돌담 풍경은 그 앞자리를 차지한다. 그때 그 시절 골목과 돌담은 고만고만한 어깨를 마주한 친구들의 놀이터였다. 마을사람들도 만나고 소통하는 공간이었다. 골목에는 그때 그 시절의 정취와 애환, 정겨움이 배어있다. ‘남도답사일번지’ 강진군 병영면에 있는 한골목이다. 길게 이어진 돌담이지만, 여느 마을과 다르다. 층층이 엇갈려 지그재그로 쌓은 것이 별나다. 담장도 높다. 우리 전통이라기보다, 네덜란드식 담쌓기라고 전해진다. 돌담에는 수백 년 이어온 이야기가 새겨져...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5.01.23 17:52새해를 맞이하면서 지리산 자락을 끼고 도는 섬진강을 보기 위해 왕실봉에 올랐다. 해발 1200m의 제법 높은 곳이다. 겹겹이 보이는 산세가 험하지 않으면서도 유장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이고, 또 학창 시절 시인이시던 선생님께서 ‘며느리 허리띠 같은 강’이라 표현하셨던 곳이 바로 이 섬진강이다. 날씨 관계로 장엄하게 떠오르는 태양을 대하지는 못했지만 구름 사이로 퍼져 나오는 햇살이 가느다란 물줄기를 빛나게 하는 광경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서 있는 채로 멍을 때려...
2025.01.23 17:522025년, 을사년(乙巳年)이 시작됐다. 과거 육십갑자 순환 속에서 을사년은 유독 굵직한 사건들이 많았던 해로 기록돼 푸른색의 ‘을(乙)’과 뱀을 뜻하는 ‘사(巳)’가 만나 ‘푸른 뱀(靑蛇 청사)의 해’라 불린다. 이는 인류 역사에서 변혁과 치유, 위험을 동시에 상징하는 복합적인 존재로 여겨져 왔다. 우리 역사에서는 주로 지혜와 생명력을 상징했던 것으로 보인다. 세계사적으로 이집트의 경우, 뱀은 우라에우스(뱀 모양 왕관)처럼 권위의 상징으로 사용되기도 했고 현재 사용되는 서양의학의 상징인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Rod of Ascl...
2025.01.19 17:38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을 체포하는 것으로 응원봉 혁명이 일단락됐다.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성명을 발표해 우리를 지지했다. “미국은 한국 국민에 대한 지지를 확고히 한다. 법의 지배에 대한 우리 공동의 약속을 재확인하고, 한국과 한국 국민이 헌법에 따라 행동하기 위해 기울인 모든 노력에 감사한다.” 윤 수괴의 계엄령 선포와 의회의 해제 가결 이후 헌법적 절차대로 꾸준하게 진행되는 민주 질서 회복에 대한 지지 성명이다. 미국뿐이 아니다. 민주주의를 모토 삼는 세계의 여러 나라가 이른바 응원봉 혁명의 과정을 생중계하듯 지...
2025.01.16 18:20모차르트의 오페라 의 ‘밤의 여왕 아리아’처럼 아리아처럼 대중들에게 오페라 작품보다 더 유명세를 치르는 오페라 서곡이 있으니 이는 베르디의 서곡이다. 오페라에서 서곡은 오페라의 여러 테마를 연결하며 전개하는데 특히 베르디(G. Verdi,1813~1901) 서곡은 광고, 드라마, 영화 음악 등에서 자주 등장하는 레퍼토리이다. 특히 프랑스 영화 ‘마농의 샘’에 등장하여 강렬하게 관객에게 각인되었는데 영화의 주인공이 운명의 강력한 힘 앞에 나약하게 굴복하고 마는 인간군상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서곡의 멜로...
2025.01.16 17:432024년 12월3일 오후 11시, 대통령 윤석열에 의해 위헌·위법한 계엄이 선포됐다. 1972년 10월 박정희의 10월 유신 이후 52년 만에 현직 대통령이 일으킨 친위 쿠데타이자 내란이었다. 다행히 국회의 계엄해제 가결로 일단의 수습을 했지만, 온 국민 모두 가슴을 쓸어내린 시간이었다. 계엄해제에 대해 여러 분석이 있다. 그중에서도 발 빠르게 대처했던 국민들의 마음이 핵심이라는 게 중론이다. 전남대 박구용 교수는 이를 학습된 효과라고 말한다. 동학으로부터 5·18에 이르는 시민들의 학습과 경험이 일촉즉발의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2025.01.09 18:05앙상한 나뭇가지에 노란 열매가 하나둘 달려 있다. 생김새가 울퉁불퉁하다. 열매는 땅에도 떨어져 있다. 여름 햇볕과 가을바람을 머금은 향이 짙다. 매혹적이다. 나무도 굵고 크다. 나무 자체로 풍경이 되는 모과나무다. 열매 하나 주워 자동차 안에 둘까? 잠깐 생각한다. 큰 분재처럼 다듬어진 팽나무도 멋스럽다. 세월의 더께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산골의 매서운 바람과 눈보라를 다 이겨낸 나무다.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비는 당산나무여서 더 정겹다. 이야깃거리 많고 전설까지 간직한 팽나무다. 여름날 풍성한 초록 열매는 새들이 좋아한다. ...
이돈삼/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5.01.09 17:07이 나라는 정녕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인물 하나를 뽑자고 했더니 이무기를 뽑아놓으니 나라도 아닌 나라가 되었다. 술 취한 정신으로 이 나라를 주무르려다가 안 되니 내란을 일으킨 것을 온 국민이 생방송으로 지켜보았는데도 적법한 통치행위라 우겨대면서 망발을 서슴지 않고 있다. 거기다가 내란 동조와 방조 집단의 행태가 가관이다 보니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참으로 창피하다. 나라가 망가지는 것이 창피한 것이 아니라 이 나라의 국민인 것이 창피한 것이다...
2025.01.09 1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