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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결혼한 지 갓 6개월도 채 되지 않은 ‘새댁’이다. 진부하지만, 행복하냐는 물음 다음으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역시 ‘2세’에 관한 것이다. 자녀 계획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고 특별히 불쾌하지는 않다. 다만 머릿속이 복잡해질 뿐이다. 내년이면 내 나이가 몇이던가, 만삭까지 일을 할 수 있을까, 출산과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하면 다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가볍게 던진 질문 하나에 답변을 하려면 먼저 쏟아져 내리는 무수한 현실을 살펴야 한다. 첨단 기술을 주제로 하는 칼럼에서 시작부터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인가 싶겠지만, 최근...
2023.11.30 17:431965년 한 학생잡지사의 요청으로 그려진 한 장의 그림. 태양 빛을 받은 지붕에서 에너지가 생성된다. 공해 없는 자동차가 달린다. 화면을 통해 의사의 원격진료를 받는다. 청소는 로봇이 대신한다. 부엌에 자리한 한 디스플레이에서는 식자재 보관 상황을 보고하고 ‘오늘의 메뉴’를 추천한다. 움직이는 도로 덕분에 긴 거리를 걷지 않아도 된다. 원로 만화가 이정문 화백이 2000년대 생활 모습을 상상해 그린 그림이다. 제10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는 이정문 화백이 그린 만화의 한 장면을 대형 모션그랙픽으로 재구성한 전시작품을 감상할 수...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2023.11.02 18:04인간과 컴퓨터의 거리는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 스마트기기가 책상 위에서, 그리고 우리의 무릎 위로, 또 다시 우리의 손 안으로 들어오면서 인간 삶과 컴퓨터는 별개의 존재로 인식할 수 없게 됐다. 컴퓨터가 가까이 다가올 수록 이를 잘 다루고 활용하는 것은 현대인의 필수 능력치라고 여겨졌다. 컴퓨터가 큰 한걸음을 내딛을 것이란 기대감이 전세계적으로 높다. 삶을 도와주던 조력자에서 떼어낼 수 없는 동반자로, 그리고 앞으로는 인간 그 자체로 변모할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내년부터 인간과 익숙해질 ‘스마트 글래스’는 우리의 삶...
2023.10.05 11:12일론 머스크가 끊임없는 기행으로 희화화되며 분야를 막론한 ‘밈’ 생성기로 등극했다 하더라도, 그가 만든 테슬라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량’의 상용화를 이끈 상징적인 브랜드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전기차 시장 규모는 1000만대를 뛰어넘었고, AI(인공지능)를 접목한 자율주행 기술에 대해서는 전 세계 완성차 업계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땅 위에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량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적용, 실패가 반복되는 동안 조용히 수면 위로 떠오른 분야가 있으니, 바로 ‘바다 위의 테슬라’를 꿈...
2023.08.03 16:54“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오늘도 여기까지 왔다. 망할 킹고리즘….” 이것만 보고 자야지 하던 게 시각은 어느새 새벽 1시 지나 2시. 그도 그럴 것이 봐도 봐도 끝이 없다. 지식의 홍수라는 말이 딱 맞다. 한 손안에 핸드폰이 익숙해진 시대, 누구나 한 번쯤은 유튜브에서 허우적거리다 밤을 보내 적이 있을 것이다. 내일 아침 회사에, 학교에 가야 한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그만큼 유튜브는 21세기 대중을 강력히 끌어당기는 마력의 콘텐츠 중 하나다. 2023년 세계 최대 규모의 비디오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유튜브의...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2023.07.06 16:0060년 전 냉전시대, 미국과 소련이 우주에 깃발을 꽂기 위해 경쟁을 벌이던 ‘올드 스페이스’ 시대는 저물었다. 우주산업의 주역이었던 국가 간 경쟁은 가고, 민간기업끼리 우주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가 도래했다. 올드 스페이스에서 미국과 소련은 경쟁적으로 유인선을 우주로 쏘아 올리며 우주산업 개발 속도를 빠르게 진전시켰다. 소련이 인간을 태운 우주선을 우주로 보내면(보스토크 1호), 미국은 달에 인간을 보내는 식(아폴로 11호)으로 소련과 미국의 우주 패권 경쟁은 결과적으로 우주산업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역...
2023.06.15 16:30아담(Adam)을 기억하는가. 90년대 후반에 데뷔한 국내 1호 사이버가수다. 당시 아담의 세계관(사이버 매트릭스월드)에 따르면, 인간 여성을 사랑해 사이버 세계를 떠나 현실로 왔다고 한다. 키 178cm에 몸무게 68kg, 동양인과 서양인의 얼굴 중에서 청소년이 좋아하는 부분만 따다 합성한 외모. 훈남 프로필을 가진 한 아담의 정규 앨범 1집은 무려 20만장의 앨범이 팔리며 크게 유명세를 탔다. CF광고모델로 섭외되거나 홍보대사로 위촉되는 등 아담의 인기가 높아지자 사이버 여대생, 사이버 기자 등도 우후죽순 탄생했다. 그러던...
2023.05.11 18:14인간은 태어나 누구나 죽음에 이르게 된다. 이 변하지 않는 원칙에 의해 역사 안에서 ‘불멸의 삶’의 의미와 영생을 얻고자 하는 방법은 참으로 다양하기도, 허무맹랑하기도 했다. 대륙의 어느 국가에서는 말 그대로 늙지도, 죽지도 않고 영원히 살아 있는 것 자체를 영생이라고 여겼고, 한 종교에서는 그저 영원히 죽지 않는 삶이 아닌 모든 죄로부터 해방된 구원의 자유를 영생이라고 칭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영원히 산다는 것을 추상적인 개념에 가둬 두지도, 끊임없이 노화하는 인간의 신체에 국한하지도 않게 만들었다. 인공지능(...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2023.04.13 16:33“ChatGPT로 짧은 소설 하나 써봐.” 그날도 지면 기사를 막느라 대충 ‘네네’ 하고 말았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벌써 사이버펑크 마감이다. ‘소설 쓰려고 언론사 들어온 건 아닌데요….’ 괜한 반항심 섞인 맘도 잠시, 정말 어쩌지. ChatGPT(챗GPT)가 뭔지도 모르는데. 부랴부랴 인터넷에 검색도 하고 유튜브도 찾아보니 대충 애플의 시리 같은 인공지능이라는 거다. 대신 시리보다 더 많은 데이터와 복잡한 알고리즘으로 자연어 구사부터 업무나 과제에 사용 가능한 논문, 보고서까지 응답한다는 것. 알겠는데, 도저히 기승...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2023.03.02 16:08평소에는 온순하고 차분해도 핸들을 잡는 순간 난폭해지는 운전자는 많다. 누군가가 갑자기 끼어들거나, 본인이 끼어드려는데 옆차가 양보해주지 않는다거나, 단순히 길이 좁거나, 갑자기 뒤에서 경적을 울리거나, 반대편 차선에서 상향등을 키거나, 앞차가 급제동을 하거나 등. 도로에선 별별일이 벌어진다. 운전할 때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냐는 설문조사가 진행된다면 1위는 평행주차가 아니라 바로 ‘화내지 않기’가 될 확률이 높다. 사정없이 화를 내다가도 일순간 마음이 경건해지며 배려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순간은 더러 있다. 비상상황외에도 사...
최황지 기자 2023.02.02 14:53서여운 편집에디터. 한국 SF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젊은 소설가 김초엽 작가는 아득히 떨어진 머나먼 미래와 우주에서 정상성의 개념을 묻고 있다. 과학기술이 더 발전한 그곳에서는 행성 간 이동이 가능해 외계인과 교류할 수 있고, 태어나기 전부터 인간의 외모 성격, 특기를 디자인할 수 있다. 죽은 사람의 생전 기억을 데이터로 변환해 영원히 만날 수도 있으며 힘들고 위험한 일은 로봇이 대신한다. 상상만으로도 신비한 미래의 공간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마음만 먹으면, 영원히 행복해질 수 있는 그곳에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아니, 그곳에도 이들이 있을까? 더 발전된 과학기술은 이들에게 차별, 소외, 억압과 같은 일을 겪지 않게 해줬을까? 어쩌면 이 물음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무엇을 디스토피아로 규정해야 하는가, 고민하는 그 ...
도선인 기자2022.11.03 18:18영화 '돈룩업' 포스터. 뉴시스 "Don't Look Up"(위를 보지마) 넷플릭스 영화 '돈룩업'은 '소행성 충돌'이라는 지구의 위협 앞에 놓인 인류의 모습을 냉소와 풍자로 묘사한 작품이다. 소행성이 지구로 돌진하는 대재앙 속에서도 위험을 직시하지 않고 회피하다가 뻔한 결말을 맞이하는 인류의 모습이 과장되고 우스꽝스럽게 그려진다. 10㎞의 소행성이 6개월 뒤 지구와 충돌하는 것이 영화의 줄거리다. 이같은 끔찍한 돌발 상황을 앞두고 인류는 핵을 장착한 우주선을 지구 바깥으로 쏘아올려 소행성을 폭발시키려는 계획을 세운다. 만약 이 우주선이 목표물을 정확히 맞춰 소행성이 궤도 수정으로 지구를 비껴간다면 영화 제목은 다소 희망적인 'Look Up'이었겠지만 불행히 영화 제목은 다소 비관적이고 우울한 'Don't Look Up'이다. 소행성 충돌 시나리오는 SF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최황지 기자2022.10.06 18:05오전 7시를 알리는 생체 알람 소리에 A가 몸을 일으키고 영양캡슐을 삼켰다. 왼쪽 손목에 이식한 비접촉식 칩은 밤사이 업데이트가 끝났다. 애완로봇이 따뜻하게 데워진 커피와 충전이 완료된 태블릿을 갖다주면 쇼파에 앉아 주요 뉴스를 읽는다. '인공안구 이식으로 50년 만에 눈 뜬 시각장애인'. 'CEO의 전자지갑에 손댄 노동자 구속'. A는 몸을 일으켜 잘 다려진 정장을 입었다. 쌀쌀해진 날씨에 맞게 자동 온도 조절 기능이 작동 돼 금방 몸이 따뜻해졌다. 주차장으로 나온 A가 차량에 손목을 갖다 대자 잠금 장치가 해제됐다. "120번째...
양가람 기자2022.09.01 18:06넷플릭스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중 하나인 '러브, 데스+로봇'의 시즌3이 최근 공개됐다. 에피소드들은 미스터리, 호러, SF, 전쟁, 괴수, 스팀펑크, 코미디까지 다양한 장르로 나뉘는데, 유일하게 시즌1부터 이어지는 세계관을 갖고 있는 '세 대의 로봇'이라는 에피소드에서는 멸망한 인류의 도시를 바라보는 로봇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세 대의 로봇'에서는 'K-VRC'라는 귀여운 모습의 로봇과 안드로이드형 로봇인 'X-bot 4000', 그리고 정보를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11-45-G'가 등장한다. 이들은 인간이 멸종한 디스...
곽지혜 기자2022.08.04 16:562021년 FIFA 온라인에서 부활한 30살의 스트라이커 Kiyan Prince. 세계보건기구가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하면서 한때 국내에서는 게임 논쟁이 일었다. 당시 방영된 '게임을 질병의 원인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한 토론방송은 게임 유저들 사이에서 지금도 회자된다. 게임을 부정적으로 보는 한 패널에게 주장의 인용 근거를 묻자 "저희는 일반인이라 굳이 그 논문까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습니다"라는 원천봉쇄 성격의 논리적 오류성 발언이 나왔기 때문이다. 커뮤니티 상에서 어느새 풍자적 의미로 쓰이는 '일반인 드립'의 시초가 바로 한국에서 게임 논쟁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현재 '게임 이용 장애'라는 정식 질병코드(6C51)는 도박 중독(6C50)과 같은 분류인 '중독성 행위 장애'에 등록되어 있다. 개정된 질병코드는 올해 2022년부터 적용되며 이 때문에 각국 보...
도선인 기자2022.06.30 1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