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선의 사진풍경 236>사라져가는 방직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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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선의 사진풍경
박하선의 사진풍경 236>사라져가는 방직공장
박하선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 입력 : 2025. 04.17(목) 16:04
사라져가는 방직공장.
그동안 광주 시내에 버티고 있던 방직공장이 사라져간다.

일제강점기 시대 시작한 알짜배기 공장이어서

그동안 수많은 시골 아낙들을 도시로 불러들인 일터였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에 따른 변화는 거역할 수 없는 것.

섬유산업의 쇠퇴에 따라 그동안 숨만 쉬어 오다가

2020년 정식으로 가동을 중단했었다.

우여곡절 끝에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 철거 마무리 중이다.

이 자리에 대형 쇼핑몰을 비롯한 복합 개발사업이 추진된다고 하니

많은 변화가 있을 듯하다.



방직공장의 굴뚝이 있는 건물만이 덩그러니 남아서 좀 을씨년스럽다.

개발도 중요하지만, 역사적 측면에서 일부 보존도 필요한 것.

다행스럽게도 이 남은 건물은 어떻게든 보존하기로 했다는 소문이다.

나의 아내도 짧게나마 이곳에서 땀 흘려가며 방직사로 일한 적도 있고 해서

현재의 이 모습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카메라를 들고 몇 컷 찍기 무섭게

곧장 현장 지휘자로부터 “찍지 마세요!”라는 제지가 있었다.

공사장 밖에 있는데도 말이다.

국가 보안 시설도 아닌데... 돈 벌자고 하는 것도 아니고

사명감 하나로 하는 건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이게 무슨 일인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대꾸하고 돌아섰다.

피해의식으로 가득 찬 우리의 현실이 이래서 씁쓸한 하루를 보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