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나이산에서 고(告)하노라 |
겉으론 척박해서 보잘것없어 보이는 곳이지만
역사적으로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지금도 민족문제, 종교 간의 갈등….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는 곳이다.
한밤중에 출발해 걸어서 산을 오른다.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잘 보이지도 않는 길만을 따라
무릎이 깨져가면서 오르고 또 올랐다.
그 옛날 모세가 십계명 판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워낙 성스럽게 전해져서 믿음이 있든 없든
이 시나이산에 오르고 싶었고
또 올라야만 했다.
동이 트기 전에 해발 2285m 정상에 도착했다.
제법 많은 사람이 올라와 옹기종기 몰려있다.
이제 동이 트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이따금 “목사님~! 어쩌고저쩌고…” 하는
우리말 소리도 들려오는 것을 보니
단체로 성지순례 온 이들도 꽤 있는 듯.
산 아래보다 훨씬 써늘하다.
이럴 때는 뜨거운 국물을 가진 자가 최고다.
드디어 동이 터 오고 아침 해의 첫 햇살이
이 산정에 붉게 꽂히니
모두가 천지창조의 순간이라도 보는 듯
탄성을 지르면서도 숙연해진다.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없어 보이는 곳에서
단식으로 이어진 40일간의 기도 끝에
성령으로 계시를 받은 곳이라 하니 순례자들에게는
이 자리에 선 것만으로도 성스러움 그 자체이리라.
유대인 역사에서 신이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곳이라는 이 시나이산.
그들은 신이 선택한 민족이라 자부한다지만
우리는 그보다 더한 천손(天孫)이라 말한다.
하지만 하는 짓을 보면 둘 다 말장난일 뿐이다.
받았다는 십계명은 어둠 속에 처박아버리고
세계를 상대로 드러내는 온갖 악행과
신의 이름을 팔아 민족을 분열케 하는 무리.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못되거나 어리석은 민족일 수 있으리.
그들의 오만 방자함을 감히 고(告)하기 위해
먼 길을 돌아 이 시나이산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