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세계자연유산 13> 신안갯벌, 여름철 대표 국민 보양식 키운 일등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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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세계자연유산 13> 신안갯벌, 여름철 대표 국민 보양식 키운 일등공신
임자도와 민어||깨끗한 모래, 따뜻한 수온 서식 최적 ||새우 등 플랑크톤 풍부 양분 공급원 ||1930년대 파시 형성해 주민 삶과 밀접||알 꽉찬 7~8월 최고 복달임 음식 꼽혀||민어축제 등 대중화로 전국민의 식탁에
  • 입력 : 2022. 09.18(일) 15:16
  • 이용규 기자

신안 임자도는 민어의 바다다. 깨끗한 모래와 따뜻한 수온으로 최적의 민어 서식 환경으로 7월부터 9월사이에 전국에서 민어배들이 임자도 일대 바다로 몰려들어 조업을 하고 있다. 선원들이 어획한 튼실한 민어를 정리하고 있다. 신안 임자도 주민 남동삼씨 제공

 민어(民魚)는 신안 임자도를 대표하는 어류이다. 4면이 바다인 임자도는 민어가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고 있어서다. 1930년대부터 파시가 형성될 만큼 민어가 많이 잡혔고 지금도 민어 어획철이 되면 전국의 민어잡이배들이 거의 두 달정도 매일 임자도 일대에서 포진해 어획 작업을 하고 있다.

 예년같으면 9월 중순이면 민어잡이가 파장인데, 올해의 경우 말복이후 늦게 터진 어획 활동으로 인해 9월 한달간은 임자도 앞에서 민어잡이는 계속될 전망이다. 다만 요즘처럼 많이 잡혀 어가가 형성이 되지 않다보니 어민들에게는 바닷속의 민어가 그렇게 반가운 대상이 되지는 않는 것같다.

 임자도 하우리에서 민어잡이 배를 운영하고 있는 윤준철(63)씨는 "올해 민어가 너무 늦게 나오고 다른 해보다 더 많이 잡혀 송도위판장이 민어로 가득찬다. 그런데 가격이 너무 낮아 출어하면 손해여서 최근 올해 민어잡이 출하를 철수했다"고 했다. 하우리항은 전라도 3대 파시로 명성을 날렸다. 신안은 민어와 병어, 새우 등 어장이 풍부해서 1930년대부터 바다 위나 모래밭에서 열리는 생선 시장이 성행했다.

 민어와 임자도 관계는 민어의 서식 환경과 영향이 있다. 따뜻한 바닷물을 좋아하는 민어가 산란을 위해 수온 조건이 맞는 임자도로 회귀하는 시기가 7월부터 8월 사이다. 특히 임자도 해역은 수심 10~20m에 먹이 생물로 가득한 모래 바닥이 깔려 있어 민어에게 최적의 산란지다.

 민어는 새우를 가장 좋아하는데 임자도 바다는 새우도 풍부하다. 식물 플랑크톤이 서식하는 신안 갯벌은 민어를 대표 특산물로 만든 일등공신이다.

 6,7월에 마파람이 불면 '미네 바람'분다고 하고 말복 지나 찬바람이 불면 '민어가 다 도망간다'고 말할 정도로 민어는 이 지역 주민들의 삶과 직결되는 어류인 셈이다. 1930년대부터 민어 파시로 유명한 물타리로 불리는 태이도, 부남섬과 허사도 사이 바다 등 민어가 잘잡히는 몇 곳의 어획 장소를 중심으로 전국에서 온 민어 잡이배 수백척이 몰려 야간 조업 장면은 장관을 이룬다.

요즘은 민어잡이에도 어군 탐지기가 활용된다. 빨강색 부분은 바닷속에 민어가 몰려있음을 보여준다. 남동삼씨 제공

 임자도 하우리에서 태어나 23살부터 민어잡이 배를 탔다는 남동삼(50)씨는 "7월 병어잡이가 끝나면 바로 민어잡이에 나서는 것이 당연하게 여겼다. 지금도 민어잡이철이 되면 민어잡이 포인트마다 매일 많게는 40~50척이 어획 활동을 하는데 자리싸움이 치열하다"고 했다.

 알이 꽉찬 초복과 중복 사이에 잡히는 민어는 비타민 등이 풍부해 여름철 보양식으로 삼계탕을 능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죽, 민어탕 등 복달임 음식 재료로 활용되다보니 이 시기에 민어 가격은 ㎏당 7만원선을 훌쩍 넘는다.

 어민 입장에서는 이 기간에 한 마리라도 더 잡기 위한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말복이 지나면 민어 가격은 하락하는데, 올해의 경우 말복 이후 어군이 탐지되고 많이 잡혀 초복 수준의 10분지 1로 떨어져 어민들로서는 바다가 원망스럽다. 7월에서 8월 사이 민어 암수 구별은 배가 불러 있으면 암민어이고, 9월이후에는 배를 만져봐야 식별이 가능하다.

 민어는 농어목 민어과의 야행성 바닷물고기이다. 조선시대 문헌에 따르면 한자로 '석수어(石首魚)'로 했다. 그중 가장 큰 것은 면어(?魚)로 불렀다.

 다산 정약용이 쓴 아언각비에는 '면어 모양은 농어와 비슷하고 살이 무르다'고 적혀있다. 시중에서 면어를 민어로 불러, 음이 잘못 전달돼 백성의 생선으로 통하게 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백성의 물고기라고 하는 민어는 백성들이 쉽게 흔하게 먹었던 물고기인 것은 맞다. 임금님의 물고기나 양반들의 보양식은 아니었다.

 복달임 음식으로 알려진 민어는 버릴게 없다. 쓰임새가 많다는 얘기다. 민어 한마리로 적어도 부위별로 12가지 맛을 다르게 느낄 수 있다고 한다.

민어잡이에 이용되는 그물. 섬갯벌연구소 제공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에 따르면 민어는 몸이 약간 둥글고 빛깔은 황백색이며 등은 청흑색이다. 맛은 담담하면서도 달아서 날것으로나 익혀 먹으나 다 좋다. 말린 것은 더욱 몸에 좋아 식사요법에 많이 쓰여왔다. 소화 흡수가 빨라 어린이 성장 발육과 노인 환자들의 건강회복에 특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어의 부레는 꽤 비싼 편인데 궁중 악기 제조하는 정교한 곳을 붙이는 아교의 재료가 된다. 풀잘게 썰어서 볶으면 진주같은 구슬이 된다. 이것을 '아교구'라 하며 보약의 재료로 쓰인다. 허약체질과 피로회복에 좋고, 마르는 몸을 보하는 해소, 농혈을 멈추고 토혈과 코피, 설사를 다스린다. 기억력 및 학습능력을 높여주고 혈액의 응고 방지 등에 효능이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9월 중순, 시기적으로 민어가 제철 수산물이라고 볼 수 없으나 그 맛에 있어서는 손색이 없다. 지난 17일 임자도 취재후 들른 압해도 식당에서는 전국에서 찾아온 관광객들이 민어 맛을 보는 즐거움에 빠져있었다. 우리 일행도 민어회, 탕, 부레, 민어 알 등 부드럽고 탄력있는 식감에서 담백한 맛까지 다양한 풍미를 느끼는 행복한 발걸음이었다.

 오랜 역사를 백성들과 함께한 민어가 국민 보양식으로서 대중성을 확보하는데에는 한계가 많았다. 냉장 기술 등으로 내륙에서는 맛보기가 어려웠기에, 회나 탕으로,민어 맛을 알고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알음알음 찾아 먹는 생선이었다. 그러다 김대중 대통령 취임후 민어가 보양식으로 청와대로 공수되고, 신안군의 민어축제 등 전국적 홍보에 나서 지금은 국민 보양식으로 통할 정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민어가 국민보양식으로 자리잡아가듯 민어잡이에 있어서도 일대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우선 민어잡이 배의 규모화이다. 민어잡이는 나룻배 수준의 전통적 그물 어업에서 꽃게 등 무리를 어획할 수 있는 닷자망 어선으로 바뀌어가는 추세다. 바닷 물의 흐름을 따라 그물을 던져 잡는 전통적 민어잡기배는 4,5톤에 불과하나 지금은 10톤급으로 규모도 커지고 모든 배에 어군 탐지기가 장착돼 어획활동에 나서고 있다. 임자도 어민들의 경우 30여가구가 민어잡이에 나서고 있으나 전통적 방식 어선은 10척도 안된다고 했다. 규모도 커지고 어군탐지기도 장착했으니 과거 몇 백킬로에 불과하던 어획량도 몇 톤으로 크게 확대됐다. 바다 어업에서의 현대화와 규모화의 승부인 셈이다. 그렇지만 민어가 많이 잡힌다고 해서 어민들이 행복해 하는 것은 아니다. 어획 장비가 커지는 등 투자 비용이 증대되다 보니 민어 풍년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어 마냥 좋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신안군을 비롯해 임자도 주민들로서는 민어를 국민 보양식으로서 경쟁력을 높여가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민어를 말려 또 하나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식이다. 영광 굴비나 강원도 황태 덕장처럼 겨울에 눈을 맞으며 민어를 건조하는 자연식과 어업영농조합법인 신안건정에서 기계식으로 말려 상품을 생산, 보관 유통하고 있다. 건정 민어는 최소 5㎏ 이상은 돼야 상품성이 있다. 무엇보다 건정의 상품성은 간 맞추기가 핵심이다. 간만 잘맞춰있으면 찜, 조림, 탕 등 어떤 요리를 해도 민어 고유의 풍미를 맛볼수 있다는 것이 지역 주민들의 설명이다.

국민보양식으로 통하는 민어는 버릴 게 없는 생선이다. 민어 한마리로 회, 부레, 알, 탕 등 12가지 맛을 볼 수 있다. 섬갯벌 연구소 제공

 특히 요즘들어 20~30㎏ 민어를 해체해 사골 곰국끓이듯 푹고아 우려낸 우유빛 액체를 응고시켜 필요에 따라 보양식으로 먹는 이들도 많다.

 신안군은 세계유산갯벌지역이고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인 임자도 대광해수욕장에서 민어축제를 개최해오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청정 모래밭에서 펼쳐지는 민어축제는 옛날 파시 분위기를 연출, 관광객들에게 백성의 고기 민어의 맛을 현장에서 다양하게 맛볼 수 있는 또 다른 멋진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 축제는 민어를 전국적으로 알리는 데 많은 성과를 냈다. 그러나 코로나19 발생이후 올해까지 3년동안 개최되지 못했다.

 임자도 민어축제는 민어를 전국민의 보양식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임자도 민어의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여기에는 자은도 다음으로 큰 섬이라는 임자도의 특성은 해양생물의 화수분 역할을 해주고 있는 신안 갯벌, 그 갯벌이 만들어내는 풍경과 수산물 요리 등 보고 먹고 느끼는' 섬 녹색 관광지로서 또 하나의 전진기지로서 충실하게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신안군은 맛예술문화과를 신설, 운영할 만큼 민어의 전국화에 주력하고 있다.

 유억근 섬 민어축제추진위원장은 "임자도는 민어의 바다이다. 그 민어를 통해 신안을 대표하고 있는데, 앞으로 민어를 이 바다에서 지켜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내년 민어축제때에는 민어 인공수정 체험과 세계유산인 신안 갯벌의 중요성을 더욱 홍보하고 가치를 높이는데 더 관심을 갖고 싶다"고 피력했다.

  이용규 선임기자

이용규 기자 yonggyu.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