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 섬진강 철쭉길 "나 찾다가/ 텃밭에/ 흙 묻은 호미만 있거든/ 예쁜 여자랑 손잡고/ 섬진강 봄물을 따라/ 매화꽃 보러 간줄 알그라." 섬진강 시인 김용택의 '봄날'이라는 시다. 코로나19 사태로 두문불출, 사회적 격리를 일상화하다보니 매화 나들이는 언감생심, 봄날을 통째로 잃어버린 듯하다. 오월 신록 아래 만사 제치고 섬진강변을 걷고 싶은 이유다. 섬진강 생태와 관련한 설화 한 토막 풀어낸다. 설화는 사람들이 그 공간을 어떻게 이해하고 수용하고 또 의미를 부여했는지 등에 대한 욕망을 담고 있다. 섬진(蟾津)이라는 지명 자체가 두꺼비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이야기다. 나도 여러 차례 이 지면을 통해 소개한 바 있다. 이 이야기는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 섬진 마을 강물 속 바위가 두꺼비 모양을 하고 있어 두꺼비(蟾) 나루(津)라 했다는 설로부터 시작한다. 이 바위...
편집에디터2020.05.20 14:04송순단 주재 재수굿(날받이)에서 민요를 부르고 있는 송가인(오른쪽)과 그 친구들 '남도학'과 '남도소리' 남도소리란 무엇일까? 주관으로 '남도학'이라는 교재가 만들어졌다. 나는 그간 써두었던 기록들을 병합해 '남도소리' 항목을 집필하였다. 여기 그 일부를 소개하여 '남도소리'가 무엇인지, 걸어온 길과 걸어갈 길은 무엇인지 밝혀두고자 한다. 협의의 남도소리는 '남도잡가'를 말한다. 1928년 평양 권번에서 예기(藝妓)들을 가르치기 위해 김구희가 엮었던 '가곡보감(歌曲寶鑑)'에 보면, 가곡, 가사, 시조, 서도잡가, 남도잡가, 경성잡가 등이 실려 있다. 남도잡가라는 이름이 일찍부터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전라도와 경상도 지방의 잡가라 풀이해두었다. 전라도지역의 보렴, 새타령, 화초사거리와 경상도지역의 골패타령, 성주풀이 따위로 설명한다. 하지만 문화권역...
편집에디터2020.05.13 13:21"의민은 문자를 알지 못하고 오로지 무격(巫覡)만 믿었다. 경주에는 사람들이 '두두을(豆豆乙)'이라고 부르는 목매(木魅)가 있어 의민이 집에 당을 세워 이를 맞아두고 매일 제사하여 복을 빌었다. 홀연 하루는 당중에서 곡성이 있는지라 의민이 괴이하여 물으니 내가 너의 집을 수호한 지 오래 되었는데 이제 장차 하늘에서 벌을 내리려하는지라. 내가 의지할 곳이 없으므로 곡한다 하더니 얼마 안 되어 패하였다. 유사가 벽 위의 도형 제거하기를 주청하매 고하여 이를 흙(으로) 바르게 하였다." '고려사' 「열전」 이의민조의 내용이다. 목매는 나무로 깎아 만든 인형일 것이다. 벽 위에 나무로 세워두고 매일 제사하며 복을 빌었던 이 신격의 출처는 무엇일까? 이를 목랑 혹은 두두을(豆豆乙, 두두리)이라 하고 비형랑을 이은 도깨비로 해석하는 것이니, 이 당시 도깨비의 영험이 매우 컸음을 알 수 있...
편집에디터2020.05.06 13:37사진1. 세월호 목포외항 현재 모습(뉴시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피우며, 추억과/ 욕망을 섞으며, 봄비로/ 생기 없는 뿌리를 깨운다~" 뒤안의 라일락 그 진한 향내를 맡고서야 불현 듯 시인 엘리엇을 떠올렸다. 늦은 오후 라일락 가지를 흔들며 룩셈부르크 공원을 가로질러 오던 한 친구가 있었을까. 훗날 갈리폴리의 진흙에 들어간 한 친구가 있었을까. 하마터면 가장 잔인한 달, 세월호 6주기의 4월을, 동박새 쪼르르 날던 춘백 숲 어느 물가로 날아간 친구들을 잊어버릴 뻔했다. 깊고도 길기만 한 코로나19의 몽환이 없었다면 나는 아마도 핑계거리를 찾아 한낮의 낯선 숲들을 배회했을 것이다. 6년여의 봄마다 팽목항에서 금남로까지 그리고 광화문까지 거리를 유영하던 혼불들 말이다. 한 무리의 아이들이 비명횡사하기 전 날에도 아마 한해륙 어느 숲마을과 갯마을 빈...
편집에디터2020.04.22 13:06마야부인과 하얀코끼리의 꿈 조각-위키백과 진한(辰韓)땅 여섯 마을 지도자들이 알천의 상류에 모였다. 나라를 다스릴 군왕을 정하기 위해서였다. 높은 산에 올라 먼 남쪽을 보니 양산 기슭 나정이라는 우물가에 번개와 같은 신이한 기운이 있었다. 이상하게 생각하여 가보니 흰말이 자줏빛 알에게 경배하고 하늘로 날아올라갔다. 이 알에서 사내아이가 탄생하였다. 동쪽 샘에 가서 목욕을 시켰더니 새와 짐승들이 더불어 춤추고 하늘과 땅이 흔들리며 해와 달이 청명하였다. 이 아이 이름을 혁거세라 짓고 위호를 거슬한이라 했다. 나라의 지도자가 생기니 사람들이 다투어 배필을 구하려했다. 마침 같은 날 알영 우물가에 계룡이 나타나 겨드랑이에서 딸아이를 낳았다. 입술이 닭의 부리와 같았다. 월성의 북천에 가서 목욕시키니 부리가 떨어졌다. 사내아이는 알에서 태어났고 알이 박과 같으므로 성을 박씨로 ...
편집에디터2020.04.15 15:33본 인터넷 신문은 2020년 02월 26일 '주말&'면에서 「이윤선의 남도인문학 >보천교의 예악 천지굿」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이는 신앙촌의 박태선이 구원파의 유병언, 영세교의 최태민으로 분파되고, 호생기도원의 김종규를 거쳐 장막성전의 유재열이 신천지의 이만희로 연결되었다"라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기독교복음침례회는 네덜란드 선교사인 길기수 씨와 미국 선교사인 딕욕의 영향으로 유병언, 권신찬 두 사람이 거듭난 후 1969년 한국평신도복음선교회라는 이름 아래 활동하다 1981년 '기독교복음침례회'로 등록된 교단이며, 박태선의 신앙촌, 최태민의 영세교, 신천지의 이만희와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해당 기사를 바로잡습니다.
편집에디터2020.04.16 10:13민화 나리꽃과 두꺼비-이은숙 그림 "지귀(志鬼)는 신라 활리의 역인(驛人)이다. 선덕여왕의 아름답고 우아한 모습을 사모하여 마음 졸이고 눈물 흘리다가 모습이 초췌해졌다. 왕이 절에 행향(行香)하러 갈 때, 이런 소문을 듣고 그를 불렀다. 행향이란 불교의 재식(齋食, 법회의 시식)때 시주가 먼저 승려들에게 향을 나누어주는 의식을 말한다. 지귀는 절에 가 탑 아래서 왕의 행차를 기다리다가 홀연 깊은 잠에 들고 말았다. 선덕여왕이 잠든 그를 보고, 팔찌를 벗어 지귀의 가슴에 놓아두고 궁으로 돌아갔다. 후에 잠에서 깨어난 지귀는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이윽고 마음속에 불이 일어나 그 탑을 둘러싸더니 변하여 불귀신이 되었다. 왕이 술사에게 명하여 다음과 같이 주사(呪辭, 점술에 정통한 사람이 주술을 행할 때 외는 말)를 짓게 하였다. '지귀의 마음 속 불이 몸을 둘러싸니 변하여 ...
편집에디터2020.04.08 14:342014 브라질 월드컵 H조 조별리그 2차전 대한민국과 알제리의 경기가 열리는 6월 23일 새벽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붉은악마가 태극기 페이스 페인팅을 하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뉴시스 2002년 월드컵 뉴밀레니엄의 시작 광장 한 복판으로 한 무리의 도깨비들이 쏟아져 나왔다. 낮밤을 가라지 않았다. 낮도깨비, 밤도깨비들이 섞여 나오니 밤인지 낮인지 알 수 없었다. 모두들 붉은 옷을 입었다. 머리에도 붉은 띠를 둘렀다. 얼굴에도 붉은 칠을 했다. 태극기를 몸에 두르거나 치장을 했다. 모든 것이 붉은 색이었다. 아이 도깨비, 어른 도깨비 남자 도깨비, 여자 도깨비, 반상의 구별이 없었고 지위의 고하가 없었으며 성별의 차이도 없었고 빈부의 격차 또한 따져 묻지 않았다. 개별적으로 나왔으니 개인이었고 함께 뭉쳤으니 공동체였다. 2002년 한국의 모든 광장에서 일어난 괄목할 ...
편집에디터2020.04.01 13:12지난 2016년~2017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범국민 촛불집회 모습. 뉴시스 달이 환하게 밝은 밤이었대. 지나가는 나그네 한 사람, 그렇지 않아도 혼자 지나가기 겁이 나는데 냇물 위에서 짓걸짓걸 하는 소리가 나더란 말이지. 깜짝 놀라 자세히 보니 냇물에 사람 대가리만한 수박들이 떠 있지 않겠어? "옳지 저놈들이 '독갑이'로구나. 독갑이는 담뱃불을 무서워한다더라" 부리나케 담배를 물고 성냥불을 붙였지. 물속에 있던 선생과 상투쟁이들, 나그네 담뱃불에 뱃속 초가 불이 켜질까 겁이 났지. 허겁지겁 말하기를 "여보게 저놈이 성냥불을 그어 우리배 속의 초에 불을 켜려고 하네, 모두 머리까지 물속으로 잠그세, 안 그러면 큰일 나네"하고 머리와 얼굴까지 물속으로 담가버렸지. 나그네는 냇물 위의 수박 같은 독갑이 대가리들이 없어진 것을 보고, "대체로 독갑이란 놈들이 담배 불을 ...
편집에디터2020.03.25 14:54광주지산동 화전놀이, 광주문화재단 제공 "작은 시냇가 돌로 받친 솥뚜껑에서/ 흰 가루 맑은 기름 진달래꽃 지져내네/ 젓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자 향기 가득하고/ 한 해의 봄빛이 배속으로 전해오는구나" 진달래 화전을 부쳐 먹는 풍경이다. 누구의 노래일까? 때는 바야흐로 봄, 어느 시골의 선비들이 화전놀이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패랭이를 쓰고 다 떨어진 옷을 입은, 예컨대 어사 이몽룡 같은 이가 이곳을 지나다 술을 나누기를 청한다. 풍류에 대해 오거니 가거니 문답이 이뤄진 후 노래한다. 놀이를 하던 선비들이 예기치 않은 호방함에 놀라 예를 갖췄다는 이는 나주사람 백호 임제다. 홍만종의 문학평론집 '순오지(旬五志)'상권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 책은 정철과 송순의 시가(詩歌)와 중국의 서유기를 평론하고 130여종의 속담을 수록한 책이다. 화전놀이, 대개 삼월 삼짇날 교외나 산야...
편집에디터2020.03.18 14:10월간민화 3월호 표지 '월간민화'에서 이번 달 특집으로 '민화란 무엇인가'를 다뤘다. 그동안 민화학계에서 나눠 온 논의들을 종합한 듯, 다양한 시각을 볼 수 있다. 현재 아마추어작가까지 포함하면 작가만 10만여 명을 넘어섰다 할 정도로 민화 열풍이 거세다. 동호인들을 포함하면 그 몇 배를 추산할 수 있다. 무엇이 이같이 민화의 폭발적인 성장을 가져왔는지 부족한 내가 분석할 수는 없다. 다만 한 의견을 보탤 뿐이다. 기왕에 두어 번 이 지면을 통해 우리 민화와 중국의 어민화(漁民畵)를 소개하고 논의를 진행시켰기 때문에 그 후속 논의라고나 할까. 특집기사에서 보듯이 다양한 의견들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또한 민화담론을 위해 보탬이 되지 않을까싶다. 항간에는 민화 그리기의 수월성, 즉 베끼기 양식을 확산의 이유로 꼽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시대의 수요와 확산을 설명할 수 없...
편집에디터2020.03.11 12:39내몽골 닭방목 초원, 이선화 박사학위논문(2015, 111p)에서 발췌 한 무리의 닭들이 마당으로 내달렸다. 풀밭이며 고랑이며 저희들 마음대로 내닫는 닭들, 풀밭이 얼마나 자유로웠으면 쥔장이 뿌려 둔 봄동 배추도 곁눈질이다. 몇 마리는 낮은 구릉으로 날아오르는 이른바 방사(放飼) 목장. 어디서 많이 보던 풍경이다 싶었는데, 이내 생각이 났다. 마당 감나무로 뽀르르 날아오르던 우리 집 닭들. 아버지는 그때마다 "저런, 저런!" 지천을 늘어놓으셨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해서 그러셨겠지. 날아오르는 닭에 투사시킨 아버지의 마음은 빈계지신(牝鷄之晨), 본래는 암탉이 울어 새벽을 알린다는 뜻이다. 한 고사가 전한다. 중국 은나라 주왕(紂王)이 절세미녀 '달기'에게 넋을 빼앗겨 먹고 마시기를 거듭했다. 그뿐인가 가혹한 형벌을 일삼다가 목야(牧野)의 싸움에서 주나라 무왕(武王)에게 ...
편집에디터2020.03.04 15:051929년 완공된 정읍 입암면 대흥리 보천교 십일전 전경-뉴시스 "하루는 걸군(지금의 농악)이 들어와서 굿을 친 뒤에 천사께서 부인으로 하여금 춤을 추게 하시고, 친히 장고를 들어 메고 노래를 부르시며 가라사대, '이것이 곧 천지굿이라. 나는 천하 일등 재인이요 너는 천하 일등 무당이라. 이 당 저 당 다 버리고 무당의 집에 가서 빌어야 살리라' 하시고 인하여 부인에게 모당도수를 정하시니라. 하루는 천사께서 반듯하게 누우신 뒤에 부인으로 하여금 배 위에 걸터앉아 칼로 배를 겨누며, '나를 일등으로 정하여 모든 일을 맡겨 주시렵니까?' 라고 다짐을 받게 하시고, 천사께서 허락하여 가라사대, '대인의 말에는 천지가 쩡쩡 울려 나가나니 오늘의 이 다짐은 털끝만치도 어김이 없으리라' 하시고 이도삼, 임정준, 차경석 세 사람으로 증인을 세우시니라" '대순전경'(증산교본부, 1947)...
편집에디터2020.02.26 13:15신윤복 미인도 가체. 뉴시스 "서울갔던 울 아배가/ 궁초댕기 떠 왔더니/ 울 엄매가 접은 댕기/ 우리 올케 성낸 댕기/ 울 오래비 야단댕기/ 우리 동생 눈물댕기/ 내 하나는 사랑댕기/ 담 안에서 널뛰다가/ 담 밖으로 빠졌는가/ 남도령이 주웠는가/ 이도령이 주웠는가~" 영남지역에서 전승되던 댕기노래의 일부다. 이후의 가사는 어떻게 전개될까? 총각이 처녀의 댕기를 주웠으니 혼인을 해주면 주겠다는 청유로 이어진다. 처녀에 대한 총각의 사랑이라고나 할까. 총각은 수령의 잔심부름를 하던 통인(구실아치)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통인(通引)노래라고도 한다. 댕기는 무엇인가? 길게 땋은 머리끝에 드리는 장식용 헝겊이나 끈이다. 꽃다발이나 꽃바구니에 드리는 긴 오라기를 말하기도 한다. 도투락댕기는 어린 여자아이가 드리는 자줏빛 댕기다. 작은 헝겊을 두 끝이 뾰족하게 겹쳐 포개고 그 허리...
편집에디터2020.02.19 13:24청어 과메기의 본고장인 경북 영덕군 창포리 해안가에서 어민이 건조 중인 청어 과메기를 손질하고 있다. 뉴시스 "청 청 청어영자/ 위도군산 청어영자/ 청 청 청어풀자/ 위도군산 청어풀자~" 강강술래의 여흥놀이 중 대표적인 노래다. '영자'는 '엮자'의 와음, 청어라는 물고기를 엮고 푸는 모양을 놀이로 만들었다. 첫째 사람이 오른손을 자신의 목에 대고 왼쪽 어깨위로 넘기면 두 번째 사람이 자신의 왼손으로 앞사람의 손을 잡고 오른손을 자신의 목에 걸어 뒷사람이 잡도록 넘긴다. 세 번째, 네 번째 사람이 이와 같이 노래를 부르며 마치 고기를 엮듯이 꿰어나가다 마지막 사람에 이르면 청여엮기가 끝난다. 청어풀기는 그 반대로 풀며, 노래 가사를 '청어 풀자'로 바꾼다. 덕석(멍석)몰기, 덕석풀기, 쥔쥐새끼놀이, 꼬리따기, 대문열기 등의 강강술래 여흥놀이 중에서 가장 밀착도가 높은 놀이다. ...
편집에디터2020.02.12 1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