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4일 만의 완투승, ‘대투수’ 양현종은 건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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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타이거즈
1694일 만의 완투승, ‘대투수’ 양현종은 건재했다
1일 KT전 9이닝 1실점 위력
33타자 102구 27개 아웃카운트
개인 9호·올 KBO 리그 1호
“공격적 투구로 좋은 결과”
  • 입력 : 2024. 05.02(목) 18:32
  •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
KIA타이거즈 투수 양현종이 지난 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T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리그 시즌 5차전에 선발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KIA타이거즈 제공
‘大投手(대투수)’ KIA타이거즈 양현종이 올해 KBO 리그 첫 완투승의 주인공이 되며 건재함을 입증했다. KT위즈 33명의 타자를 상대로 102구를 던져 27개의 아웃카운트를 정리하며 8피안타 1사사구 1실점만 내주는 위력투를 펼쳤다.

양현종은 지난 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T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리그 시즌 5차전에서 9이닝을 102구로 소화하며 1실점만 허용하는 위력투로 KIA의 9-1 대승을 이끌었다.

이날 양현종은 1회초 첫 상대인 천성호에게 2루타를 맞은 뒤 후속 타자 강백호에 적시타를 내주며 선제 실점하고 경기를 출발했다. 하지만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병살타를 유도하며 분위기를 반전했고, 1회말 KIA 타선이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적시타와 최원준의 2타점 적시타로 3-1 역전에 성공하자 본격적으로 위력을 과시했다.

특히 양현종은 1회초 로하스를 시작으로 4회초 박병호, 8회초 천성호까지 세 개의 병살타를 유도하며 노련한 투구를 펼쳤다. 탈삼진도 6개를 챙겼고 사사구 역시 9회초 조대현에게 허용한 것이 유일했다.

양현종은 이날 경기 후 “꼭 이런 경기를 하고 싶었다”며 “불펜 투수들이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 시즌 초반부터 타이트한 경기를 많이 했기 때문에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양현종의 말대로 KIA는 올 시즌 필승조와 추격조를 가리지 않고 불펜에서 많은 힘을 쓰고 있다. 이의리가 시즌 초반부터 선발 로테이션에서 이탈해 대체 선발을 가동하면서 불펜의 부담도 큰 상황이다.

그는 “운 좋게 타자들이 점수도 여유 있게 뽑아줬다”며 “6회부터 완투 기회라고 생각했고 8회부터는 운에 맡기자고 생각했다. 특히 8회초 1사 만루에서는 아웃카운트와 점수를 바꾸려고 했는데 병살타가 나오면서 운도 따라줬다”고 말했다.

KIA타이거즈 투수 양현종이 지난 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T위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 리그 시즌 5차전에 선발 등판해 포수 한준수와 완투승을 합작한 뒤 포옹을 나누고 있다. KIA타이거즈 제공
특히 양현종은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면서도 타자와 빠른 승부를 의도한 공격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다만 이 투구에 대한 공을 자신이 아닌 호흡을 맞춘 포수 한준수에게 돌렸다.

양현종은 “직구 속도가 올라오면서 여러 가지 변화구도 잘 던질 수 있었다. 타자들이 공격적이다 보니 투구를 더 공격적으로 했던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한)준수의 리드도 좋았고 공부를 많이 한 것 같다. 중간중간 얘기도 많이 하고 주문도 많이 해준 덕분에 적은 투구 수로 길게 이닝을 이끌어갈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지난해 두 차례 기록한 8이닝 투구가 최다였다. 지난해 10월11일 키움전에서 8이닝을 97구로 막았음에도 다음 등판을 대비해 마운드를 내려왔고, 양현종뿐만 아니라 KBO 리그의 모든 투수들이 완투 또는 완봉을 기록하지 못했다. 올해 역시 리그에서 처음이었고 개인 통산으로는 1694일 만이었다.

양현종은 “지난 시즌 완투나 완봉 기회가 있었는데 중간에 끊으면서 미련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시즌을 통틀어 완투한 투수가 없어서 비판도 들었다”면서도 “올해는 시즌 초반부터 완투를 하면서 기록이 앞으로도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베테랑으로서 팀을 위해 희생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그의 올 시즌 목표는 이미 KBO 리그 최초로 달성한 9시즌 연속 170이닝 기록을 10시즌까지 더 늘리는 것이다.

양현종은 “나이가 많아 구위가 떨어지기 때문에 몸 관리를 해줘야 한다는 편견을 조금은 깬 느낌이다”며 “아직 제 공에 자신이 있고 상대와 싸울 수 있다는 자신이 있다. 팀 성적과 분위기가 좋기 때문에 특별한 부담감이나 책임감 없이 제 할 일에만 최선을 다해 팀에 보탬이 되고 뜻깊은 기록도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