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복판 광주 지하철 공사장 화재 ‘교통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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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도심 한복판 광주 지하철 공사장 화재 ‘교통대란’
자욱한 검은 연기에 신고 빗발쳐
도로 통제 출근길 극심한 차량정체
복공판 용접작업 중 불티 옮겨붙어
대구지하철 폭발 떠올리며 ‘불안감’
  • 입력 : 2024. 05.02(목) 18:32
  • 정상아 기자·나다운 수습기자
2일 오전 광주 남구 봉선동 도시철도 2호선 공사장에서 불이 나 소방 당국이 화재를 진화하고 있다. 광주소방 제공
“새카만 연기가 솟구쳐서 화들짝 놀라 달려와 봤더니 매캐한 연기 때문에 눈도 제대로 못 뜨겠더라고요.”

2일 오전 8시42분께 남구 백운광장 도시철도 2호선 4공구 공사현장. 지하철 공사가 한창인 이곳에 새카만 연기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연기는 곧 인근 도로와 상가로 퍼지며 주변 상인과 주민들을 긴장하게 했다. 현장 근로자들은 혹시 모를 위험에 도로로 뛰쳐나갔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출근길 차량까지 정체돼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화재를 눈앞에서 목격한 70대 허모씨는 “빨래를 널기 위해 옥상에 올라갔다가 불이 난 걸 알았다”며 “주변 이웃들에게 연락을 돌리며 현장으로 달려나갔는데 연기 때문에 출근길 차량들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가다 멈추기를 반복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화재 발생 지역 인근에 있던 경찰은 화재 발생 신고를 받고 곧바로 소방차량 진입을 돕기 위해 백운광장에서 남광주시장으로 향하는 대남대로 800m 구간을 통제했다. 출근길 주요 길목인 백운광장 일대 도로가 통제되자 차량들이 옴짝달싹하지 못한 채 정체가 이어졌다.

장사를 위해 오전 7시부터 근처에 나와 있었다는 상인 김모(78)씨는 “도로를 통제하니 행인들과 차량이 갓길로 몰렸다. 여기서 장사한 지 오래됐는데 버스가 이 길로 지나간 건 처음이다”며 “화재 상황을 모르는 뒤쪽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려 정신이 없었다”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담당 소방서 전체 인력이 출동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소방인력 225명과 장비 47대를 투입했다. 화재는 발생 1시간 뒤인 오전 9시44분께 진화됐다. 배기관을 통해 연기를 배출하는 작업이 함께 진행되며 화재로 발생한 유독가스도 잡혔다.

주민 윤모(52)씨는 “평소 지하철 공사가 진행되면서 중장비나 공사 부품들이 도로를 드나들 때마다 위험해 보였다”며 “큰불이 아니라 다행이지만 솟구치는 연기를 보면서 대구 도시철도 1호선 공사장에서 발생한 도시가스 폭발사고가 떠올라 불안했다. 지하철 공사가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항상 안전에 신경 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1995년 4월28일 대구 도시철도 1호선 상인역 공사 현장에서는 도시가스 폭발사고가 발생해 300여명의 사상자를 냈다. 대구 참사를 지켜본 광주 시민들은 광주 도시철도 2호선 공사 구간 내 잦은 사고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2일 오전 광주 남구 봉선동 도시철도 2호선 4공구 공사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복공판 내부가 검게 그을려 있다. 나다운 수습기자
소방당국이 화재를 진압하고 연기를 빼내자 불이 났던 복공판 아래 지하 공사현장이 드러났다. 지하 곳곳은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고, 불이 났던 곳에 소화기 두 개가 널브러져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짐작케 했다.

화재는 안전관리자 1명을 포함한 작업자 4명이 지상에서 산소절단기를 사용해 복공판 용접 작업을 하던 중 불티가 지하 7~8m 아래에 있던 방수시트 보호재에 떨어져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조사됐다.

당시 지상에 있던 현장 작업자 11명이 급히 대피하면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대량의 유독가스가 배출되면서 사고 현장 일대가 검은 연기로 가득 차고 교통 정체가 발생했다.

광주 남부소방서 관계자는 “만약 지하에 작업자들이 있었다면 유독가스 흡입으로 큰 인명 피해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대부분 화재가 작업 과정에서의 부주의로 발생하므로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지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광주도시철도건설본부 관계자는 “오늘 화재 발생한 것과 관련 대책을 현재 모색 중”이라면서 “아직 특별한 대책을 발표할 단계는 아니지만 사고 발생을 줄이고 예방할 수 있는 본질적인 대안 마련을 위해 노력 중이다.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5년 간 광주에서 용접·절단·연마 작업 중 발생한 화재는 2019년 4건, 2020년 9건, 2021년 9건, 2022년 21건, 2023년 8건 등 총 51건으로 집계됐다.
정상아 기자·나다운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