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계급사회의 도래’는 물질만능주의 세상인 작금의 시대에 자주 언급되는 말이다. 거실의 안방극장에서는 민중의 삶과 이반되는 재벌의 삶이 미화돼 드라마로 방영되고 다수의 TV 프로그램에서는 돈이 인생의 성공 기준인 양 떠들어대고 있다. 그리고 이를 거스른 삶을 사는 사람을 특별하게 여기며 ‘언더 독’으로 치부하는 세상이 됐다. 멋진 펜트하우스와 고급 외제 차를 타고 다니는 연예인과 전문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이 청소년들의 우상이 됐고, 세상의 지혜는 재화를 증식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로 넘쳐난다. 전관예우를 받는 변호사를 고용하며...
2024.05.23 16:44위 두 작품은 1503년,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i ser Piero da Vinci, 1452~1519)와 1978년,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입니다. 두 작가 모두 당대를 상징하는 작품이자 작가는 자신 만의 회화 세계를 구축한 작가들임이 틀림없다. 패르난도 보태로(Fernando Botero Angulo, 1932~2023, 콜롬비아 출생)의 작품은, 모두가 알고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원작을 패러디한 작품이다. 화려하고 따뜻한 색감으로 인해 ‘남미의 피카소’...
2024.05.19 18:18익숙한 멜로디인 듯 낯선 멜로디인 듯 일련의 선율이 흐르기 시작한다. 어떤 물체가 안개 속으로 어렴풋하게 보이는 풍경이다. 대칭의 음들이 서로를 휘감아 짓이긴다. 음들의 교접이 괴기스럽다. 국악 장단으로 치면 음양의 균열이 심하다. 이른바 ‘물리는 장단’, ‘물리는 선율’, 허튼 선율이다. 선명하지 못한 선율들이 드러내는 것은 불안, 초조, 압박의 감정이다. 아니 분노의 감정이다. 혹은 슬픔의 감정이다. 파동들이 알갱이로 바뀌어 내 머리를 친다. 아니 어쩌면 윌리암텔의 활이 아들의 머리에 올려놓은 사과를 겨냥하고 있는 풍경이다. 메...
2024.05.16 17:44싱그러운 봄날이다. 눈에 보이는 풍경이 온통 연녹색이다. 차밭도 떠오른다. 발길이 보성으로 향한다. 인지상정이다. 보성은 차의 주산지다. 보성에 대규모 차밭이 조성된 건 일제강점 때다. 활성산 일대가 따뜻하고 강수량이 많은 덕분이다. 바다와도 가까워 새벽안개가 자주 끼는 것도 한몫했다. 수분 공급이 잘 되기 때문이다. 보성의 차 재배면적이 1000㏊ 넘는다. 녹차 생산량은 전국의 40%에 이른다. ‘차밭하면 보성, 보성하면 차밭’이 연상되는 이유다. 보성차밭은 가장 인기 있는 남도 여행지 가운데 한 곳이 됐다. 누구라도,...
2024.05.16 17:42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7개월 후 2022년 9월에 발트해의 노르트 스트림 가스관이 폭파되었다. 러시아는 노르트 스트림-1(Nord Stream-1)과 노르트 스트림-2(Nord Stream-2) 가스관의 폭발은 어떤 방식으로든 미국 등이 조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중요한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사실상 테러 행위였다.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의 탐사보도 저널리스트 세이모어 허쉬(Seymour Hersh)는 탐사보도에서 2022년 9월 26일에 발트해 덴마크 섬인 보른홀름 해안에서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르트 스트림-1, ...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2024.05.16 16:29반사경 같은 거울이 서 있다. 무슨 용도로 그 자리를 지키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저절로 그 거울을 올려다보게 된다. 낯설게 느껴지는 내 모습이 그 안에 있으면서 “당신 지금 뭐 하는 거야?” 하고 묻는 듯. 괸시리 쑥스러워지고 말지만 내 뒤에 비치는 세상 모습에 탈출구를 찾는다. 꿈을 꾸는 것도 아니고 술에 취한 것도 아니다. 일그러진 자화상인가 싶었는데 일그러진 세상이 용용하게 거기 있다. 요즘 세상이 날로 지저분해져 홧김에 염불한다고 했나! 아니면 ...
2024.05.16 10:37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되면서 러시아와 서방 관계는 실질적으로 단절되었고, 발트해 지역은 점점 커지는 대결에서 가장 취약한 지역 중 하나로 드러났다. 유럽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라고 보고 나토(NATO)와 그 파트너들은 통합되고 있다. 냉전 이후 국제질서도 재편되고 있다. 특히 오늘날 발트해 지역은 러시아와 NATO 사이의 가장 복잡한 상호작용 영역 중 하나이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폴란드는 동맹국으로서 동부 이웃과 직접 접촉하는 국경 역할을 하고 있다. 발트해 연안 국가로 나...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2024.05.09 18:11울리는 꽹과리와 자바라의 굉음이 온몸을 휘갈겨 내리는 소리에 섞인다. 아니 자바라의 굉음이 곤봉 소리인 모양이다. 단말마의 비명 소리가 굉음 사이를 뚫고 재빠르게 달아난다. 쓰러지고 또 쓰러지는 이미지들이 허공 중으로 흩어진다. 떨리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 그저 밥만 했어요. 때리지만 마세요~” 다시 곤봉인지 채찍인지 무자비한 굉음이 어지럽게 허공을 후빈다. 변미화, 1921년 2월 10일생, 전남방직에서 근무했다. 떨리는 목소리가 극장을 울린다. “언니가 안 들어 왔어요. 언니 찾으러 금남로에 갔어요. 총소...
이윤선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전남도 문화재전문위원2024.05.09 18:1118세기 이전까지 여전히 오페라는 영웅을 찬미하거나 신화의 내용을 중심으로 일반인은 범접할 수 없는 세상의 이야기를 다루곤 했다. 오페라의 제작은 당시 사회 규모에 비해 많은 자본과 인력이 필요했고 이러한 이유로 왕족과 귀족 등 지배계급의 전유물로 그들의 힘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공연이 제작되었다. 결혼식 등 기념일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오페라를 본 일반 민중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엄청난 규모의 공연 무대예술에 환호하였으며, 이 광경을 지켜본 일부 재력가들은 극장을 건립하고 오페라를 상업화하기 시작했다. 17세기 중반에 베네치아에 ...
2024.05.09 13:07김성우 관장이 내게 묻는다. 무슨 글자인지 맞춰 보세요. 일종의 문자 찾기 수수께끼이다. 직선과 곡선이 서로 엉키며 독특한 화면을 구성하고 있다. 겹치고 나눠진 원들이 떼굴떼굴 굴러 네모진 칸 안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이내 직사각형의 긴 상자 밖으로 나오기도 한다. 어떤 도형 안에는 새들이 앉아있기도 하고 넓은 면으로 초승달이 떠오르기도 한다. 자로 그은듯한 직선들이 교직되는가 하면 붓의 질감이 그대로 살아있는 듯 삐뚤삐뚤 흐트러지기도 한다. 점과 선과 면들이 마치 씨실 날실의 베틀처럼 직조되는 공간마다 빨갛고 파랗고 혹은 희고 검은...
이윤선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전남도 문화재전문위원>2024.05.06 16:12첫째, 사람이나 생물을 함부로 죽이지 말라(不殺人 不殺物). 둘째, 충과 효를 함께하여 세상을 건지고 백성을 편안하게 한다(忠孝雙全 濟世安民). 셋째, 왜와 서양 오랑캐를 물리쳐 우리 도를 밝힌다(逐滅倭夷 澄淸聖道). 넷째, 군대를 몰고 서울로 진격하여 권신과 귀족을 모두 없앤다(驅兵入京 盡滅權貴). 동학이 내세운 4대 강령이다. 봉건과 외세 반대를 내세우며 떨쳐 일어난 동학혁명이 올해 130주년을 맞았다. 지난해엔 동학혁명 관련 주요 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백성이 주인 되어 외친 자유와 평등, 인권이 세계에서 ...
2024.05.02 18:31우크라이나에서는 전쟁으로 두 정교회 간의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 분열은 크림반도 합병과 루간스크와 도네츠크 인민공화국이 창설되는 과정과 이후에도 성직자의 국가 충성심이 러시아 쪽인지 우크라이나 쪽인지를 두고 많은 의문을 제기되면서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두 개로 분열되기 시작했다. 1991년 독립한 후부터 우크라이나에는 모스크바 총대주교청 우크라이나 정교회(Ukrainian Orthodox Church-Moscow Patriarchate, UOC-MP), 우크라이나 독립 정교회(Ukrainian Autocephalous Orth...
2024.05.02 14:04지리산 비운의 역사 흔적을 찾아가는 과정에 반야봉 인근을 누비고 다녔다. 있는 듯 없는 듯한 길을 찾아가니 해발 1,500m쯤 되는 꼼꼼한 곳에 노란 지붕의 집 한 채가 숨어있었다 우리나라 제일 높은 곳에 있다는 전설의 암자 묘향암이다. 묘향암의 역사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수백 년 전부터 토굴이 있었다고 전해지면서 이곳 묘향대는 참선 수행의 반야 성지로 통한다. 이곳에서는 산 이외에는 보이는 건 하늘뿐이고 앞이 적당히 트여있는 명당자리로 일찍이 고승들이 수도를...
2024.05.02 11:26수많은 오페라 여주인공 중 요부로 주목을 받은 대표적 인물로 비제 오페라 의 여주인공 카르멘과 함께 푸치니의 오페라 의 마농을 빼놓고 이야기 할수 없다. 이러한 오페라 마농의 이야기는 1731년 프랑스 소설가 아베 프레보(Abbe Prevost, 1697~1763)가 쓴 연애 소설 ‘마농 레스코와 기사 데 그리외 이야기, Histoire du Chevalier des Grieux, et de Manon Lescaut’가 원작으로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다. 당시 보수적인 프랑스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프레보가 쓴 파격적인 스토리는 제...
2024.04.25 17:30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전면적인 우크라이나 침공과 2022년 9월 21일 러시아에서 발표한 부분 동원령 이후 이주 물결에서 러시아인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국가는 카프카스 지역에 위치해 있는 조지아다. 조지아 인구는 2021년 추계로 약 400만 명 정도지만 러시아인의 이주가 쏟아진 국가 중의 하나다. 2022년에는 869,874명의 러시아인이 조지아에 입국했고 809,873명이 떠났다. 2023년에는 1,856,237명의 러시아인이 조지아에 입국했고, 1,887,223명의 러시아인이 조지아를 떠났다. 이러한 인구 이동...
<김영술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 2024.04.25 16: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