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진목에 부는 바람. |
못미처 길옆 바닷가에 ‘터진목’이라는 곳이 나온다.
이름부터가 지극히 제주스럽기도 하고,
을씨년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멋모르는 자에게는 목이 터지라고
무언가를 간절히 불러야 하는 곳인가,
아니면 확 트인 풍경이 멋지게 펼쳐지는 곳인가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역사는 말한다.
이곳에서 엄청난 일이 터지고 말았기에 ‘터진목’이라고.
제주 4.3 학살의 비극 현장이 어찌 이곳만이겠는가마는,
미군정과 반민족 세력의 비호 아래 서북청년단의 광기가
천지를 뒤흔들어 놓은 곳이 바로 이곳이다.
그래서 ‘광치기 해변’이라 부르기도 한다.
증언자에 의하면,
어촌의 양민들과 중산간 지역 주민들은 이념 논리와는 무관함에도
살아있는 것만으로 죄가 되어 날이면 날마다
이 아름다운 바닷가로 끌려와서 무더기로 죽어 나갔다.
그것도 총알이 아깝다고 해서 대창으로 찔러서 난도질했다는 것 아닌가.
아름다운 풍경은 피를 먹고 자라면서 피어나는가.
이 멋진 풍경의 이면에 이런 섬뜩한 진실이 내재 되어 있다는 것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누군가가 말했다.
왜 이 땅에는 이런 일만 있어왔냐고 말이다.
예로부터 우리를 천손(天孫)이라 자부해 왔는데 알고 보니 개~뿔이다.
이제 그 피비린내와 절규들은 사라지고 없지만,
아직도 아물지 않은 상처와 불씨가 남아서인지
일출봉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울부짖는다.
앞으로 쓰일 역사도 불안한 시국에
우리는 오늘 무엇으로 살아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