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을 타고 선사시대의 흔적을 찾아간다. 화순군 춘양면 대신리 지동마을이다. 지동마을은 만지산과 조봉산, 안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10여 가구 30여 명이 살고 있는 산골이다. 주민들은 대부분 농사를 짓는다. 마을 주변에 지동제 등 큰 저수지가 있어 물 걱정도 없다. 아주 오랜 옛날, 마을 앞에 큰 연못이 있었다고 전한다. 한자로 연못 지(池)를 써서 ‘지동(池洞)’이다. “괸돌바위 앞에 연못이 있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연못에서 물놀이를 하고, 괸돌바위에 앉아 낚시질도 즐겼겠죠. 연못이 있는 마을이라고 ‘못골’로...
2023.02.16 11:17규중칠우쟁론기(閨中七友爭論記)라는 가전체(假傳體, 사물을 의인화하는 형식의 문학) 글이 있다. 규중은 여자들이 기거하는 방이다. 칠우는 척부인(尺夫人)-자, 교두(交頭)각시-가위, 세요(細腰)각시-바늘, 청홍각시-실, 감투할미-골무, 인화(引火)낭자-인두, 울(熨)낭자-다리미를 말한다. 주부인이 잠자는 사이 칠우들이 나와 갖은 논쟁을 하다가 끝에 주부인이 이들을 내쫓으려 했지만 감투할미(골무)의 조정으로 무사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주부인은 수궁가의 별주부를 닮았다. 연대나 작자 미상이지만, 작자가 여자인 점은 분명하다. 「한국문학통...
2023.02.09 15:27아침 일찍 숙소 공용 휴게실에서 노트북을 켜고 바깥을 보는데 주룩주룩 비가 내렸다. 실은 일주일 내내 나하 시에 비가 내릴 거라는 일기예보를 미리 확인했다. 이곳도 제주도처럼 하루에 몇 번씩 얼굴을 바꾼다. 다행인지, 내가 가는 곳은 날씨가 내 편인 경우가 많았다. 비바람이 불었지만 맞을 만해서 편의점에서 650엔 주고 비닐우산을 하나 사서 숙소 근처 국제거리에 있는 관광안내소로 향했다. 한국어를 할 수 있는 직원과 이것저것 이야기하다가 일일 버스 패스 티켓을 샀다. 1,820엔이다. 2만원 상당의 요금을 하루에 다 사용해...
2023.02.09 12:54프랑스어 ‘팜므파탈(femme fatale)’은 여성이란 의미를 지닌 ‘팜므’와 치명적이라는 의미를 가진 ‘파탈’의 합성어로 치명적인 여인을 말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아름답고 매혹적인 외모의 여성이 남성에게 다가가 자신의 욕망을 이루기 위해 상대 남성을 파멸로 몰아넣는 인물을 지칭하기도 한다. 영화 ‘원초적 본능’에서 샤론 스톤이 열연한 여주인공 캐서린 트라멜 역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팜므파탈은 과거에는 부정적 시각이 다수를 차지했다. 요부나 악녀를 지칭하는 단어로, 여성으로서의 매력보다는 그들의 행위를 ...
2023.02.09 10:022023년 계묘년(癸卯年) 검은 토끼의 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이하며 쓰는 38화 칼럼의 주제를 고민하며 현대 미술의 영역에서 잠시 벗어나 ‘문화’의 정의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문화(文化, culture) ’란? 사회에서 자연의 상태를 벗어나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을 실현하고자 사회 구성원에 의하여 습득 공유 전달되는 행동 양식이나 생활양식의 과정으로 의식주를 비롯해 풍습, 종교, 학문 예술, 제도를 모두 포함하는 것이라 넓은 의미를 담고 있다. 이렇듯 재능 많은 토끼의 발랄한 기운처럼 작년에 이어 코로나를...
편집에디터 2023.02.05 13:54‘방구’라 하면 십중팔구 ‘방귀’를 떠올린다. 우리나라 전 지역에서 방귀를 ‘방구’라 하기 때문이다. 한자어로는 방기(放氣)인데, 이런 맥락에서 보면 표준어를 ‘방귀’가 아닌 ‘방구’라 했어야 맞다. 혹시 ‘반고’나 ‘버꾸’의 다른 이름인 ‘방구’와 구별하기 위해서였을까? 실제로 국어사전에서는 ‘방구’를 ‘북처럼 생긴 농악기의 하나’로 설명한다. 자루가 없고 고리가 있어 줄을 꿰어 메고 치는 악기이며, 소리는 소고와 비슷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자루가 있는 방고도 있다. 대개 솜활을 이용해 악기 대용으로 사용하는 ‘활방...
편집에디터 2023.02.02 17:51학창시절 방학 때면, 가장 큰 숙제가 일기쓰기였다. 일기(日記)는 그날 겪은 일이나 생각, 느낌을 날마다 적어야 한다. 하지만 방학숙제였던 일기는 개학을 앞두고 한꺼번에 쓰기 일쑤였다.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기억나지 않는 지난날의 날씨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심지어 한 달 전의 날씨도 기억을 더듬어야 했다. 내용도 문제였다. 날마다 자고 일어나서, 먹고, 놀고, 다시 자는 거 외엔 특별히 기억나는 게 없었다. ‘재밌는 하루였다’ ‘어제보다 더 재밌는 하루였다’는 말이 되풀이됐다. 선생님의 검사가 기다리고 있는 것도...
2023.02.02 13:27우크라이나 고려인은 누구인가? 우크라이나 거주 고려인은 역사적, 사회적 맥락에서 크게 분석해 볼 수 있다. 하나는 역사적 맥락 측면의 고본지 이주이며 다른 하나는 사회적 맥락 측면의 무국적자이다. 소련 붕괴는 이른바 고려인 고본지 문제가 무국적자라는 존재의 배경에 처하게 만들었다. 자세히 보면 우크라이나 고려인 이주사와 삶 자체가 이주성과 난민성을 지닌 혼합 이주의 성격을 보이고 있다. 역사적으로 우크라이나 고려인은 주로 고본지(계절농업)를 위해 중앙아시아와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로 이주해 와서 정착해 살아오고 있는 자들이다....
2023.02.02 11:28둥근 달이 떴다 휘영청 밝은 달이 떴다 천지간에 골고루 그 처량한 빛이라도 전해 주려나 금토끼 옥토끼는 옛 이야기가 되었지만 우리는 그래도 저 달을 보고 소원을 빌어야 쓴다 시상이 드럽고, 매질고, 꼴깝스러웅께 그렇게라도 혀야 살맛은 아닐지언정 술맛이라도 나서 우리가 살아갈 수 있다 이말이제. 달아, 달아, 둥근 달아! 이 시상엔 믿을 놈 없다지만 너라도 어디 팔려가지 말거라 집나간 낭만이 대수더냐 온갖 잡것들이 두렵더냐 처량한 너의 빛이지만 한눈팔...
편집에디터 2023.02.02 11:03현대인에게 ‘돈이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인간은 두말할 것 없이 모든 것을 이룰 수 있는 절대적인 존재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작금의 시대에 일어나는 전쟁도, 권력도, 세상의 모든 흥망성쇠가 돈의 흐름과 관련있다고 언론을 비롯한 미디어에서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세태를 잘 반영하듯 드라마나 영화에서 금수저의 대물림 수단으로 가장 주목을 받는 ‘유산’은 자주 등장하는 소재다. 현대뿐만 아니라 물질에 대한 욕망 역시 과거 세대에도 마찬가지였나보다. 푸치니와 극작가 포르차노는 700년전 단테 가문에서 일어난 유산 상속...
편집에디터 2023.01.26 17:22“땅속 땅갱아지/ 논밭 갈아주고/ 지랭이도 흙을 일궈/ 거름기를 보태네/ 큰 논배미 김매기/ 우랭이가 해결하고/ 무당벌레 야금야금/ 해충 잡기 선수/ 앞뒷산 뻐꾸기도 장단 맞춰/ 호미자루 가볍구나” 무학(無學)의 토종씨앗 지킴이 장흥의 이영동씨가 쓴 시이다. 무학이라니 배운 게 전혀 없다는 뜻일까? 제도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뜻일 뿐, 오히려 그 누구보다 뿌리 깊은 공부가 내면에 들어있는 분이다. 지난해 봄이던가 그의 연구실 겸 자택을 들렀다. 출생에서부터 갖은 고생을 다하며 고향에 뿌리내린 까닭, 농사를 지으며 토종 씨앗을 보존하고...
편집에디터 2023.01.26 16:31오키나와전쟁은 1945년 6월 23일에 종식되었다. 태평양 전쟁 막바지인 1945년 3월말부터 6월 23일까지 3개월 남짓 전투에서 전사자만 20여만 명에 달했다. 일본은 본토 사수의 마지막 거점으로 오키나와를 방어했고, 미국은 일본 본토 공격의 교두보로 오키나와를 점령하려고 했다. 하지만 양측 모두 그리 녹록하지 않은 듯했다. 오키나와 전투는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전투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미국은 그 조그마한 섬에서 1만 명 이상을 잃었다. 본토에서 옥쇄투쟁을 벌일 경우 수십만, 수백만의 자국민이 피를 ...
편집에디터 2023.01.26 16:20무등산은 남도사람들의 정신적인 지표다. 등급이 없는 무등(無等)은 민주주의 정신에 비유된다. 나라가 위태로울 때 분연히 일어섰던 호남의병들의 흔적도 곳곳에 배어 있다. 무등산이 품은 입석대와 서석대, 규봉은 바위 예술품이다. 오랜 세월 풍화작용에 의해 만들어졌다. 경관이 수려하고, 학술적인 가치가 높다. 역사문화 유적도 많이 간직하고 있다. 2013년에 국립공원, 2014년엔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2018년 4월에는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등재됐다. 무등산의 허리춤을 따라가는 둘레길이 ‘무돌길’이다. 무등산의 옛...
2023.01.19 17:16“좌우 나졸(邏卒) 금군 모조리 순령(巡令) 일시에 내달아 토끼를 에워쌀 제 진황(秦皇) 만리장성 싸듯, 산양 싸움에 마초 싸듯 첩첩이 둘러싸고 토끼 겹쳐 잡는 거동 영문 출사 도적 싸듯 토끼 두 귀를 꽉 잡고, 이놈 네가 토끼냐? 토끼 기가 막혀 벌렁벌렁 떨며, 토끼 아니오, 그러면 네가 무엇이냐? 개요. 개 같으면 더욱 좋다. 삼복 달음에 너를 잡아 약개장도 좋거니와 네 간을 내어 오계탕 달여 먹고 네 껍질 벗겨내야 잘양 모아 깔게 되면 응혈 내종 혈담에는 만병회춘의 명약이라 이 강아지 몰고 가자~” 김준수가 에 나와 사물놀이패...
편집에디터 2023.01.19 14:53국내에 입국한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은 한국과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어떠한 사람들이며, 앞으로 한국 정착 및 우크라이나 귀환 등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이들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첫째, 우크라이나 피란 고려인들이 한국에서 이주 노동자와 같은 취업 경험이 없더라도, 대부분은 노동이주자로 한국에 온 친인척과 지인들이 있다. 따라서 이들은 초국적 이주자와 같으며, 차이가 있다면 이들이 입국하는 동선 정도가 폴란드나 루마니아 등 동유럽을 거쳐서 한국에 입국하였다는 점이다. 이들은 대체로 가족 단위로 들어...
2023.01.19 1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