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토스카’ 1막중 스카르피아와 성당합창단의 테데움. 출처 뉴욕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
3000년 전에 세워진 도시 이탈리아의 로마는 고대, 중세 세상의 중심이었다. 도시 전체가 박물관인 이곳은 유럽의 정치·사회·문화 등 전 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고, 세계 최고의 건축물과 문화유산으로 가득 차 있다. 그중 아름다운 야경으로 사랑을 받는 산탄젤로 성(천사의 성, Castel Sant’Angelo)은 푸치니의 오페라
의 3막에서 여주인공이 뛰어내리는 성벽이 배경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로마를 배경으로 하는 오페라 <토스카>는 단 하루 사이에 로마에서 펼쳐진 치정과 격정의 드라마이다. 1800년 6월 17일부터 다음 날 새벽 사이에 일어난 사건을 그려낸 작품으로,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가공의 인물이지만, 이들이 처한 정치적 상황은 그 시대 로마가 처했던 당시 상황을 적나라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인 플로라 토스카 역은 프리마돈나를 꿈꾸는 모든 소프라노의 로망이다. 작품에 출연하는 분량뿐만 아니라 베리즈모적 묘사로 가득한 오케스트라를 이겨내야 하는 성량을 보유해야 한다. 그래서인지 세계적인 프리마돈나들은 신실하게 살아온 제게 신께서 왜 이런 비참한 운명을 내리셨는가 하며 탄식하는 토스카의 아리아 Vissi d’arte Vissi d’more(예술에 살고 사랑의 살고)를 주요 레퍼토리로 콘서트에서도 즐겨 부른다. 의미 있는 가사뿐만 아니라 수려하고 아름다운 선율, 그리고 극 중 토스카란 배역이 당대 프리마돈나, 최고의 성악가라고 생각하면 소프라노 가수들에게 특별하게 다가서지 않았을까 사료된다.
2017년 공연된 뉴욕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토스카 중 2막에서 토스카가 스카르피아를 죽인 뒤 독백을 하는 장면. 출처 뉴욕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
베리즈모 오페라의 정수라 불리는 <토스카>는 푸치니의 3대 오페라 중 가장 극렬한 작품으로 손꼽힌다. 프랑스 작가 빅토리앙 사르두(Victorien Sardou, 1831-1908)가 명 배우 사라 베르나르를 위해 쓴 희곡 <라 토스카>를 기반으로 푸치니와 함께 ‘황금 시기’를 구가한 대본가 루이지 일리카와 주세페 자코자가 대본으로 로마 코스탄치(Costanzi) 극장에서 1900년 1월에 초연됐다. 오페라 토스카 2막중 토스카가 스카르피아를 죽인 뒤 독백을 하는 장면. 출처 미국 달라스 오페라 극장 |
1800년 로마를 배경으로 하는 오페라 <토스카>에 등장하는 배역 중 가장 비열하고 악랄한 스카르피아는 경시 총감이다. 비열하기 이를 데 없는 그는 호색한으로 국가의 주요 행사 때 무대에 오르는 오페라 가수 토스카를 연모하며 그녀를 손아귀에 넣으려 기회를 엿보고 있다. 하지만 스카르피아는 그녀가 화가 카바라도시와 열애 중인 것을 확인하고 카바라도시를 정치범으로 만들어 교수대에 보내고 토스카를 차지할 계략을 꾸민다. 이어 질투의 화신인 토스카에 카바라도시와 다른 귀족 부인과의 관계를 잠시 의심하게 만든다.
스카르피아의 계략은 성공을 앞두고 있다. 그는 경시청 스카르피아의 사무실에서 탈옥한 공화국 집정관 안젤로티를 자기 별장에 숨겨주었다가 체포된 카바라도시를 체포하고 토스카에게 그를 살리고 싶으면 자신을 찾아오라 편지를 보낸다. 이윽고 도착한 토스카는 잡혀와 모진 고문을 당하고 있는 소리를 듣고 괴로워한다. 연인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평소 뇌물을 밝히는 스카르피아를 찾아가 돈을 제시하지만, 스카르피아는 토스카의 몸을 요구한다. 갈등하던 토스카는 스카르피아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카바라도시의 석방 약속을 얻어내고 로마를 빠져나갈 통행증까지 받는다. 그리고 토스카는 식탁에 놓여있던 칼로 스카르피아를 찔러 죽인다. 죽음을 앞두고 감옥에 갇힌 카바라도시에게 달려간 토스카는 공포탄으로 거짓 처형을 할 것이라고, 스카르피아가 언급한 내용을 알리며 카바라도시에게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지만, 총성이 울린 후 교활한 스카르피아의 거짓으로 그는 주검으로 돌아오고 토스카는 절망에 빠진다. 이어 스카르피아의 시신을 발견한 부하들이 달려와 체포하려 하자 토스카는 ‘스카르피아, 하느님 앞에서 보자!’라 외치며, ‘천사의 성’ 성벽 꼭대기에서 몸을 던지며 막을 내린다.
오페라 토스카 2막중 토스카가 스카르피아를 죽인 뒤 독백을 하는 장면. 출처 영국 로열 오페라 극장 |
<토스카>는 유난히 사고가 많은 오페라로 유명하다. 토스카가 뛰어내리는 장면에서 무대 뒤편의 안전장치의 쿠션이 과다해 뛰어내린 토스카가 다시 튕겨 오른다거나, 마리아 칼라스는 너무 몰입한 나머지 스카르피아 역의 티토 곱비를 정말 칼로 찌른 일도 있었다. 또한, 공포탄 사고 이외에도 황당한 사건이 자주 일어나기로 유명한 <토스카>는 그러하기에 연출가와 무대 스텝을 항상 극도로 긴장시키는 작품이다.
오페라 토스카 2막중 스카르피아의 집무실에 들어오는 토스카. 출처 뉴욕메트로폴리탄 오페라 |
오페라 <토스카>는 광주에서 거의 올려지지 않은 작품이다. 출연자들의 후원에 의존하는 제작 구조를 가진 열악한 지역 민간 오페라단에서는 ‘오묘한 조화’, ‘별은 빛나건만’, ‘예술의 살고 사랑에 살고’ 등 주옥같은 아리아가 포함된 이 작품은 마냥 선망의 대상일 뿐이다. 그런데 오는 11월 1일부터 2일까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극장2에서 광주시립오페라단의 콘체르탄테 <토스카>가 올려진다. 콘서트 형식으로 이루어진 이번 공연이지만 푸치니가 만든 사랑과 죽음, 격정의 대 서사를 담은 음악을 더 밀도 있게 만날 수 있다. 특히 이 지역을 비롯한 국내 최고의 프리마돈나를 비롯한 출연진과 광주시립 합창단이 함께하는 무대라 더욱 기대된다.
11월1일~2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극장2에서 공연되는 광주시립오페라단의 콘체르탄테-토스카 포스터. |
이 가을밤에 만날 수 있는 지상 최고의 공연 예술인 오페라는 품격과 감동을 함께 품은 장르이다. 여러분의 가슴에 푸치니가 던져주는 감동의 카타르시스를 만나고 싶다면 저자는 이제 광주에서도 만날 수 있는 광주의 <토스카>를 추천해 본다. 최철 조선대 초빙교수·문화학박사
◇추천 음반 : 소프라노 안토니에따 스텔라는 로마에서 세기의 테너라 불리는 마리오 델 모나코의 상대역으로 데뷔하였다. 수려한 미모와 더불어 강렬하면서도 호소력이 돋보인 그녀의 음성은 베리즈모 오페라에서 찬사를 받았다. 특히 베르디와 푸치니에 정평이 나 있으며, 음반사 데카(DECCA)에서 2021년 6월 출시된 GRANDI VOCI Antonietta Stella 트랙3에서 오페라 <토스카>의 Vissi d’arte Vissi d’amore(예술에 살고 사랑의 살고)의 명연주를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