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차갑다 겨울바다를 실감케 한다 해변에 거대한 바위가 있다 생김새에 따라 ‘코끼리 바위’라 부른다 여기는 서해바다 고군산도의 몽돌해변이다 여름철에는 제법 인기가 있겠지만 지금은 텅 비어 있어 물결소리만 들려오는 숨어있는 분위기다 싸늘함이 옷깃을 더욱 여밀게 하고 먼 곳에 혼자 떨어져 와 있는 듯한 쓸쓸함이 밀려들지만 이 분위기가 싫지 않다 아무도 없는 몽돌밭을 서성거린다 그러다가 시선이 꽂히는 것이라도 있으면 집어도 보고. 그러다가 뜻밖의...
2023.12.14 12:13그 시대를 반영하고, 시대를 움직이는 예술가들은 많은 사람들의 기억과 가슴에 오래 남는다. 그것은 예술이 오랜 시간 시대적 문제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왔다는 역사적 증명이기도 했다. 어쩌면 예술가는 대중들에게 시대의 문제를 법, 제도, 정책보다도 더 나은 방향과 독창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감각적으로 풀어나가는 시대의 행동가인지 모른다. 이제 예술의 주제와 영역은 미술관의 공간을 넘어서 자연과 기후, 지구의 문제까지도 긴밀하게 연결되어 졌다. 최근 기후위기에 대한 문제를 주제로 많은 과학자와 현대 시각 예술가들이 앞 다투어 의...
2023.12.10 15:09서양인에게 동양은 신비롭기 그지없는 미지의 세계이자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한 산업의 고도화로 인해 쏟아져 나오는 산물을 소비해줄 매력적인 시장이기도 했다. 서양의 함선에서 뿜어져 나오는 대포의 위력에 놀란 일본은 적극적으로 문호를 개방하고 진보된 문물을 받아들였다. 오페라 의 배경인 일본의 나가사키 항은 제일 먼저 제국주의 열강에 문호를 개방한 항구도시이다. 이곳에는 무역을 위한 상선과 더불어 늘어나는 교역으로 인해 서양 각국은 영사를 파견하였으며, 자국민 보호와 그들이 점령한 아시아의 식민지로 가는 경유지로 사용하였다. 항구 주...
2023.12.07 17:48마흔 번의 봄날이 다녀간 해였다. 구두통 들고 꼬꾸라져 죽었던 구두닦이의 피도, 나팔바지 멋지던 넝마주이의 두개골도, 남도땅 어느 억새 아래 진토되었을 시간, 누군가의 아빠,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누이, 아! 누군가의 사랑, 이승을 뜨지 못한 그 아무개들의 넋이 강산마저 무시로 변한 무대로 현현하였다. 두드리는 북소리는 마디마디 천지를 흔들었다. 격조 높은 선율들이 조우 해낸 무대의 여기저기 묵혀두었던 울음들이 백색 무희의 옷자락을 흔들어댔다. 그들의 몸짓은 꼬이고 뒤틀린 이 환장(換腸)할 세상에 토해내는 핏덩이 같은 것이었다....
2023.12.07 13:19달항아리와 귀얄찻그릇에 스민 고대신화 백자대호 즉 달항아리가 지닌 심미적 세계는 삼척동자라도 알 만큼 익히 알려져 있다. 국보로 지정되기도 하고 김환기 등의 거장들에 의해 자주 그려지기도 했다. 수많은 도공, 예술가들에 의해 빚어지기도 했다. 이 심심한 백자 항아리가 한국을 대표하는 이미지 나아가 한국미의 전형으로까지 대접받았다. 시대정신이 그리 만든 것이다. 하지만 백자의 출현 이후 그저 생활 도기의 하나로 치부했던 시절이 길었다.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호명되는 대부분의 것들이 그러할 것이다. 법고창신의 행로에는 늘 부침이 있...
이윤선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전남도 문화재전문위원>2023.11.30 14:48우크라이나에서는 문화에서 탈러시아화가 이미 매우 강력하게 추진되고 있다. 이는 지정된 기간 동안 사용된 러시아 및 러시아인이라는 단어를 우크라이나 및 우크라이나인으로 대체하는 것과 같다. 이러한 문화적 대체는 올바른 해석으로 역사를 찾기보다는 오늘날 구소련의 실패한 국가들은 이데올로기적으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강요하면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의 이데올로기적 압력은 너무 공격적이다. 그래서 이는 러시아 지우기라고 할 수 있으며 반대로 공격적 또는 강제적 우크라이나화라고 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가 수 세기 동안 ...
2023.11.30 13:34포구가 부산하다. 크레인이 김 양식용 자재를 배에 싣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자재를 가득 실은 배는 바로 포구를 빠져나가 양식장으로 향한다. 저만치 보이는 바다에는 김 양식 시설이 빼곡하다. 빈 바다에는 낚싯배들이 군데군데 떠 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는 고흥 발포다. 발포 앞바다는 조선시대에 조운선(漕運船)이 다니던 바닷길이었다. 조운선은 세금으로 거둔 곡식을 싣고 서해안을 거쳐 한양과 개경으로 올라갔다. 바닷바람이 거칠고 파도가 높을 때면 쉬어가기도 했다. 지금도 매한가지지만 남해에서 서해로 가는 배는 고...
2023.11.30 13:25제주 섬에도 장성(長城)이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가. 수많은 사람들이 관광객으로 다녀왔겠지만 이 장성에 대해 관심 있어 하는 자 별로 없었다. 부끄럽게도 나 또한 이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으니 말이다. 북쪽 해안가의 돌담 앞에 세워진 ‘환해장성’ 안내판을 들여다보기 전까지는 그저 수많은 제주의 돌담 중의 하나이겠지 했었다. 고려의 무인정권 시대다. 몽골군이 쳐들어와 조정이 무너졌다. 그러나 끝까지 저항했던 세력이 삼별초 무리다. 그들이 진도에서 려몽연합군에 항전하고 있을 때 ...
2023.11.30 12:4212월이면 세계 유수의 오페라 극장에서는 앞다투어 푸치니의 오페라 을 올린다. 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품 중 하나인 12월의 오페라 은 프랑스의 앙리 뮈르제(Henri Murger, 1822-1861)의 소설 을 푸치니와 황금기를 같이 이끌었던 주세뻬 자코자(Giuseppe Giacosa), 루이지 일리카(Luigi Illica)의 대본으로 완성됐다. 파리의 가난한 예술가들의 청춘을 묘사한 이 작품은, 완성도 높은 대본과 푸치니의 수려하고 매혹적인 선율, 그리고 그의 흥행사적 기질이 녹아들어 완벽한 작품이다. 프랑스어 ‘보엠’...
2023.11.23 17:33“단풍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보았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출제되기까지 했던 프로스트의 시, 의 앞머리다. 대개 인생의 두 갈래 길 혹은 여러 갈래 진로를 결정하는 일에 비유되곤 한다. 성경 마태복음 7장과도 연결된다.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
2023.11.23 12:48전쟁은 포병과 군인뿐만 아니라 역사와 함께 싸우기도 한다. 국가 지도자가 자신의 행동을 합법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므로 역사로 향하게 된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도 전쟁 상황 속에서도 역사 전쟁이 진행되고 있다. 주요 쟁점으로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하나의 민족인가, 현대 우크라이나는 레닌의 작품인가, 노보로시야 개념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등이 있다. 분석은 주로 러시아의 입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는데, 그것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을 찾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우크라이나라는 이름은 1187년 키예프 연대기에 처음 등장한다....
<전남대 글로벌디아스포라연구소 연구교수>2023.11.16 13:46‘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대흥사를 만나고 나오는 길이다. 두륜산 대흥사는 한반도에서 마지막 단풍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절집으로 오가는 ‘십리숲길’이 아직껏 노랗고, 빨갛게 물들어 황홀경을 연출하고 있다. 수북하게 쌓인 낙엽도 만추의 서정을 선사한다. 여행의 절반은 먹을거리에 있다고 했던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도 있다. 대흥사로 오가는 길에 닭 코스 요릿집이 줄지어 있다. 대흥사와 해남읍 사이, 이른바 ‘돌고개’ 주변이다. 오래 전 돌고개엔 주막과 대장간이 있었다고 전한다. 많은 사...
이돈삼 <여행전문 시민기자·전라남도 대변인실>2023.11.16 13:34(줄여서 ‘민박’)은 송석하(1904~1948)에 의해 설립된 (1945. 11. 8)을 효시로 삼는다. 임재해는 「조선민속학회 창립의 산파 송석하와 한국 민속학의 길」(한국민속학 57, 2013)이란 글에서 송석하의 업적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와 같은 맥락에서 를 설립하는데 산파 역할을 한 인물이라는 점, 사재를 털어 학회지 『조선민속학』을 간행한 업적 등을 평가한 것이다. 하지만 일본학자들과 어울렸다는 점을 들어 식민주의 공범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하여 민속학 및 인류학 전공의 여러 학자들이 가열찬 논쟁을 ...
2023.11.16 13:18여기 저기 들어서는 게 아파트 건물 일색이다. 그것도 밀집된 초고층으로. 편리성을 따져 너도나도 선호한 것이다 보니 처음에는 맨손으로 들어가도 불편함 없이 살 수 있다는 의미의 ‘맨션’이란 말로 유혹해 가진 자들의 차지가 되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보편화 되어 이 아파트 아니면 갈 곳이 없다. 어쩌다 하나씩 남아있는 단독주택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모두 고층 아파트 숲에 포위되어 숨죽이고 있다.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힌다. 이것도 세태의 흐름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자생적인 문화라고 말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
누가 누구를, 또는 무엇을 지켜내는지 모를 일이다.2023.11.16 12:572022년 뉴욕타임스에서는 ‘K-팝과 하이패션’, ‘경제와 예술 강국’의 현재와 , ‘한국 전쟁과 독재’의 과거를 대비하며 한국 예술가 김구림의 아방가르드 예술에 주목하게 된다. 아방가르드 예술의 선구자 김구림 작가(1936~ )는 70년 전 내전(civil war)의 수렁에 빠진 우리나라에서 오늘날 경제·예술 강국으로 전환의 변화 물결을 타며 1960~1970년대 아방가르드 운동의 중심인물로 주목하며, 이승택, 곽덕준 작가와 함께 한국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한국 미술의 새로운 시도와 비전을 보여주었다. 군사 독재 정권이 30년 이...
2023.11.12 1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