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종일>지구 삼중 위기 자연서 해법 찾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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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종일>지구 삼중 위기 자연서 해법 찾을 때
김종일 전남탄소중립지원센터장
  • 입력 : 2025. 07.03(목) 17:41
김종일 전남탄소중립지원센터장
최근 경북과 경남에서 발생한 산불은 사상자 수와 피해 면적뿐만 아니라 문화재 훼손에 이르기까지 국내 산불 역사상 최악의 재난으로 기록됐다.

산불은 불법 소각이나 실화 등에 의해 발생했지만, 이상 고온과 건조한 날씨, 강풍 등의 기후변화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대형 재난으로 확대됐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2024년은 기록상 가장 무더웠던 해였다.

세계 각지에서는 폭염, 가뭄, 홍수 등의 기상재해가 끊이지 않아 인명과 재산 피해가 급증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담수동물의 약 1/4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고 발표했고 생태학자들은 여섯번째 대멸종을 경고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최근 발표한 2025 글로벌 위험 보고서에서 향후 10년 동안의 글로벌 위험요인으로 극단적인 기상 현상, 생물다양성 손실과 생태계 붕괴, 지구시스템의 심각한 변화, 자연자원 부족을 1위부터 4위까지 꼽았다.

이처럼 80억 인류의 삶의 터전이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감소, 환경오염의 위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유엔은 이를 지구 삼중 위기(triple planetary crisis)라 부른다.

세 가지 위기가 서로 연결되어 환경적 위험을 증가시키고 세계 경제 손실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과학기술과 혁신을 강조하는 접근 방식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단기적인 성과를 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했다.

댐과 저수지, 제방만으로 홍수를 방지하기 힘들고 콘크리트 방파제만으로 폭풍과 해일 피해를 막아낼 수 없다.

오히려 이러한 시설들이 생태계 악화는 물론이고 장기적으로 경제적 비용 증가를 초래하기도 한다.

국제사회는 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자연기반해법(NbS, Nature-based Solutions)에 주목하고 있다.

자연기반해법의 정의와 개념은 다양하지만 자연의 기능과 생태계의 원리를 활용해 환경적·경제적·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 방식으로 요약된다.

자연이 인류에게 주는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가 여러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고 비용면에서도 효율적인 방안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

국제사회는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이 서로 연계되어 있음을 인식하고 파리협정에서도 산림과 습지 등 탄소흡수원의 보전 및 증진, 기후변화 완화 및 적응 대책의 공동 접근을 강조했다.

제15차 유엔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채택한 생물다양성 전략계획에도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연기반해법 및 생태계 기반 접근법을 통해 저감·적응·회복에 기여해야 한다는 목표가 포함됐다.

육상과 해양의 최소 30% 이상을 보호·관리하고 훼손된 생태계의 최소 30%를 복원하도록 했다.

이에 세계 각국은 지구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유엔 협약과 국가 목표를 이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다소 생소한 개념 같지만 우리 주변에서 행해졌던 생태하천 및 습지 복원, 도시 녹지 및 옥상정원 조성 등이 자연기반해법의 대표적인 적용 사례에 해당한다.

도시 공간에 대규모 습지를 조성할 경우, 홍수 저류지, 생물 서식처, 미기후 조절지, 비점오염원 저감 습지, 시민의 문화·휴식공간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연안의 훼손된 습지를 복원하면 폭풍과 해일 등의 재해를 방지하고탄소흡수원을 확보하며 생물다양성을 회복할 뿐만 아니라 어족 자원의 증진을 통해 어민의 소득 증대까지 기대할 수 있다.

자연기반해법은 나아가 환경 문제를 넘어서 지역을 더 건강하고 안전하며 경제·문화적으로 풍요롭게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발전 전략의 일환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순천만 습지와 태화강 십리대숲 일원을 보전·복원해 국가정원 1호와 2호로 지정받고 생태관광의 명소뿐만 아니라 도시 브랜드로 활용하고 있는 순천시와 울산시의 사례를 본받아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