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서울 종로는 대한민국 정치 1번지로 불린다. 윤보선, 노무현, 이명박 등 대통령을 3명이나 배출했다. 총선 때마다 종로 후보로 누굴 낼 지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과거만 봐도 종로는 대권 주자급이나 원로급 정치 거물들의 무대였다. 지난 2020년 4·15 총선땐 문재인 정부시절 초대 총리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총리이자 미래통합당 대표인 황교안 후보가 ‘빅 매치’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 외에도 손학규, 정세균, 오세훈, 홍사덕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정치거물들이 정치 인생을 걸고...
2023.11.29 16:54빈대는 예부터 관련 속어와 속담이 많았다. 대부분이 부정적인 의미다. 사람들에게 크고 작은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빈대의 주식은 인간의 따뜻한 피다. 그래서 침대 등 잠자리를 서식 환경으로 삼는다. 특히 생활 환경이 열악한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괴롭혔다. ‘빈대 붙는다’, ‘빈대 미워 집에 불놓는다’,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운다’, ‘집이 타도 빈대 죽으니 좋다’와 같은 속담에서 빈대에 대한 미움과 혐오감이 짙게 묻어난다. 빈대의 납작한 모양에서 유래된 말도 많다. ‘빈대코’, ‘빈대 밤’ 같은 표현은 납작한 모양을 떠올린...
2023.11.28 17:22경영난으로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는 ㈜위니아가 생산라인 재가동을 도운 광주시에 감사 서한문을 전했다는 소식이다. ㈜위니아의 법률상 관리인인 김혁표 대표이사는 지난 22일 강기정 광주시장 앞으로 서한문 형식의 공문을 보냈다. ‘위니아 생산 재가동 지원에 대한 감사’라는 제목의 글에서 김 대표는 “기업회생 신청, 회생 개시 결정 이후 중단된 생산라인을 지난 6일 재가동하려고 협력회사와 부단히 노력했지만, 지지부진한 성과로 의미를 갖지 못하던 중 광주시의 전방위적 지원으로 지난 20일부터 정상적인 가동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썼다...
2023.11.27 12:331979년 12월12일, 서울에 살던 한 고등학생은 육군참모총장 공관 건너편에 있던 친구집 옥상에서 2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총소리를 들으며 떨었다.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건 그 후 오랜 시간이 지나서였다. 44년 전 벌어졌던 12·12군사반란이 영화 ‘서울의 봄’에서 다시 재현됐다. 이 영화는 1979년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 세력이 당시 최규하 대통령의 재가도 없이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강제로 연행시키면서 군 내부의 주도권을 불법적으로 장악한 군사반란을 담았다. 김성수 감독은 당시 고등학생일 때 들었던 총격은 끝없이 이어지는...
2023.11.26 14:55‘모름지기 한 생각 놓아버려라/놓아버리고 또 놓아버리면/본래의 청정한 본성이 그대로 드러날지니…’. 임진왜란 당시 승군으로 활약했던 서산대사는 불교계의 거목이다. 과거에 낙방한 뒤 지리산 등을 유람하다 불법에 심취했던 그는 어느 날 낮 닭이 홰를 치며 크게 우는 소리를 듣고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이후 33세 되던 해 승과에 장원으로 급제했지만 승려의 본분을 따라 금강산과 묘향산 등을 돌며 공부에만 집중했다. 임진왜란 때는 속세 나이 73세에 8도 도총섭에 올라 1500여 명의 승군을 이끌었다. 서산대사는 조선 시문학을 완성...
2023.11.23 17:09“제발 정치인들 싸움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선거가 다가오면 으례 듣는 푸념이다. 언제부터 나온 말일까. 일설에는 박정희 정권때 ‘일하시는 대통령’을 띄워주기 위해 반대 급부로 ‘국회의원들은 허구헌 날 쌈박질만 한다’는 어젠다를 만들었다는 얘기도 있다. 국회는 여야 의원들이 링에 올라 싸워야 하는 장소다. 정당하게 토론하고 논쟁을 펼치라고 만들어 놓은 장이다. 결론이 나올때까지 며칠간이라도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이 걸 싸움으로 표현하는 건 잘못이자 억지다. 치열한, 격렬한 토론으로 표현하는 게 한글 창제한 세종대왕에 대...
2023.11.22 09:40구례군 토지면 오미리에 위치한 조선 시대 양반 가옥인 운조루가 있다. 도연명의 ‘귀거래사’ 시구 ‘구름은 무심히 산골짜기를 나오고(雲無心以出岫) 새는 날다 지치면 돌아올 줄 아네(鳥倦飛而知還)’의 첫 두 글자인 운(雲), 조(鳥)를 땄다. 운조루는 한국의 3대 명당이라고 하는 금환락지에 해당한다. ‘금환락지’는 선녀가 하늘로 올라가면서 떨어뜨린 금가락지 모양의 땅이라는 뜻이다. ‘구만들’이라고 불리는 구례 들판에 자리 잡은 오미리는 지리산 일대에 홍수나 가뭄이 들더라도 농사를 지을 수 있었던 풍요의 땅이다. 운조루는...
2023.11.21 17:44개고기 식용을 둘러싼 찬반은 해묵은 논란거리다. 최근엔 반려견을 기르는 인구가 늘면서 개고기를 먹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이들은 인간의 오랜 친구요, 가족 같은 개를 식용으로 삼는 것은 철폐돼야 할 악습이라고 주장한다. 과거와 달리 단백질 공급원이 많은 상황에서 굳이 개까지 먹어야 되느냐는 의견도 나온다. 우리의 개 식용 문화를 놓고 해외의 시선도 곱지 않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홋스퍼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 선수는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일부 악성 누리꾼들로부터 그동안 ‘개, 고양이, 박쥐나...
2023.11.20 14:29전남지역의 한 공공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Y(34)씨는 일주일에 두 번, 야간에 광주지역으로 대학원 수업을 가기 위해 탄력근무제도를 유용하게 이용하고 있다. 하루 8시간 근무에서 2시간을 일찍 퇴근함으로써 자신이 보유한 1개의 연차 휴가 중 0.25 분량을 사용하는 것이다. 갑작스럽게 몸이 아파 출근 전 병원 진료가 필요하다면 당일 지참을 내고 1시간 늦게 출근하는 것도 가능하다. Y씨에게 하루 8시간의 근무시간 중 1시간은 추상적인 숫자가 아니라 ‘0.125’라는 숫자로 명확하게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Y씨와 같이 최근 하루...
2023.11.19 16:22가끔씩 ‘적자만 내는 지역의료원이 필요한가’라고 묻는 이가 있다. 이런 이들에게 입 아프게 답변하는 대신 슬쩍 내밀어줄 보도가 최근 전남일보에 실렸다. 강진의료원 이야기다. 지난 14일 전남일보 기자와 강진의료원 신생아실 인근에서 만난 박은숙(33)씨는 자신의 딸 임시아(0)양을 보며 연신 함박웃음을 지었다. 10개월간 한 몸에 있으면서도 눈으로 직접 볼수 없었던 자식의 모습이 그저 신기했기 때문이다. 사실 박씨의 출산은 지역에서 뿐만 아니라 전남에서도 엄청난 일이었다. 본인이 장애를 가지고 있는데다 분만 직전 코...
2023.11.16 13:48목하 가을이 깊어가며 길가 가로수마다 울긋불긋 단풍이 들더니 이마저도 싫은지 이내 옷을 벗어버린다. 점심 후 달달한 커피 한 잔 들고 늘상 가던 그 길에도 노란 은행나무잎이 나비 춤추듯 내려앉아 융단을 폈다. 회색빛 음울한 삶에 찌든 영혼들에게 진한 커피향 같은 낭만을 선사하는 가로수길을 걷노라니, ‘한국의 나나 무스꾸리’로 불렸던 포크 가수 박인희의 노래가 떠오른다. “길가에 가로수 옷을 벗으면 떨어지는 잎새 위에 어리는 얼굴/ 그 모습 보려고 가까이 가면, 나를 두고 저만큼 또 멀어지네/ 아~ 이 길은 끝이 없는 길...
2023.11.15 16:27“오늘 이 자리는 우리 민족을 일으켜 세우는 거대한 첫 걸음이 될 것이다.” 1952년 6월 9일, 남강 최상채 박사가 광주서중에서 열린 전남대학교 개교식에서 상기된 표정으로 취임사를 했다. 1903년 장흥에서 태어나 일본교토대학에서 의학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교육에 대한 열망이 누구보다 높았던 학자였다. 사석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줄곧 ‘내 꿈은 문교부장관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날 전남대 초대 총장에 취임하면서도 ‘민족교육과 인재양성’을 수차례 다짐했다. 1951년 설립 인가를 받은 전남대는 1952년 도립광주의...
2023.11.14 16:45가을이 무르익을 11월에 성큼 다가온 추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길거리 음식이 유혹하는 계절이 성큼 다가왔다. 올 여름 국내 길거리 음식하면 ‘탕후루’가 꼽힌다. 탕후루는 중국식 디저트로 과일을 나무 꼬치에 꽂아 설탕과 물엿을 입혀 겉면을 딱딱하게 굳힌 뒤 먹는 음식이다. 탕후루는 10~20대사이에서 ‘최애 간식’으로 꼽힌다. 실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 7월 말부터 9월 초까지 냉동·간편 조리 식품 분야 10대 인기 검색어 1·2위 모두 탕후루 관련 키워드였다...
2023.11.13 17:09‘자신의 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는 뜻의 ‘도광양회(韜光養晦)’라는 말이 있다. 도광양회는 삼국지의 ‘도회지계(어둠 속에 계획을 감춘다)’에서 유래됐다. 유비가 여포에게 패한 후 거지 신세로 쫓겨다니다가 조조에게 의탁하게 될 당시, 조조는 유비의 야망을 떠보고자 했고 이에 유비가 깜짝 놀라며 호들갑을 떨게 된다. 그 덕분에 유비를 겁쟁이로 여기게 된 조조는 그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지 않게 됐다. 유비는 이러한 고비와 굴욕을 잘 참아 넘겨 결국 훗날 중원의 패권을 두고 조조와 치열하게 경쟁할 수 있었다. 도...
2023.11.12 18:20일본에는 우리나라의 수능과 같은 ‘대학입학공통테스트(大學入學共通テスト)’가 있다. 매년 1월13일 이후 첫 번째 주말, 이틀에 걸쳐 진행되는 ‘공통테스트’를 앞두고 많은 수험생들이 돈가스를 먹는다. 돼지 돈(豚)에 커틀릿(Cutlet)의 일본식 발음 ‘가스’를 합친 말이다. 한자 이길 승(勝)도 가스(かつ)라고 발음하는데, 돈가스를 먹으면 ‘시험에서 싸워 이긴다’는 뜻이 됐다. 일본말로 ‘스데키(ステキ)’라 발음하는 스테이크(Steak)도 합격 기원 음식이다. 한자 대적할 적(敵)도 데키(テキ)라고 발음하는데, ‘적을 물리쳐 승리’...
2023.11.09 1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