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서울의 봄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서석대
[전남일보]서석대>서울의 봄
최황지 취재1부 기자
  • 입력 : 2023. 11.26(일) 14:55
최황지 기자
1979년 12월12일, 서울에 살던 한 고등학생은 육군참모총장 공관 건너편에 있던 친구집 옥상에서 20분이 넘는 시간 동안 총소리를 들으며 떨었다.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건 그 후 오랜 시간이 지나서였다. 44년 전 벌어졌던 12·12군사반란이 영화 ‘서울의 봄’에서 다시 재현됐다. 이 영화는 1979년 전두환·노태우 등 신군부 세력이 당시 최규하 대통령의 재가도 없이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을 강제로 연행시키면서 군 내부의 주도권을 불법적으로 장악한 군사반란을 담았다. 김성수 감독은 당시 고등학생일 때 들었던 총격은 끝없이 이어지는 질문을 낳았고 이런 의문이 이 작품의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김 감독은 ‘서울의 봄’이 개봉하고 나서야 ‘숙제를 끝낸 기분’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전두환이 부당한 방법으로 대통령 자리에 앉은 그 욕망의 출발점이 된 12월12일 그날의 밤. 당일 밤부터 다음 날 새벽이 당도하기까지, 서울에서 반란을 일으킨 신군부 세력과 그들을 진압하기 위해 나섰던 진압군의 9시간은 이후 대한민국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영화는 반란의 주체 전두광(전두환)과 본분과 신념을 지키는 진압군 이태신의 대결로 진행된다. 전두광은 권력에 대한 집착으로 사조직인 ‘하나회’를 활용한다. 이에 수도 서울을 책임지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은 도덕적 신념으로 맞선다. “성공하면 혁명, 실패하면 반역”이라는 전두광의 외침은 법과 질서를 위반하면서 권력을 침탈한 그의 삐뚤어진 야망을 그대로 표출한다.

영화는 실제와 같이 신군부 승리가 담긴다. 기대와는 다르게 실존 인물인 전두광에 대한 허구적 처벌, 단죄 또한 영화 속에 담기진 않는다. 단지 영화는 서막에서 밝혀둔 것과 같이 ‘그해 겨울 철저히 감춰졌던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주력한 것처럼 보인다. 아무도 모르게 서울을 장악하려 한 신군부 세력의 탐욕적 모습을 정확하고 또렷하게 전달한다. 그렇다면 12·12군사반란에 대한 역사적 단죄는 없었나. 불행하게도 전두환과 하나회 멤버들은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 모두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그들에 맞섰던 군인들은 강등과 감금 등 비참한 말로를 맞았다.

다만, 영화는 말미에서야 이들을 영화적으로 처벌한다. 비열한 독재자와 하나회 멤버들의 사진이 실제 사진과 겹치면서 우리에게 이들을 기억하라는 메시지를 묵직하게 전달한다. 영화 ‘서울의 봄’은 개봉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동원했다고 한다. 한국 영화의 부진 속, 오랜만에 극장의 봄을 끌고 올 것으로 기대된다. 역사와 기억의 중요성을 담은 영화다. 서울의 봄은 찰나에 끝났지만, 영화 서울의 봄은 오랫동안 국민들에게 기억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