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튜브에서 ‘민생회복지원금’을 검색하면 과장되거나 잘못된 정보를 담은 썸네일이 게재된 콘텐츠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유튜브 |
민생회복지원금 신청까지는 12일이나 남았지만 광주광역시 일선 구청은 하루에도 쏟아지는 문의전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문의 내용은 주로 ‘언제부터 신청할 수 있는지’, ‘대리 신청이 가능한지’,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 등 다양하다.
그러나 단순히 문의에서 끝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일부 민원인은 “아니 유튜브에서는 7월1일부터 된다는데 왜 안해주는 것이냐”며 되레 호통을 치기도 한다. 담당 공무원은 “정부 결정이 나지 않았다. 유튜브가 잘못 알려 준 것”이라고 설명해도 고령층 민원인일수록 ‘사람을 바보 취급한다’며 성질만 낼 뿐이었다.
9일 광주지역 5개 구청을 대상으로 취재한 결과, 주민센터에는 하루 평균 적게는 1건, 많게는 10건 이상의 전화 및 방문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고령층과 저소득층에 집중된 지역의 경우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200건이 넘는 관련 문의가 쏟아지기도 했다.
한 주민센터에서 사회복지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 A씨는 “민생회복지원금 관련 전화가 매일 걸려온다. ‘동사무소에 가면 되느냐’, ‘대리 신청이 가능한가’ 등 모든 직원이 문의를 받고 있다”고 현장 상황을 전했다.
이렇게 문의 전화가 빗발치는 것은 바로 ‘가짜 정보’때문이다.
유튜브나 대형 포털사이트 등에는 조회수를 노려 잘못된 정보를 마치 사실처럼 전파하거나 일부는 유료 서비스로 유도하기 위해 민생회복지원금을 바로 받을 수 있다고 전달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4일 “‘민생회복지원금’을 검색했을 때 상단에 노출되는 블로그 등에서 유료 서비스로 연결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
유튜브의 경우에는 유료결제를 유도하는 피싱사이트로의 연결은 없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자극적인 제목으로 클릭을 유도한다. 해당 유튜브에 들어가 보면 구체적인 설명없이 같은 말만 반복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실제로 지원금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 6월29일, 한 유튜브 채널에는 “속보! 내일부터! 6월30일 지급 확정!”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이 채널은 10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고, 해당 영상은 순식간에 조회수 3만회, 좋아요 1000회를 기록했다.
또 다른 구독자 1만명 규모의 채널에서는 더 앞선 6월 25일 “속보, 전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이날’입금됩니다. 날짜 꼭 확인하세요!”라는 영상이 게시됐고, 조회수 8만회, 좋아요 2000회를 기록했다.
‘충격 정보’라는 설명으로 게시된 이 영상은 무려 41분간 날짜를 언급하지 않고 단순히 지원 내용을 반복 설명했다. 이것은 모두 조회수를 늘려 수익을 얻고자 함이다.
이 같은 낚시성 영상에 정작 피해를 입는 것은 현장 공무원들이다.
수십여건의 문의를 받고 있다는 공무원 B씨는 “유튜브에서 들었다면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들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공공기관이 안내하는 공식 정보에 따라 행동해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번 지원금은 외국인에게도 지급이 확정되며 이주민들의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이들 역시도 대부분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접한 이들이다.
공무원 C씨는 “언어 장벽이 있는 외국인 주민들은 자녀를 통해 정보를 듣는다. 그런데 이 자녀들이 정보를 접하는 채널이 유튜브”라면서 “유튜브의 잘못된 정보 전달에 대한 제재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답했다.
정유철 기자 yoocheol.je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