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서석대>광주 군공항 이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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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서석대>광주 군공항 이전 논란
박간재 전남취재부장
  • 입력 : 2023. 11.22(수) 09:40
박간재 전남취재부장
“제발 정치인들 싸움 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선거가 다가오면 으례 듣는 푸념이다. 언제부터 나온 말일까. 일설에는 박정희 정권때 ‘일하시는 대통령’을 띄워주기 위해 반대 급부로 ‘국회의원들은 허구헌 날 쌈박질만 한다’는 어젠다를 만들었다는 얘기도 있다. 국회는 여야 의원들이 링에 올라 싸워야 하는 장소다. 정당하게 토론하고 논쟁을 펼치라고 만들어 놓은 장이다. 결론이 나올때까지 며칠간이라도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 이 걸 싸움으로 표현하는 건 잘못이자 억지다. 치열한, 격렬한 토론으로 표현하는 게 한글 창제한 세종대왕에 대한 예우가 아닐까 싶다.

반면 광주·전남에는 지역민들로부터 ‘치열하게 토론 좀 해보라’는 핫이슈가 있다. 광주 민간·군공항 이전 문제다. 첨예한 사안이라 쉽게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다. 광주시와 전남도, 무안군이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소모적 논란만 이어가고 있다.

“됐고, 내 지역은 안돼” “내 지역에서 순순히 보내줄 순 없지” “그만하면 됐으니 이쯤에서 합의해”라는 식의 접근은 해법이 될 수 없다. 이 갈등이 어디 세 곳 지자체장과 담당 실·국장들만 탓할 일이겠는가. 정부와 국방부, 국토부의 방관자적 무대응도 문제로 지적된다.

경기도 화성군민들도 ‘수원군공항 이전특별법’이 연내 발의될 거라는 소문에 반발하고 있다. “조용한 마을에 비행기소음이 웬말이냐”는 등 반대 목소리가 높다. 반면 대구공항 이전은 순항중이다. 지난 20일 대구시와 국방부가 군공항(K2) 이전 합의각서를 체결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부러울 따름이다.

최근 지역에서도 광주 군공항 이전 논의의 장이 마련되고 있다. 듣던 중 반가운 얘기다. 지난 21일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함평에서 열린 ‘도민과의 대화’에서 “전남지역 발전을 위해 군공항의 무안이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상익 군수로부터 “전남도와 광주시와 타협하고 관련기관간 협의하겠다”는 답변을 이끌어 냈다. 앞서 지난 15일엔 광주시가 입장문을 내놨다. 군공항은 함평, 민간공항은 무안으로 동시이전이 가능하며 무안·함평을 포함한 4자협의체 구성과 시·도지사 만남을 촉구했다. 이후 전남도가 함평을 제외한 3자협의체 제안에 광주시도 긍정 답변을 내놨다. 논의의 장을 만들었다는 데 위안이 된다. 이제 두 지자체장이 지역민을 위해 통큰 결단을 내려야 한다. 광주·전남 상생발전 현안으로 ‘군공항 이전’이 지렛대가 될 터다. 세상사 첫술에 배부를 순 없다. 남과 처지를 바꿔 생각해 보라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가 절실한 시점이다. ‘열명의 사람은 발자국을 남기고/백명의 사람은 오솔길을 만들며/천명의 사람은 길을 만든다(중앙아시아 속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