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환 논설실장 |
“기술과 예술이 살아있는 우주의 서사극이다.” 지난 2013년 개봉된 ‘그래비티(Gravity·중력)’는 인공위성의 잔해와 우주왕복선이 부딪치면서 우주공간에 내던져진 우주비행사들의 재난을 그린 영화다. 우주 공간을 유영하며 허블 우주 망원경을 수리하는 초보 우주 비행사 라이언과 베테랑 맷. 그들에게 아름다운 지구를 내려다보던 평화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러시아의 미사일 실험으로 발생한 ‘잔해 폭풍’으로 우주선은 파괴됐고 광대한 우주는 그들에게 공포였다. 초속 22.35㎞의 우주쓰레기가 끊임없이 날아오는 것도 두려움이었다. ‘우주쓰레기의 가공할 위협을 예술로 승화시킨 영화’라는 게 당시 평론가들의 평가였다.
우주를 향한 인간의 꿈은 끝없는 우주탐험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인류의 꿈과 반대로 우주쓰레기는 영화 속 상상을 넘어 현실이 되고 있다. 유엔우주사무국(UNOOSA) 우주파편 환경 모델에 따르면, 2023년 12월 31일 기준 지구 궤도에 존재하는 우주쓰레기는 1억 100만여 개에 이른다고 한다. 이 가운데 1㎜~10㎝의 소형 쓰레기가 1억 2900여만 개, 10㎝ 이상은 3만 4000여 개에 달한다. 우주쓰레기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고, 이를 치울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전문가들도 지구환경의 오염과 훼손이 재앙으로 이어지듯, 늘어나는 우주쓰레기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를 늦추지 못하고 있다.
우주로 발사된 후 지구 궤도를 떠돌던 금성 탐사선 ‘코스모스 482호’가 9~11일 사이 대기권에 재 진입할 것이라고 한다. 1972년 옛 소련에서 발사된 뒤 추진체가 고장나 지구에 갇혔던 바로 그 우주선이다. 다행히 인구 밀집 지역에 떨어질 가능성은 낮다 지만 견고한 탐사선의 구조를 감안하면 안심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재돌입 시점과 장소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점도 불안을 키운다. 우주는 오랫동안 인류에게 도전의 상징이면서 신비의 원천이었다. 임계치를 넘어선 육상쓰레기와 해양쓰레기를 넘어 이제는 우주쓰레기까지, ‘쓰레기 행성’으로 전락한 지구의 미래가 답답하다. 이용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