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시행된 예비군 동원훈련이 종료된 뒤 군 당국에서 보낸 서한. 독자 제공 |
지난 8일부터 사흘간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한 예비군 훈련장에서 시행된 예비군 동원훈련.
당시 하루도 빠짐없이 폭염주의보가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동원훈련이 진행되자 참가한 예비군들은 참다 못해 분통을 터뜨렸다.
8일 낮 12시부터 동원훈련이 시작된 훈련장 연병장은 이미 35도가 넘는 폭염으로 인해 아지랑이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예비군들은 “벌써부터 숨막힌다”, “이 날씨에 진짜 훈련하는게 맞냐”며 볼멘소리를 냈다.
뜨거운 햇빛으로 인해 입소식은 실내에서 진행됐으나, 이미 수백 명이 넘는 예비군들로 인해 건물 내부는 밖과 별 다름없는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폭염이 지속된다는 예보가 있는데 굳이 이런 날씨에 예비군 훈련을 해야 하나”는 예비군들의 대화에 조교들은 “혹서기인 7월 말부터 8월 첫 주까지 단 2주 동안만 예비군 훈련이 중단된다”고 설명했다. 예비군 훈련 소집은 폭염과는 관계없이 오직 정해진 날짜에만 중단된다는 것이다.
입소식을 기다리는 예비군들은 두꺼운 군복을 펄럭거리거나 종이로 부채질하면서 “덥다, 더워”란 말을 반복할 따름이었다. 다행히 이날은 더운 날씨로 인해 대부분의 야외 훈련은 진행되지 않았으나 예비군들이 머무는 생활관이 말썽을 부렸다.
몇몇 생활관에 에어컨이 가동이 되지 않은 것. 여기에 땀을 너무 많이 흘린 예비군들은 정수기 앞으로 몰려들었으나 물이 나오지 않는 상황도 발생했다.
조교들은 “예비군들이 생활에 불편한 점들이 있다면 즉시 조치하겠다”고 말했지만 이미 첫날부터 예비군들은 지칠대로 지칠 수 밖에 없었다.
입소 이틀째인 9일,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군 당국은 오전 일찍 사격 훈련을 실시했으나 이미 오전 6시께부터 광주·전남 전 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뒤였다.
예비군들은 뜨거운 태양 속에서 사격장까지 도보로 이동하느라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전투복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조교들은 폭염에 대비해 천막과 얼음물 등을 준비했으나 예비군들의 흐르는 땀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격을 기다리는 장소도 문제였다. 그늘조차 없어 예비군들은 땡볕에서 마냥 앉아서 기다려야 했고, 사격 진행시에도 K-2소총은 뜨거운 햇볕에 총열이 달아올라 쉽게 만질 수도 없었다.
심지어 사격을 늦게 시작한 중대에 소속된 예비군들은 30도가 넘는 상황에서 훈련을 진행해야 했다.
오후에는 온도가 35도까지 올라 더 이상 야외훈련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군 관계자들이 야간훈련을 진행했다.
다만 밤에도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으로 유지되는 ‘열대야 현상’으로 인해 무더위는 계속됐고 예비군들은 강행되는 훈련 속에 고통을 호소했다.
소총수 이진성(26)씨는 “이런 무더운 날씨에 두꺼운 전투복과 방탄모를 쓰고 훈련에 참여하니 미치도록 덥다. 조금 어지럽기도 했다”며“야간 훈련도 더위를 해결하기에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훈련 4년 차인 한 예비군은 “이 폭염에 다인용 텐트를 치는 등 여러 훈련을 하다보니 땀이 안 날 수가 없다. 밤에는 햇빛이 없어 괜찮을 줄 알았지만 큰 착각이었다”며 “아무리 혹서기 기간이 아니라 해도 폭염경보가 며칠째 이어지는데 훈련을 하는 것 무리다. 다음부터는 날짜 조정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군 관계자는 “예비군들이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훈련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이런 폭염에도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고 전했지만 내년 일정을 조정하겠다는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이정준 기자 jeongjune.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