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환 논설실장 |
경제 관료였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자타가 공인하는 개방론자다. 규제 완화와 자율 경쟁도 강조했다. 통상본부장 시절, 그는 한미통상협정을 주도하면서 가장 먼저 스크리 쿼터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고, 1999년 뉴라운드 협상에서는 농산물과 공산품을 포괄하는 ‘포괄적 협정’을 주도했다. 한미투자협정도 적극 추진했다. 2005년 참여정부가 들어선 이후 노무현 대통령이 그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 임명한 것도 ‘시장 친화적 부총리’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고 한다. 역대 정권을 거치며 주미 대사와 무역협회장, 국무총리를 역임하는 등 이력도 화려하다.
지난 달 24일 이혜진이 쓴 ‘지금 한덕수’는 한덕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변이면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국가는 어떤 모습인가’에 대한 탐색이다. 그는 ‘8년 사이 두 번의 대통령 탄핵을 겪어야 했던 상황에서 이젠 단순한 인물 교체가 아닌 시스템을 복원해야 하고 그 적임자가 한덕수’라고 주장한다. ‘갈등의 정치’를 넘어 ‘통합의 정치’로 나아가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한다. ‘한덕수가 대통령이 된다면, 가장 먼저 기대할 수 있는 변화는 정치적 소음의 감소’라는 말도 이색적이다. 경제 관료로서 무미건조함 때문인지, 탁월한 지도력 때문인지는 이 작가에게 의미 없는 구분일 뿐인 것 같다.
한덕수 대행이 1일 사퇴했다. ‘중책을 내려놓고 더 큰 책임을 지는 길을 걷겠다’는 그의 말은 사실상 대선 출마 선언으로 해석된다. 한 대행은 50여 년 공직생활을 하면서 ‘처세의 달인’으로 불렸다. 주미 한국대사와 국무총리를 역임하는 등 공직생활도 누구보다 화려했다. 반면 ‘허상’이라거나 소신보다 정권에 자신을 맞춰온 ‘관료형 인사’라는 혹평도 나온다. 무미건조한 경제관료일까, 아니면 탁월한 지도자일까. 이재명 후보에 대한 유죄 취지 파기환송과 ‘개헌 전선’에 뛰어든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 그리고 한 대행의 사퇴까지. 게임이 끝난 줄 알았던 2025년 대선이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운 혼돈의 게임으로 다시 시작되고 있다. 이용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