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농작물재해보험에서 보상받을 수 있는 농작물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농산물 재해보험 대상 농작물은 시설작물 23개, 채소 14개, 과수 13개, 식량 11개, 임산물 8개, 특작 4개, 버섯 작물 3개 등 76개로 보험 대상이 아닌 농작물은 피해를 보상받을 길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그나마 재해보험을 들 수 있는 곳도 국내에서는 농협 손해보험사 1곳으로 농민 입장에서 선택지마저 전혀 없다. 지역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농작물도 천차만별이다. 농민의 과실이 아닌 자연재해에 따른 보상금 지급으로 다음 해 갱신시 할증도 이해하기 어렵다.
폭우나 폭염, 폭설 등 자연 재해에 의한 피해가 몽땅 농가의 몫이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유례 없는 폭우가 휩쓴 광주에서도 보험 대상이 아닌 작물을 재배하거나 고장 난 농기계 부품 등의 피해가 보험에서 제외돼 농민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한다. 지역 농민들도 물에 잠기거나 무너진 시설과 작물을 복구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빈발하는 농업재해를 농작물재해보험에 모두 담아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농민들의 최소한의 사회보장을 위해 운영되는 농작물 재해보험이 근본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되레 농민들을 소외시키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률은 50%에 머물고 있다. 농민에게 마지막 기댈 언덕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정부와 자치단체, 농협 등 관계 기관은 이상기후로 인한 잦은 농업재해를 극복하기 위한 재해보험이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세부 내역을 전면 재검토 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재해로 피해를 입은 농민을 돌보는 것이고 보험은 그 다음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