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나주 한 공장에서 인권 유린 피해를 당한 스리랑카 국적 A씨가 24일 나주 시청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여해 그간 받은 피해를 폭로했다. 이정준 기자 |
벽돌에 결박당하고, 지게차로 들어 올려지는 조롱을 당한 스리랑카 국적 노동자 A(31)씨는 담담하게 말했지만 그 목소리는 슬픔과 분노가 담겨 있었다.
지난 2월26일 전라남도 나주 한 벽돌생산 공장에서 이주노동자를 벽돌에 비닐테이프로 결박하고 지게차로 들어 올리는 인권 유린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A씨는지난해 12월 한국에 입국해 해당 공장에서 3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았을 때였다.
사건의 전말은 50대 한국인 지게차 운전자 B씨가 A씨에게 ‘동료 스리랑카 국적 노동자들을 잘 가르쳐라’고 지시했으나 노동자들이 일을 잘하지 못하자 B씨가 A씨를 하얀 비닐로 벽돌에 묶어 화물차에 결박하고 지게차로 들어올리면서 “잘못했냐”, “잘못했다고 해야지”라며 다그쳤다. A씨는 공포와 수치심 속에 B씨가 시키는대로 대답해야 했다.
뒤늦게 사건을 접한 광주·전남 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는 24일 오전 11시께 나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상황에 대해 강력히 규탄에 나서며 진상규명과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단체는 “ 함께 일하는 노동자를 동료가 아닌 기계처럼, 동물처럼 이주 노동자를 인식하는 문제가 이번 참상으로 드러난 것”이라며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져야한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또 “사업주의방조 또는 책임여부 역시 조사되야하고 이번 사건을 일회성 사건이 아닌 이주노동자들이 겪는 고통과 구조적 문제점을 명확히 파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는 오늘이 생일이지만 축하와 기쁨이 아닌 공포와 불안 속에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며 “이 사건은 이주노동자를 타자화하는 구조적 차별과 폭력의 문화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지적했다.
![]() 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는 24일 오전 11시께 나주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권유린을 규탄 했다. 이정준 기자 |
해당 공장에서는 A씨를 포함해 한국인 노동자와 스리랑카, 동티모르, 중국 등 이주노동자 총 20여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말이 서투른 A 씨는 자신이 조롱당하고 있다고 생각해 동료 근로자 등에게 수개월 동안 도움을 요청했고 이에 연락이 닿은 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는 지난 15일 사진과 영상 등을 입수했다.
단체는 경찰에 사업장 등을 고발하고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할 방침이다.
고용부는 노동권을 위협받는 사태가 발생한 점을 인지하고 해당 사업장에 대해 즉시 기획 감독에 착수하기로 했다.
나주=이정준 기자 jeongjune.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