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이명노>민주주의의 시작은 듣는 것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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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단상·이명노>민주주의의 시작은 듣는 것부터
이명노 광주광역시의원
  • 입력 : 2025. 07.24(목) 16:39
이명노 광주시의원
1년 반쯤 전, 전남일보에 실린 기고문을 떠올린다. “역사적으로 대학생의 입을 막은 정권은 망했다”는 제목으로, 대학생·의료인·국회의원의 ‘입틀막’ 사건을 조명했다. 제목 그대로, 결국 그 정권은 망했고 국민은 새로운 정부를 만들었다. 이제 그 정권이 들어선 지 두 달,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되돌아볼 때다.

불과 두 달 남짓의 임기 차이가 이렇게 다를 수 있나 싶다. 타운홀 미팅, 각계각층과의 간담회, 전 정부 국무위원들과의 국무회의까지. 닫혀 있던 국정의 문이 사람 하나 바뀌었다고 활짝 열렸다. ‘소통’이라는 말이 이토록 낯설었던 지난 3년을 생각하면 놀라운 변화다.

강성희 의원의 입틀막 사태를 기억하는가. 대통령에게 국정 기조 전환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행사장에서 무시당하고, 대통령 경호처장에게 뺨을 맞고, 손발이 들려 끌려나갔다. 국민의 대표가 대통령에게 받은 대우였다. 그 사건 하나로 윤석열 정부의 국회·국민과의 관계가 어떤 수준이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재명 대통령은 다르다. 임기 첫날부터 야당 지도부를 만나 협치를 제안했다.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당당히 입장을 밝혔고, 국무위원 후보자들도 인사청문회에서 성실하게 답변했다. ‘선출된 권력을 존중하라’는 대통령의 당부가 영상으로 전파됐고, 국민은 그 말에서 존중받는 느낌을 받았다.

카이스트 대학원생의 졸업식 입틀막 사건도 있었다. R&D 예산 복구를 요청하는 청년의 용기 있는 외침은, 사라져야 할 구호가 아닌 제도권이 귀담아들어야 할 미래세대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 용기 있는 한마디는 끌려나감으로 되돌아왔다.

반면 이재명 대통령은 청년에게 마이크를 건넸다. 타운홀 미팅에서도, 신규 공직자들과의 행사에서도, 정제되지 않은 언어까지도 귀 기울였다. 발언의 격식보다 진심을 듣겠다는 태도가 일관됐다. 이제 그 젊은 목소리들이 더 커질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의사들의 입틀막도 있었다. 의정 갈등을 풀어낼 의지가 전혀 없다는 걸 보여준 사건이었다. 그 이후로 어떤 갈등도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깊어지기만 했다. 의료인들에게 현장으로 복귀하라는 일방적인 명령만 되풀이했고 전공의 대표는 정부에 불려가 회견문 수정 지시까지 받았다. 갈등의 담보로 국민의 생명이 걸려있다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반면 지난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의대생들의 복귀를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앞으로 의료인을 대상으로 한 소통의 장도 마련되길 기대하고 충분히 그리 기획하고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불통은 셀 수 없이 많다. 전용기 탑승 배제, 인터뷰 거부, 기자회견 무산. 정치인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시민인 언론조차 무시했다. 듣지 않으려는 권력은 오래가지 못한다. 윤석열 정부는 결국 말을 거부한 대가로 국민에게서 외면당했다.

세 가지 대표적인 입틀막 사건(국회의원, 대학원생, 의료인)이 이재명 정부에서는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소통은 구호가 아니라 실행이고, 태도다. 지금의 변화는 지난 3년 불통에 지쳐 있던 국민에게 큰 위안이 되고 있다.

하지만 소통은 여기서 멈출 수 없고 계속 나아가야 한다. 아직 마이크를 받아야 할 국민은 많고, 꾹 눌러 담긴 목소리는 산처럼 쌓여 있다. 말문이 열린 지금, 이재명 대통령은 더 많은 이들에게 귀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우리도 이제 더 활발하게 말해야 한다.

입을 틀어막는 정권은 무너졌고, 경청하는 정부가 다시 시작됐다는 사실을 우리는 늘 유념해야 한다. 민주주의는 단발성 감동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광장의 말, 회의장의 말, 거리의 말, 밥상머리의 말까지 끊임없이 나와야 하고 그 말들이 제도로 연결돼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소통의 시작이 진짜 민주주의로 이어지려면 국민은 계속 말해야 하고 정부는 끝까지 들어야 한다. 그것이 새로운 정부와 국민에게 맡겨진 시대적 사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