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푸드 아카데미>"음악은 행복을 소환하는 가장 강력한 매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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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소울푸드 아카데미>"음악은 행복을 소환하는 가장 강력한 매개체"
●제5기 전남일보 소울푸드 아카데미 제2강
최철 광주시립오페라단 예술감독
음악이 지닌 특별한 힘 '치유·연대'
오페라, 피렌체서 탄생한 종합예술
바리톤 박찬일 '사랑의 묘약' 공연
  • 입력 : 2024. 12.15(일) 17:55
  •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
제5기 전남일보 소울푸드 아카데미 두 번째 강좌가 지난 12일 광주 동구 전남일보 승정문화관에서 열린 가운데 최철 광주시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이 ‘음악 행복한 중독 오페라 오디세이’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김양배 기자
제5기 전남일보 소울푸드 아카데미 두 번째 강좌가 지난 12일 광주 동구 전남일보 승정문화관에서 열려 최철 광주시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이 ‘음악 행복한 중독 오페라 오디세이’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김양배 기자
“우리는 과연 삶 속에서 얼마나 많은 행복과 감동을 느끼고 있을까요. 일상에서의 행복을 느끼도록 돕는 도구이자 행복을 소환할 수 있는 매개체가 바로 ‘음악’입니다.”

제5기 전남일보 소울푸드 아카데미 두 번째 강좌가 지난 12일 오후 광주 동구 전남일보 승정문화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최철 광주시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이 강단에 올라 ‘음악 행복한 중독 오페라 오디세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최 감독은 조선대 음악교육과 및 동 대학원과 이탈리아 P. Mascagni 국립음악원을 졸업했으며, 현재는 광주시립오페라단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전남일보에 기획시리즈 ‘최철의 오페라 오디세이’를 연재하고 있다.

그는 이번 강연에서 음악이 주는 기쁨과 마음의 평안, 음악의 사회적 영향력과 중요성, 오페라의 종합예술성과 역사 등 소주제를 나눠 설명하며, 음악을 제대로 알고 느낄 때 얻을 수 있는 행복, 즉 ‘음악 행복한 중독’을 느껴볼 것을 제안했다.

강연은 이탈리아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 ‘나부코’에 등장하는 합창곡 ‘Va Pensiero(가거라 상념이여, 금빛 날개를 달고)’와 한 유명 연극 배우의 일화를 소개하며 시작됐다.

최 감독은 “한 연극 배우는 ‘쉴 틈 없이 바쁜 나날들 속에서 스트레스를 어떻게 푸느냐’는 질문에 하루 두 번 베르디의 ‘Va Pensiero’를 듣는다고 답했다. 당시 베르디의 심정이 담긴 곡을 들음으로써 일상에서 겪는 수많은 괴로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이다”며 “베르디는 이 곡을 작곡하기 전 자식과 아내를 잃는 비극을 겪었다. 그가 작곡했던 오페라까지 실패하며 작곡을 포기하려던 그는 한 제작자가 건넨 대본의 한 소절을 본 뒤 오랫동안 그를 괴롭혀온 근심과 걱정을 떨쳐내고 작곡에 몰두하게 된다. 그 문장이 바로 ‘가거라 상념이여, 금빛 날개를 달고’이다”고 설명했다. 듣는 이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음악이 한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는 역할을 한 것이다.

또 그는 바이올린을 사랑했던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과 조선대학교 교수 합창단의 사례를 들며, 음악을 느끼는 모든 행동이 내면의 안정을 찾고 감정적으로 치유를 받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음악이 주는 감정적·심리적 영향력과 치유의 힘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 감독은 ‘역사의 흐름과 기술의 발전 속에서 과연 인간은 정말로 행복해졌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음악이 회상을 불러일으키는 도구이자 행복한 기억을 소환하는 강력한 매개체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청중들에게 ‘보리밭’, ‘상록수’, ‘목포의 눈물’ 등 익숙한 노래를 들려주며 음악이 불러일으키는 추억과 감정을 직접 경험해 보도록 했다. 그는 “윤용하의 ‘보리밭’을 들으면 아버지 생각이 난다. 이 노래는 아버지의 18번 곡이었는데, 약주를 좋아하시던 아버지가 ‘보리밭’을 부르며 걷던 모습이 선명히 떠오른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내가 그리워하는 사람을 기억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음악을 통해 그 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그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르겠다”며 음악이 지닌 특별한 힘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최 감독은 음악이 주는 메시지가 항상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도 설명했다. 그는 아이스 큐브의 ‘블랙코리아’와 LA 폭동 사건의 연관성을 언급하며 음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에 관해 이야기했다.

최 감독은 “LA 폭동 사건은 1992년 로드니 킹 사건으로 촉발된 대규모 폭력 사태로, 특히 한인 사회가 큰 피해를 당한 사건이다. 아이스 큐브의 노래 ‘블랙 코리아’는 흑인 커뮤니티와 한인 사회 간의 갈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곡으로, 폭동 당시 실제 한인들을 겨냥한 폭력과 약탈이 일어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며 음악이 갈등의 촉매제로 작용한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이어 “뉴에이지 음악 역시 한때 ‘악마의 음악’으로 불리기도 했지만 현대에는 다양한 음악이 우리 삶에 녹아들면서 또 다른 에너지로 승화돼 이러한 문제는 나타나지 않는다”며 “우리는 음악을 통해 시대의 흐름을 엿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오페라의 종합예술성과 역사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최 감독은 오페라는 문학, 음악, 무대미술 등 모든 예술이 융합된 종합예술로, 예술의 전 분야가 접목돼 있어 새로운 예술 분야를 창조해 내는 힘을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페라가 주로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남성의 시각으로 접근된 작품이 많아 반페미니즘적 성향을 지니고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가녀리고 순종적인 여주인공이 작품 말미에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최 감독은 “오페라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탄생했으며 메디치 가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600년 메디치 가문의 딸 마리아 데 메디치가 프랑스 왕 앙리 4세와 결혼할 때 이를 축하하기 위해 피렌체에서 펼친 공연 예술이 최초의 오페라다”며 “당시 유명 작곡가 3명이 만든 오페라가 베키오궁과 피티궁, 우피치궁에서 연일 펼쳐지자 시민들은 환호했고, 이것이 프랑스를 거쳐 세계로 전파됐다”고 설명했다.

최 감독은 오페라의 역사에 대해 설명한 뒤, 이탈리아 작곡가 가에타노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으로 주제를 이어갔다.

그는 이 작품이 유쾌한 해학과 웃음의 요소를 담고 있는 대표적인 오페라 부파로, 세계에서 가장 많이 공연된 오페라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일상적인 사랑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감정의 극적인 전환과 풍자를 통해 관객들의 공감을 끌어내며, 사랑과 관계의 본질에 대한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라는 설명이다.

강연 이후에는 베이스 바리톤 박찬일이 승정문화관에 등장해 ‘사랑의묘약’의 약장수 둘카마라를 재현, 그의 익살스러운 약 판매 장면 ‘udite, udite, o rustici’를 공연하며 청중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약장수는 만병통치약으로 판매하는데, 사실 이 약은 단순한 와인에 불과하다.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