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은 도시락, 커피는 집에서" MZ '요노'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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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점심은 도시락, 커피는 집에서" MZ '요노' 열풍
식비 절감, 학생 구내식당 이용
저렴한 브랜드·구제의류 인기 多
가성비·실용성 높은 소비 선호
“경기·세대특성 따라 지속 전망”
  • 입력 : 2024. 11.10(일) 18:37
  •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
8일 찾은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학생회관에서 학생들이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윤준명 기자
#동구 충장로에서 20년 가까이 구제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윤선미(49)씨는 “과거에는 손님들 중 나이대가 있는 어르신들이 많았다면, 최근 1~2년 사이에는 10~20대 학생층부터 30대 직장인들까지 젊은 손님이 크게 늘어 젊은 세대를 위한 매장을 따로 만들기도 했다”며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과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MZ’세대의 특성으로 선택의 폭이 다양한 구제의류에 대한 선호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8일 오후 3시께 옷을 구매하기 위해 충장로를 찾은 김시현(26)씨는 “필수로 구비해야 하는 의류를 구매할 때 유명 브랜드보다 합리적인 가격의 SPA(기획·생산·유통을 한 회사가 맡는 의류 브랜드) 제품을 자주 이용한다. 디자인과 품질이 좋은 제품은 주변에서 구매정보를 물어보는 경우도 많아 친구들에게 추천해주기도 한다”며 “아낀 돈은 퇴근 후 여가생활에 투자하거나 자기계발 비용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MZ세대의 소비 경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자 꼭 필요한 것만 구매하는 ‘YONO(You Only Need One)’ 소비가 확산되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실용성에 집중한 선택을 선호하는 것이다.

8일 찾은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학생회관에는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찾은 학생들로 붐볐다. 최근 갑작스럽게 떨어진 기온에 두꺼운 과잠(학생들이 입는 외투)을 걸쳐입은 학생들은 발을 동동 구르면서 각자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학생들은 과거 저렴한 가격과 푸짐한 양으로 인기를 끌던 대학 인근 식당가도 고물가 등의 영향으로 일제히 음식 가격을 인상한 탓에 여전히 5000~6000원대로 한끼를 해결할 수 있는 저렴한 학생식당을 찾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준석(23)씨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대학생들이 1만원 이내에 식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생식당만한 선택지가 없다. 과거에는 학교 앞 식당가에서 친구들과 점심식사 후 카페에 가서 공강시간(강의와 강의 사이의 빈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물가가 많이 올라 요즘에는 집에서 커피 등 음료를 챙겨다닌다”고 말했다. 이어 “정해진 용돈과 아르바이트 비용 내에서 전공서적 등을 사고 한달을 생활하기에는 식비라도 아껴야 한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러한 절약적 소비 패턴은 대학생들뿐 아니라 20~30대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대부분 사회초년생으로 월급 중 생활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고, 미래를 위한 저축이나 투자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직장인 이승환(26)씨는 “필요한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지만, 월급이 그리 많지 않고 적금도 매달 빠져나가 넉넉지 않은 형편이다. 식비로 나가는 돈이 많아 요즘에는 회사 구내식당을 이용하거나 집에서 도시락을 싸서 다닌다”며 “지출 내역을 파악하기 위해 체크카드를 주로 사용하고, 최근에는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다. 모은 돈은 필요물품을 구매하거나 모임통장에 예금해 친구들과 주기적으로 여행을 다니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최근 MZ세대 사이에서는 ‘가성비’ 좋은 SPA브랜드나 개성과 다양성을 앞세운 중고·구제의류도 ‘메이커’ 브랜드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지현(24)씨도 “충장로에 쇼핑을 가면 꼭 한번은 들르게 되는 곳이 구제의류 매장이다. 가격이 저렴하고 지금은 생산되지 않는 제품들도 많아 나만의 코디를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저가의 생활용품을 살 수있는 ‘천원샵 쇼핑’이나 중고직거래앱이 큰 유행을 끄는 등 본인에게 꼭 필요한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려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하루종일 돈을 안 쓰는 ‘무지출 챌린지’와 최소한의 소비만 하는 ‘거지방 인증’도 SNS 내에서 유행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세대의 특성과 경기침체가 맞물려 ‘YONO’의 유행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에도 다양한 소비 트렌드가 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형진 전남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경기가 어려우면 소비와 지출을 줄이는 것은 전 세대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지만, 대부분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인 젊은 세대 내에서 비교적 낮은 수입과 고령화로 인한 부양부담 등에 따라 소비를 억제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라며 “경기침체와 세대의 특성이 맞물려 ‘YONO’의 유행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소비 경향이 빠르게 변모하는 만큼 앞으로의 경제 상황과 유행 등에 따라 새로운 트렌드가 등장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의견을 밝혔다.
윤준명 기자 junmyung.yoo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