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광주 광산구의회 소속 A의원에게 발송된 허위 합성 음란물(딥페이크)협박 메일. 광산구의회 의원 제공 |
12일 광주경찰과 광산구의회 등에 따르면 광산구의회 소속 A의원은 지난 3일 ‘중요한 문서’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한 딥페이크 영상이 첨부된 메일을 받았다.
메일에는 ‘당신의 법적 증거를 갖고 있고, 어떤 영향이 있을지 잘 알거다. 문자보고 당장 연락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A의원 외에도 광산구 소속 의원 3명과 북구·남구의 남성 의원들에게도 딥페이크 협박 메일이 전송된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들은 의회 누리집과 SNS에 공개된 사진·메일 주소를 이용해 이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메일을 열람한 의원들은 경찰에 수사 의뢰를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딥페이크 성범죄는 주로 10대 학생들 사이에서 일어나 아직 미성숙한 분별력과 자제력에서 비롯한 ‘일탈’로 치부됐다.
실제로 지난 8월 경찰청이 딥페이크 성범죄 특별 집중 단속을 벌인 결과 검거된 10대가 93.9%로 집계됐으며, 올해 상반기에 입건된 딥페이크 성범죄 피의자 중 10대가 73.6%를 차지하기도 했다.
학교 안에서 학생과 교사를 상대로 한 딥페이크 성범죄의 경우 대부분 통제·협박·조롱·굴욕감 등이 목적으로 주로 여성을 대상으로 했다. 하지만 최근 남성 기초의원을 비롯해 대상이 무분별하게 확대되면서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아이를 낳고 정보교류를 목적으로 SNS로 ‘육아일기’를 쓰고 있는 오모(39)씨는 최근 자신의 SNS 계정을 비활성화 했다. 자신의 SNS에만 들어가도 수백개의 게시글에 가족사진들이 있는데 딥페이크에 활용될까 우려됐기 때문이다.
오씨는 “자신을 팔로우하고 있는 지인들과 공동구매를 진행하거나 육아용품을 협찬받고 홍보 게시글도 쓰는 등 조회수가 곧 돈이 돼 모두에게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자신 뿐만 아니라 남편 심지어 아이가 나중에 컸을 때 딥페이크 범죄에 노출될까 두려운 마음이 더 크다”고 말했다.
광주 광산구의 한 미용실에서 일하며 SNS나 온라인상에서 떠오르는 스타인 김모(25)씨도 상황이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최근 미용업계는 정해진 스타일대로 머리를 자르는 것이 아닌 눈매, 이마, 얼굴형 등을 고려해 자신만의 스타일을 상담받는 ‘헤어 컨설팅’이 주목받고 있어 컨설팅을 받기 전과 후를 비교해 짧은 영상으로 올려 홍보를 하곤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고객마다 다른 얼굴형을 고려해 스타일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손님의 사진이 모자이크 없이 SNS에 게시돼야만 한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는 “제가 진행한 컨설팅 영상들이 SNS에서 전국으로 퍼져 제주에서도 찾아오는 등 홍보효과는 확실한데 한편으로는 너무 소중한 손님이 딥페이크 범죄에 악용될까봐 겁이 난다”며 “선량한 시민들이 불안한 마음에 SNS에 게재된 글을 내리는 것보다 법적으로 대책이 마련돼 공포감을 해소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정규 호남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하는 범죄는 해외 서버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수사에 난항을 겪기도 한다. 이로 인해 처벌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해 계속해서 딥페이크 영상으로 인한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며 “전 세계적으로 딥페이크 악용 문제가 주목받는 만큼 경찰은 국제 경찰과 협조를 강화해서 신속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