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절약과 재활용을 통해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친환경 경제모델 ‘순환경제’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카페·공방 등 광주지역 업체들이 친환경 활동 실천에 앞장서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광주 동구 산수동의 한 제로 웨이스트 상점 겸 카페에서 텀블러를 대여하고 폐자원을 수거하고 있는 모습. |
최근 각광받고 있는 순환경제는 ‘자원채취-대량생산-폐기’가 중심인 기존 ‘선형경제’에서 벗어나 자원을 지속해서 순환시키는 새로운 경제체계다. 최근 기후 변화, 환경 오염, 자원 고갈, 생물 다양성 감소 등 환경 문제의 심각성이 대두되면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개인과 기업의 친환경 활동은 ‘필수과제’로 자리 잡았다. 이에 광주지역 매장들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친환경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12일 오후 방문한 광주 동구 산수동의 한 제로웨이스트 상점 겸 카페. 이곳 카페에서는 ‘일회용품’을 일절 제공하지 않는다. 일회용 빨대 대신 유리·실리콘·스테인리스 빨대를, 휴지 대신 다회용 손수건을 사용할 뿐만 아니라 고객들이 ‘음료 포장’을 원할 경우 텀블러를 대여해주기도 한다. 카운터 앞 진열대를 가득 채우고 있는 대여용 텀블러는 모두 손님에게 기증받은 것으로, 여기서부터 ‘자원순환’을 이루고자 하는 시민들의 관심을 느낄 수 있다. ‘신뢰’를 바탕으로 대여해 준다는 텀블러의 회수율은 70%를 넘어섰다.
카페 대표 이기명씨는 “늦더라도 대여된 텀블러는 꾸준히 돌아오고 있다”며 “텀블러 위생 상태를 우려해 대여를 꺼리는 손님이 있을까 봐 정말 깨끗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폐자원을 분리 배출할 수 있도록 돕는 ‘지구자원구출센터’ 코너도 눈에 띄었다. 병뚜껑, 폐건전지, 우유팩부터 신발끈, 실리콘, 폐전선, 브리타 필터까지. 시민들이 직접 가져온 폐자원들은 해당 코너에 하나둘씩 모이다가 일정량이 쌓이면 주민센터·새활용플라자·데펜소(실리콘 업체) 등 관련 수거업체로 전달된다. 개인이 더이상 사용하지 않거나 분리 배출하기 까다로운 폐자원이 다시 활용되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가게 한편의 제로웨이스트 샵에서는 ‘코끼리 똥’으로 만든 종이, 접이식 컵, 종이용기 립밤 등 다양한 친환경 제품이 판매되고 있었고 ‘무료나눔코너’, ‘가루세제소분코너’ 등 다양한 친환경 코너도 시선을 끌었다.
이처럼 친환경 활동을 선도하는 지역 매장의 중요성은 환경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증진시키고, 접근성 및 참여도를 쉽게 높일 수 있다는 데 있다.
업주 이씨는 “우연히 매장에 들렀다가 폐자원을 수거하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폐건전지’ 등을 들고 매장을 재방문하는 경우도 많다. 방법을 모를 뿐 ‘환경보호’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다는 것을 느낀다”며 “수익보다 가치를 우선시하는 가게를 운영하다 보니 어려운 점이 많지만, ‘이런 공간이 있어서 좋다’, ‘환경보호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등의 이야기를 들으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자원 절약과 재활용을 통해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드는 친환경 경제모델 ‘순환경제’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광주지역 카페·공방 등 지역 업체들이 친환경 활동 실천에 앞장서 눈길을 끌고 있다. 사진은 광주 북구 용봉동의 한 공방에 진열돼 있는 ‘업사이클링 공예’ 작품들. |
같은 날 찾은 북구 용봉동의 한 공방은 ‘양말목 공예’, ‘바다 유리 공예’, ‘커피박(커피찌꺼기) 공예’ 등 탄소중립·업사이클링 공예를 중심으로 하는 다양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버려지는 모든 것들에 가치를 두고 이를 재활용해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시킴으로써 환경보호를 실천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것이 공방의 목표이기 때문. 이곳에서는 양말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잔여물 ‘양말목’으로 만든 컵받침, 물티슈 케이스, 가방과 바다 유리와 커피박으로 만든 액세서리, 열쇠고리, 방향제 등 다양한 공예품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천연 가습 및 공기정화가 가능한 자연소재 ‘보존 이끼’로 만든 명함집과 미술작품도 눈에 띄었다.
이처럼 다양한 ‘업사이클링 공예’ 체험이 가능한 공방에 환경보호에 관심을 갖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공방 대표 노여정씨는 “코로나19 이후 환경 문제의 심각성이 떠오르면서 수업 문의가 확 늘었다. 폐자원을 재활용해도 결국 ‘예쁜 쓰레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종종 나오는데, 실제 바다 유리로 만든 작품을 보여주면 ‘보석 같다. 바닷가에 가면 유리를 주워 와야겠다’는 반응을 보이곤 한다”며 “환경에 대한 관심과 활동이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한 긍정적 변화를 끌어낼 거라고 믿는다. 환경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친환경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알려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 동구는 지난 3월 지역민의 자원순환 실천을 위해 ‘친환경자원순환센터’를 정식 개관해 운영 중이다. 주민이 모아온 재활용품을 수집하고, 대상별 주제별 환경교육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나다운 기자 dawoon.na@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