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된 홍명보 울산HDFC 감독이 10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주FC와 하나은행 K리그1 2024 22라운드 홈경기 직후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해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된 홍명보 울산HDFC 감독이 대한축구협회의 내정 발표 사흘 만에 직접 입을 열었다. 두려움을 털고 축구 인생의 마지막 도전을 펼쳐보겠다는 입장이다.

홍명보 감독은 10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주FC와 하나은행 K리그1 2024 22라운드 홈경기에서 0-1로 석패한 뒤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경기 전부터 홍 감독이 떠난다는 소식으로 어수선했던 울산은 이날 패배로 선두 탈환마저 실패하며 최악의 분위기에 빠졌다.

홍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에서 “제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가 2014 브라질 월드컵이 끝나고였다. 굉장히 힘들었다”며 “솔직한 심정으로는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가고 싶지 않았다”고 입을 뗐다.

그럼에도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수락하게 된 배경으로 대한축구협회 전무이사 시절 함께 만들었던 기술 철학 M.I.K.(메이드 인 코리아)를 직접 실행하고, 축구인으로서 마지막 도전을 펼치기 위함으로 설명했다.

홍 감독은 “10년 전 삶의 무게를 내려놓을 수 있어 홀가분했다. 2월부터 제 의도와 상관없이 이름이 언급되면서 정말 괴로웠고 난도질당하는 느낌이었다”면서도 “집 앞에서 두세 시간을 기다린 이임생 위원장을 뿌리치지 못했다. 그때 기술 철학 얘기를 들으면서 이것을 실행하는 것은 A대표팀 감독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된 홍명보 울산HDFC 감독(왼쪽)이 10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주FC와 하나은행 K리그1 2024 22라운드 홈경기 직후 팬들의 항의 현수막을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이어 “이임생 위원장이 돌아가고 밤새도록 고민했다. 불확실성에 도전하는 것이 굉장히 두려웠다”면서도 “결과적으로는 제 안에 있는 무언가 나오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축구 인생에서 마지막 도전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승부욕과 도전 정신이 생기면서 자신을 버리고 한국 축구를 생각했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스스로 뱉었던 말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에 실망한 울산 팬들에 대한 미안함도 표현했다.

홍 감독은 “예전의 실패 과정과 이후의 일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끔찍하지만 다시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는 강한 승부욕이 생긴 것도 사실이다”며 “저를 지키고 싶었지만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저는 저를 버렸고, 이제 한국 축구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팬들에게 가지 않는다고 얘기했던 부분에 마음을 바꿨다. 제 실수로 인해서 이렇게 떠나게 됐는데 정말 죄송하다”며 “드릴 말씀이 없고 응원의 구호가 야유로 돌아온 것은 전적으로 제 책임이다. 다시 한번 사과 말씀드리겠다”고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