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제 만행 '밀리 환초 사건' 진상규명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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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일제 만행 '밀리 환초 사건' 진상규명 해야
희생자 위한 후손 마지막 도리
  • 입력 : 2024. 06.09(일) 17:32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이 남태평양 밀리 환초에서 벌인 조선인 강제노역 피해자 학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일제강제동원 연구자 다케우치 야스토씨와 지난 7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태평양전쟁 당시 밀리 환초에서 일어났던 조선인 학살 사건의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사건 발생 79년 만에 일본인 연구자의 노력 끝에 재조명과 진실규명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피해 유족도 아닌 일본인에 의해 진상규명 요구가 나온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밀리 환초 조선인 학살 사건’은 태평양 전쟁 말기인 1945년 3월 남태평양 마셜제도 밀리 환초에서 일본군에 의해 자행된 조선인 강제노역 피해자 수십명에 대한 학살 사건이다. 당시 일본은 1942년 초 전남서 강제 동원한 조선인 800~1000여 명을 밀리 환초에 군속 신분으로 배치했고, 이들을 비행장 활주로 건설 등 군사시설 공사에 동원했다.

일본군은 1945년 3월 조선인 2명의 시신을 훼손해 ‘고래고기’라며 조선인들에게 배급하는 등의 만행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조선인들은 집단으로 항거했다가 일본군 토벌대에 의해 반란죄로 총살당했다. 이날 다케우치씨가 공개한 ‘해군 군속 신상조사표’에 따르면 밀리환초 사건 관련 생존자가 95명, 사망자는 55명이다. 사망자의 출신지는 모두 전남이다.

일본은 여전히 일제 강점기 시절 저지른 만행에 대해 사과는 커녕 역사왜곡과 은폐하고 있다. 최근 일본은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역사인 사도광산에 대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려다 ‘보류’ 권고를 받았다.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인 1500여명이 강제노역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배제한 게 원인이다. 일제의 만행을 알리기 위해서는 당시 벌어진 조선인 강제노역과 학살 등의 진실 규명이 반드시 필요하다. 조선인 피해와 학살의 진실 등이 규명되지 않을 경우, 역사는 되풀이될 수 밖에 없다. 후손들의 진상규명 노력은 희생자를 위한 마지막 도리라는 걸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