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칼럼>우리에게 독이 될 미국의 돈 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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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칼럼>우리에게 독이 될 미국의 돈 풀기
송호 경제 칼럼니스트
  • 입력 : 2024. 06.06(목) 09:15
송호 경제 칼럼니스트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다가오면서 미국의 돈 풀기가 시작됐다. 바이든의 재선을 위해서 지난 5월에만 약 2000억달러의 유동성이 공급됐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시작일 뿐이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증시 등 단기적 부양을 목표로 대규모 돈 풀기가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 위기 유례 없는 돈 풀기로 촉발된 인플레이션이 가라앉기도 전에 또 다시 대선 승리를 위한 돈 풀기가 재개된다면 단기적으로는 경기부양의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인 경제 안정성에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미국의 돈 풀기로 아직도 진행 중인 고물가에 기름을 붓게 될 것이고 미국 대선이 끝나고 나면 또 다시 풀린 유동성을 회수하기 위해서 고금리 정책을 더 강력하게 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돈 풀기의 주인공이 미국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통화정책은 글로벌경제에 큰 영향을 끼친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의 양적팽창은 단기적으로는 한국의 수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수출품의 규모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저환율로 미국보다 더 심한 고물가와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은 풀린 돈을 회수하기 위해서 미국이 대선 후 더 강력한 고금리 정책을 실행하게 된다면 장기적으로는 된서리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보다 더 취약한 펜더멘털을 갖고 있는 기업이 많은 한국의 증시 역시 미국이 장기적으로 어느 정도의 금리정책을 유지하느냐에 따라 생사의 갈림길을 오고 가게 될 수 있다.

한국의 희망은 하루빨리 미국의 물가가 안정돼서 저금리가 시작되고 환율이 정상화 되는 것이다. 그러자면 잠시 고통스럽더라도 달러의 양적팽창이 물가가 안정될 때까지는 중단되어야 한다. 그러나 미국 재무부 엘런 장관의 행보를 보면 대선 승리와 트럼프를 막기 위해서라면 못할 일이 없어 보인다.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저금리 정책을 써야 한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는 터키의 에르도안이 몇 년전 자신의 재선을 위해서 발표했던 것과 똑같은 발언이다. 안타깝지만 에르도안은 이 발언으로 세계의 조롱거리가 됐고, 터키는 이 정책을 실행한 이후 살인적인 고물가와 저환율에 시달리며 1년도 안되서 남미의 후진국처럼 퇴보했다.

만약 미국의 돈 풀기가 생각보다 커진다면 한국의 경제는 단기적으로 효과를 누릴지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큰 고통을 안아야 한다. 미국의 대선 하나에 나라의 운명을 걱정해야 하는 한국의 처지가 서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