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지령 1만호>"전남일보는 최고 신문…어두운 곳 밝히는 횃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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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전남일보 지령 1만호>"전남일보는 최고 신문…어두운 곳 밝히는 횃불로"
●창간때부터 구독자 정승호씨
학창시절 기자 꿈…교사의 삶 살아
사건사고·경조사 등 주로 챙겨 읽어
“다양한 지식인들 목소리 담았으면”
  • 입력 : 2024. 05.20(월) 18:27
  • 송민섭 기자 minsub.song@jnilbo.com
전남일보 애독자 정승호씨가 창간부터 지금까지 30여년 동안 스크랩 해둔 신문을 보여주며 소회를 말하고 있다. 김양배 기자
전남일보 애독자 정승호씨가 창간부터 지금까지 30여년 동안 스크랩 해둔 신문을 보여주며 소회를 말하고 있다. 김양배 기자
광주 동구 계림동에 거주하는 정승호씨는 전남일보를 창간때부터 구독해 온 애독자다. 올해로 86세인 그는 인생의 황금기인 50대부터 전남일보와 함께 했다.

정씨는 직장 지인으로부터 권유를 받아 전남일보를 처음 구독하게 됐다. 그는 “직장 동료가 추천해서 전남일보를 보기 시작한게 벌써 강산이 몇번이나 바뀐지 모르겠다”며 “신문을 통해 가슴아픈 소식이 전해지면 같이 울고, 즐거운 기사가 실릴 때면 같이 웃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화순이 고향인 정씨는 1950년 6·25전쟁 당시 국군이 공비 토벌을 위해 민간인 소개 명령을 내리자 군인들을 따라 광주로 이주해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상업고등학교에 다니며 학창시절을 보냈다. 몸이 허약하고 영양부족에 자주 시달렸던 그는 몸이 힘들어도 학업의 끈을 놓지 않았다. 대학에는 진학 못했지만 그 당시 고등학교까지 졸업해 동네에서는 알아주는 고학력자였다.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야간학교를 직접 만들어 3~4년 활동을 이어오다 보니 이웃에도 소문이 나 소정의 활동비도 받게 됐다. 이후 3년간 공부한 끝에 교원자격증도 취득했다. 정씨는 곡성 옥과중학교에서 13년간 한문 교사로도 근무했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자식들을 먹여 살리는 와중에도 그는 매일 신문 보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크게는 우리 광주·전남의 역사적인 일부터 동네 사람들의 경조사까지 지면에 나오는 기사를 꼼꼼히 챙겨 읽었다.

감명받은 기사들은 일일이 오려 책자에 꽂아놨다. 그는 “지역을 알아야 사람들과 소통도 원활하게 되고 경제적으로도 잘 성장할 수 있게됐다”며 “그런 면에서 신문을 읽는게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학창시절 정씨의 꿈도 기자였다. 억울한 사람들의 한을 풀어주는 직업이 기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교사의 직업을 가졌지만 기자와 같다고 생각한다. 교사는 아이들의 영혼을 키워주고, 기자는 사회를 계몽시키는 점에서 비슷하다”며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이같은 교육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말을 좋아했다. 활동적이고 바쁜 직업이 기자다”며 “기자들의 사기가 올라갈 때 국격이 올라간다고 생각한다. 정치가 언론을 탄압할 때 나라는 후진국이 된다”고 강조했다.

정씨는 전남일보에서 가장 인상깊게 읽은 기사로 지역에서 생활고를 겪고 있는 참전용사를 다룬 기사를 꼽았다. 그는 “6·25 참전용사 중 몸이 좋지 않아 일을 못하는 분들이 많다. 참전명예수당을 받아도 생계가 곤란한 처지에 있다”며 “참전용사들은 전쟁에서 당한 부상과 트라우마가 심하다. 기사를 읽고 그분들을 위한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에서도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정씨는 전남일보가 지역사회에 단단하게 뿌리내리는 향토신문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는 “아침마다 전남일보 신문이 배달되는 시간을 목이 빠져라 기다린다. 전남일보에서 우리 지역 이야기가 무엇이 나왔는지 일일이 찾아본다”며 “전남일보가 앞으로도 지역 곳곳을 누비며 광주·전남 시도민들과 더욱 밀착되는 향토언론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아쉬운 점도 전했다. 정씨는 “정신적으로 깨우칠 수 있는 회고록, 삶의 지혜를 다룬 글들이 게재됐으면 좋겠다”며 “정치·사회분야 기사는 세상사를 알게 되는데 도움이 되지만, 독자들에게 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칼럼 강화도 제언했다. 그는 “칼럼과 오피니언을 보면 다른 사람들의 생각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과거에는 좋은 글들이 많이 올라와서 읽는 재미가 있었는데, 최근들어 아쉬운 점이 많아졌다”며 “사회 다양한 계층 지식인들의 목소리를 많이 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1만호를 함께한 소회를 전했다. 그는 “전남일보는 지역 최고의 신문이라고 생각한다. 경로당에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권유해서 함께 읽는다”며 “지역사회 신문으로 나날이 발전하는 전남일보의 1만호를 축하한다. 긴 역사를 걸어온 발걸음에 고생했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더욱 정진해서 지역사회 횃불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한다. 더 어두운 곳을 찾아다니고 곳곳을 밝혀야 한다”며 “독자들이 기사를 읽고 스스로 반성할 수 있게 하는 기사를 더욱 많이 써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송민섭 기자 minsub.s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