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교수의 필름 에세이>비수기 없는 오락 브랜드, 마동석 표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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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교수의 필름 에세이>비수기 없는 오락 브랜드, 마동석 표 액션
허명행 감독 ‘범죄도시 4’
  • 입력 : 2024. 04.28(일) 15:15
허명행 감독 ‘범죄도시 4’.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허명행 감독 ‘범죄도시 4’ 포스터.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제공
간드러진 트로트를 들으면 발바닥이 간지럽다는 사람이 있다. 드라마를 보면 눈물· 콧물 샘이 저절로 열린다는 사람도 있고 감동 가득한 뉴스를 보면 가슴이 저릿저릿하기도 하다. 폭력과 살인이 난무하는 느와르 영화를 보면 사람들은 어떤 느낌을 받을까. 누군가 안마의자에 앉았다 나온 느낌이라 해서, 전신을 강타하는 느낌일까 싶기도 하다.

‘범죄도시 4’를 관람하기 위해 영화관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아무래도 네 번째 시리즈라서이지 않을까 싶다. 많은 관객들로부터 호응이 높았노라는 부가의미가 덤으로 주어지는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마석도 형사(배우 마동석) 및 경찰을 주축으로 범죄와의 전쟁을 치르는 내용을 주축으로 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 갈수록 지능화되고 잔혹함을 더해가는 범죄가 사라지지 않는 한 이 시리즈는 주욱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배

우 마동석을 위시한 제작군단에서는 ‘범죄도시’ 시리즈 8까지 목표로 삼고 있다 한다. 시리즈 4까지 이어온 것은 웰메이드 영화로 일컫는 ‘범죄도시 1’(2017)의 후광 덕이다. ‘범죄도시 2’(2022)와 ‘범죄도시 3’(2023)의 미흡함을 개선하거나 매너리즘을 극복하지 못하면 여기에서 그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범죄도시 4’의 평가는 더 중요해졌다고 본다. 다행히 그간의 뻔한 연출, 작위적인 신 등을 어느 정도 개선했고 미장셴은 무난했다. 스턴트 및 무술감독 출신의 허명행 감독의 액션 신은 강점으로 작용했다.

그 결과, 지능범죄와 결합한 잔인한 살해범죄마저도 사이다 주먹으로 해결하는 단순 호쾌함이 영화의 흐름을 관통했다. 빌런들의 역할이 막중한데, 대규모 온라인 불법 도박 조직을 움직이는 특수부대 용병 출신의 백창기(배우 김무열)의 말 없는 섬뜩함과 IT업계 천재 CEO 장동철(배우 이동휘)의 말 많은 잔인함이라는 새로운 캐릭터가 강렬했다. 거기에 비해 광수대의 사이버 팀과의 공조대응은 강도나 밀도가 덜 촘촘해 보였다. 전반적으로, 시퀀스와 시퀀스를 연결하는 매끄러운 구성이 아쉬웠다. 강함의 연속이 가져오는 불안한 피로감이 객석에 드리워졌다는….

물론 ‘범죄도시 4’를 두고 예술성, 구성력, 짜임새 등을 거론하기에는 거리가 다분히 멀다. 그렇지만 카타르시스를 해소할 만큼의 오락성은 붙들었다고 본다. 야외 봄나들이가 많은 4월은 영화관의 비수기라 하는데, 4월에 개봉한 마동석 표 액션은 비수기 없는 새로운 오락 브랜드로 자리잡은 듯하다. 요즈음 TV를 켜면 범죄에 대한 프로파일링, 미혹수사의 되새김 등의 프로그램이 부쩍 늘어났다. 날로 극악무도해지는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대중들의 추리욕구에 대한 충족이라는 취지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대중문화의 영향력 측면에서 한편으로는 노파심이 일기도 한다. 일례로, 미국 케네디 대통령 시절 청소년들의 폭력이 늘자, 폭력성을 잠재우기 위해 폭력영화를 정책적으로 양산시켰던 적이 있었다. 영화를 통해 폭력욕구를 해소시키고자 하는 ‘대리만족’의 효과를 얻고자 함이었다. 그 결과, 미국 사회의 청소년 폭력이 확산되고 더 난무해졌다. 폭력에 대한 학습의 효과를 야기했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미국으로 유학 보냈던 아들이 한국행 비행기 안에서 본 영화를 모방학습하여 부모를 살해한 범죄도 있었다. 이 사례 때문이 아니라도 필자는 느와르·폭력 장르가 줄어들었으면 한다. 21세기 사회적 특성에 따라 영화의 장르가 확대되고 분화되기를 바라는 의미라는 얘기다. 소비자도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산업사회의 신문과 방송이 빚어낸 ‘대중(大衆)’은 케이블과 위성 등 다미디어·다채널 시대에 계층·취향별로 구분되는 ‘분중(分衆)’의 시대를 살아가다 이제 개인 미디어를 통해 개개인의 독자적인 목소리로 전체의사 표현에 이르는 ‘개중(個衆; individualized mass)’의 시대를 누리고 있다. 창작의 영역이 확장되고 세분화되면 장르 또한 개성 넘치는 분화를 이룰 것이므로. 4월 24일 개봉. (백제예술대학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