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총명>보복(報復)과 복수(復讐)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테마칼럼
기고·최총명>보복(報復)과 복수(復讐)
최총명 상담학박사·허그맘허그인심리상담센터 광주무등점 원장
  • 입력 : 2024. 04.08(월) 10:30
최총명 원장
이번 선거는 윤석열 정권이 이제까지 보여준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가 될 것이라고 누구나 생각한다. 국정 운영의 방향이 국민의 삶과 행복을 얼마나 들여다 보려고 노력하였는지,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세심하게 시행되었는지, 화합과 통합을 하기 위한 노력을 하였는지, 우리나라의 국격을 세계적으로 드높이기 위하여 노력하였는지, 세계적인 트렌드를 주도하기 위하여 얼마나 노력하는지가 지난 2년간의 시험 문제였다. 이것은 기출문제였기 때문에(다른 정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문제를 푸는 것이 아주 어렵지만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그 결과가 더 궁금하기도 하다. 수능을 보고 나면 이전 시험에 비해 ‘체감난이도’는 어땠는지 ‘출제자의 의도는 무엇이었는지’를 다루지 않는가. 윤석열 정부의 소감이 사뭇 궁금해지는 선거 결과이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선거 운동과 함께, 공개되고 있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 평가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경향성은 짐작이 된다. 그럼 이 선거 결과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실제 지난 몇 년의 정책과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로써만 받아 들일지 아니면 정쟁(政爭)으로 해석을 할지 말이다. 또 결과에 따라 어떤 정당이 다수 의석을 확보하고 어떤 정당이 국민으로부터 외면을 받았는지 알 수 있게 되고, 이후 누가 누군가에게 어떤 행위를 할 것인지 예측해보지 않을 수 없다.

이야기를 바꾸어보자. 이전에 잘못된 행위를 저질러서 비난받는 상대방에 직/간접적으로 해를 가하려고 하는 행동인 ‘보복’ 행위는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문화 보편적인 현상이다. 행동치료전문가인 아놀드 라자루스(A.Lazarus,1991)에 의하면 개인의 자아 정체성을 위협하는 사건이 강한 피해의 느낌을 일으켜 보복과정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하였다. 보복은 한 개인이 외부의 사건에 의해 위반된 자기개념(self-concept)의 교정으로서 해석될 수도 있다. 보복과 복수는 개념에 있어 미묘한 차이가 있다. 함무라비 법전과 같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써 ‘내가 당한 만큼 너에게 똑같이 돌려준다’는 의미를 포함하는 것은 보복이며, ‘뭔가 감정적이며, 원한 관계인 느낌’이 실리게 되면 복수의 의미가 된다.

또한, 이번 총선에 대한 여론 조사 결과나 실제 총선 결과를 보면서 국민들은 길티 플레저 (guilty pleasure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몰래 즐기는 행동이나 정서) 만을 하고 있지않을까? 복수나 보복을 했다고 생각할까? 그냥 그리 될 일이 었다고 평범하게 치부할까? 아니면 참으로 원치 않는 결과라고 아쉬워 할까? 어차피 민주주의의 선거제도는 최고라고 검증된 인물을 뽑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총선은 이미 일어난 대선의 결과를 보완하거나 바로잡는 기회로 생각된다. 그래서 더욱 국민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자못 궁금하다.

다른 측면에서 살펴보면, 복수는 대체적으로 해악으로 치부되나 어떤 경우 사회적 부정을 노출해서 바로잡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기도 하며, 불평등한 관계에서는 중요한 저항이 되기도 하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 관점을 빌리면 이번 총선의 진행(현재 여론조사 결과)은 국민의 복수와 같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정신분석학자인 앨리스 밀러(A. Miller)는 ‘무조건적인 용서(가해자가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음)는 커튼을 쳐서 현실을 가리는 것’과 같다고 하면서, ‘억지로 용서하는 것은 오히려 피해자를 진실과 격리시키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도의상 용서하지 않는 사람(moral unforgiver)도 필요하다고 하였다. 이번에 투표권을 가진 국민이 “도의상 용서하지 않은사람”이 되어야 할까 아니면 “무조건적인 용서를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