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추석인데” 천정부지 과일값에 서민 가계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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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곧 추석인데” 천정부지 과일값에 서민 가계 시름
폭염 등 기상악화로 수확량 '뚝'
사과 도매가격 1년새 50% 급등
명절선물·제수용 구매 부담 가중
전통시장 상인들 손님줄어 ‘한숨’
  • 입력 : 2023. 08.30(수) 14:22
  • 박소영 기자 soyeong.park@jnilbo.com
30일 광주 서구 양동시장의 한 과일가게에서 손님이 사과를 고르고 있다.
“10㎏짜리 사과 한박스 가격이 10만원을 넘다 보니 사가는 손님이 없네요. 이제 곧 추석 대목인데 걱정이 큽니다.”

30일 찾은 광주 서구 양동시장. 이곳에서 40년 넘게 과일장사를 해왔다는 이모(73)씨는 홍로 사과를 가리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는 “요새 과일값이 금값이다. 원래 5만~6만원 하던 사과가 지금은 8만원을 넘어 10만원까지 나간다”며 “과일값이 너무 비싸다보니 손님도 확 줄었다”고 토로했다.

추석을 한 달여 앞둔 가운데 과일 가격이 천청부지로 치솟고 있다. 올해 봄철 서리에 이어진 여름철 역대급 폭염과 폭우, 태풍 등 기상여건 악화로 수확량이 감소한 게 원인이다. 명절선물이나 제사상 차림 등 과일 수요가 늘어나는 추석을 목전에 두고 과일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상인은 물론 서민 가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농수산물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9일 기준 광주지역 홍로 사과 10㎏ 도매가격은 8만5000원으로, 1년 전 5만6544원에 비해 2만8456원(49.65%)이나 올랐다. 사과 품종 중 비교적 저렴한 아오리 사과의 10㎏ 도매가격은 5만6300원으로 1년 전 3만7400원에 비해 무려 50.53%나 오르면서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또 사과와 함께 제사상 차림 필수 과일인 배(원황) 15㎏ 도매가격도 5만2600원으로, 1년 전보다 20.42% 올랐다.

과일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통시장 상인들은 마진율 하락에 걱정이 크다. 시장 상인들은 농가나 도매상에서 과일을 비싼 값에 사들여 판매하고 있는데 전통시장이라는 특수성 탓에 가격을 제대로 올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이씨는 “홍로 사과는 대체로 선물이나 제수용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최대한 모양이 좋은 상품(上品)으로 골라온다”며 “상품 기준으로 10㎏에 10만원이 넘어가니 사과 한개당 5000원 정도에 팔아야 그나마 이윤이 남지만, 시장에서 그 가격에 팔면 장사가 안돼 어쩔 수 없이 4000원에 팔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과일가게 상인 김영희(55)씨는 “가격을 듣고 너무 비싸다며 그냥 가버리는 손님이 부지기수다”며 “최소 마진으로 팔고 있어 더이상 가격을 내릴 수도 없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김씨는 “과일값이 오른 만큼 품질도 좋아야 하는데 가격에 비해 질이 떨어진다”며 “예전같으면 중품이던 사과가 물량이 부족하다보니 상품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급등한 과일 가격에 추석을 앞둔 서민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서구 치평동에 거주하는 주부 정모씨는 “요즘 과일 가격이 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고 있어 마트나 시장에서 과일 사기가 겁난다”면서 “이제 곧 추석 차례상도 준비해야 하는데 과일 가격이 더 오르지 않을까 한숨부터 나온다”고 말했다.

한편 대형마트들은 추석 명절을 앞두고 사과와 배 가격이 크게 오르자 비교적 가격이 안정적인 샤인머스켓 등이 포함된 혼합과일 선물세트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마트는 5만원 이하 샤인머스켓 혼합과일 세트 물량을 40% 늘렸고, 롯데마트 역시 샤인머스켓이 포함된 혼합선물세트 구성을 추가했다.
박소영 기자 soyeong.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