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이번 개정안은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하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영아유기나 살해를 엄마의 죄로만 몰아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일 예로 이 모든 사건의 시작점이라고 볼수 있는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 역시 친모는 임신중절 수술비가 ‘250만 원이어서 남편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남편에게도 임신과 출산 사실을 숨겼다’고 말했다.
돈이 무서워 임신을 중지하지도 못했고, 낳아서 키울 수도 없는 상황을 만든 것은 엄마가 아니다. 그리고 다른 수많은 영아 유기나 살해에 있어서도 그 모든 엄마들의 결정이 이기적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을 지지 않고 이를 오롯이 엄마에게만 떠 넘겼기 때문이다. 이 모든 영아 사건의 뒷편에 아빠들은 뭘 했는가. 출생한 아이에 대해서는 생부 역시 엄연히 권리와 의무가 있는데 말이다.
우리 사회가 함께 져야 할 책임도 적지 않다. 원치 않는 임신을 하고, 결국 출산까지 했다고 하더라도 그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토대 정도는 사회가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것이 선진국이고, 인권국이며 복지국가다. 출산지원책에 들어가는 수많은 예산 중 일부만이라도 미혼모나 원치 않는 출산을 한 이들을 지원해 준다면, 우리는 더 많은 아이들을 살릴 수 있을 것이다. 비극적인 선택을 한 엄마들에게 ‘마녀’라고 낙인 찍기 전에 과연 우리가 그들에게 무엇을 해줬는지 먼저 고민해 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