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숙 열사의 유족 박현옥·박대우씨와 송원여상 학생 및 교직원, 오월단체 관계자 등이 20일 광주 남구 송원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 5·18 주남마을 버스총격 희생자 박 열사의 추모비 제막식을 갖고 있다. 강주비 기자 |
광주 남구 송원여자상업고등학교 교정에 세워진 5·18 주남마을 버스총격 희생자 박현숙 열사의 추모비. 박현숙열사추모회 제공 |
20일 광주 남구 송원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 박현숙 열사 추모비 제막식이 열렸다. 행사에는 박 열사의 유족 박현옥·박대우씨와 송원여상 학생 및 교직원, 오월단체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여했다.
지난 2016년에도 송원여상 교정 입구 화단 한편에 박 열사의 뜻을 기리기 위한 추모비가 설치됐다. 다만 워낙 크기가 작은 탓에 아쉬움의 목소리가 컸다.
이에 유족과 박현숙열사추모회는 박 열사의 희생정신을 더욱 널리 알리고자 5·18 44주년을 맞은 올해 새롭게 추모비를 세웠다. 같은 장소에 설립된 추모비는 높이 1500㎝, 가로 1500㎝로 기존 추모비보다 훨씬 크고 눈에 띄는 형상이다. 추모비에는 박 열사의 투쟁 활동과 ‘꽃다운 꿈이 스러지고 아려오는 슬픔과 절망의 세월을 건너 불어오는 오월의 바람’ 등 추모 문구가 새겨져 있다.
유족 및 학생 등은 추모비 앞에 하얀 국화꽃을 올리며 박 열사를 추모했다.
오준환 송원여상 교장은 추모사에서 “박 열사의 추모비에 그날의 이야기를 다 담아내진 못하겠지만, 추모비의 존재는 박 열사의 후배들에게 일상에서 5·18을 배울 수 있는 진정한 교과서가 될 것”이라며 “박 열사의 희생이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초석이 됐음을 잊지 않고 그 뜻을 이어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열사의 후배인 송원여상 학생들은 이번 추모비 건립을 계기로 더 많은 이들이 박 열사를 기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송원여상 학생회장인 주선영양은 “아직도 박 열사에 대해 모르는 친구들이 많다. 새 추모비가 크게 세워진 만큼 학생들도 박 열사에 대해 더 잘 알고 공부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큼지막하게 세워진 추모비를 본 유족들 역시 감회가 남달랐다.
박 열사의 언니 박현옥씨는 “기존에 있던 추모비는 너무 작고 간소해 볼 때마다 마음이 아렸다. 가족끼리 상의 후 학교 측과 긴밀한 협의 끝에 새로운 추모비를 세울 수 있게 됐다. 지난해 전남일보에서 추모비 관련 기사(2023년 5월15일자 4면)를 보도했는데, 그것 또한 이번 추모비 건립에 크게 작용했다”며 “44년 만에 처음으로 동생에게 떳떳할 수 있는 날이다. 추모비를 통해 현숙이의 후배들이 오월 정신을 잘 계승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제막식에 박금희 열사의 언니 박금숙씨도 참여했다. 박씨는 “같은 5·18 유족으로서 추모비 건립 소식을 듣고 안 올 수가 없었다”며 “금희의 추모비는 전남여상 교정에 세워져 있다. 박 열사의 추모비도 새롭게 세워져 기쁜 마음이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진행된 5·18 제44주년 기념식에서 국가보훈부가 박금희 열사를 소개하는 영상에 박현숙 열사의 사진을 사용해 한 차례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날 행사에서 두 열사의 유족은 당일 보훈부 관계자와 직접 만나 사과를 받았다고 밝혔다.
박현옥씨는 “국가 공식 행사에서 그런 일이 발생했다는 게 용서가 되지 않지만, 기념식 당일 보훈부로부터 ‘다시는 이런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사과를 받았다”고 말했다.
박금숙씨도 “당시 기념식에서 그 영상을 보고 ‘금희가 아닌데’라는 생각에 떨떠름하긴 했다”며 “보훈부가 직접 찾아와 사과했다. 보훈부가 더 신중했어야 하는 건 맞지만, 잘 하려고 하다 생긴 일이니 이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편 5·18 당시 송원여상에 3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박 열사는 희생자 장례를 돕는 활동을 하다 관을 구하기 위해 주남마을 마이크로버스에 오른 뒤 계엄군 총격에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