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35주년 창간 사설>“초심 잃지 않는 지역사회 동반자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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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남일보]35주년 창간 사설>“초심 잃지 않는 지역사회 동반자가 되겠습니다”
창사 35돌에 부쳐
이재욱 전남일보 사장, 발행·편집인
  • 입력 : 2023. 07.18(화) 16:16
전남일보가 올해로 창사 35주년을 맞았습니다. 1988년부터 오늘까지, 지금의 전남일보가 지역민의 신뢰를 받고 호남 최고의 정론지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한결 같이 사랑하고 힘이 되어주신 독자 여러분에게 깊은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1988년 전남일보의 창간은 그야말로 시대적 소명이었습니다. ‘제1호 창간사’에서 언급했듯 80년대까지 우리는 민주주의다운 민주주의를 단 한번도 체험하지 못했습니다. 신문다운 신문 또한 가져보지 못했습니다. 많은 언론이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주기는커녕, 군부 독재의 논리에 굴복당한 채 각색된 여론을 조장하고, 스스로의 감시기능마저 포기해 버렸습니다. 부끄러운 과거였습니다.

이런 여건에서 태어난 전남일보는 지난 35년 동안 신문다운 신문, 독자로부터 신뢰받는 신문, 진실을 진실되게 보도하는 용기 있는 신문이 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민주주의 구현, 진실보도 실천, 지역개발 선도’라는 사시(社是) 또한 ‘진실하고 정의로운 시대의 문을 열겠다’는 우리 모두의 다짐이었습니다.

민주주의와 진실보도, 지역개발이라는 대명제를 실천하기 위한 길도 묵묵히 걸어왔습니다. 크고 작은 사건 사고 현장에서 지역민과 슬픔과 기쁨을 나누며 함께 울고 웃었던 기억도 생생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수 많은 문제와 갈등의 소용돌이에 뛰어들어 ‘진실’이라는 언론의 사명도 지켜왔습니다. 언론의 공 기능을 강화시키는 ‘공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 언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도 받았습니다. 전남일보의 지난 35년이 단순한 전남일보의 역사에 머물지 않고, 80년대 이후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고 눈부시게 성장해 온 광주와 전남, 광주시민과 전남도민의 땀과 눈물, 아픔과 희망이 고스란히 담긴 지역의 역사이면서 백서라고 감히 자부합니다.

그렇다고 여기에 안주할 수는 없습니다. 급변하는 언론 환경은 신문을 절체절명의 위기로 내몰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도 35년 전, 전남일보가 창간되던 때와 마찬가지로 민주주의가 퇴행하고 국론이 분열된 ‘극심한 혼돈’ 속으로 빠져 들고 있습니다. 정치에서 대화와 타협은 사라졌고, 세대간, 지역간, 이념이나 갈등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빈부격차에 따른 경제적 불평등도 이미 오래 전 임계점에 도달한 모습입니다.

전남일보는 이런 상황에 맞서 35년 전 창간 당시의 초심을 잃지 않으면서 날선 비판정신과 선한 영향력으로 지역사회를 선도해 갈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합니다. 뉴스와 정보에서도 한발짝 더 들어간 심층 취재로 생명력 있는 뉴스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고 했습니다. 지역의 뉴스가 세계적인 뉴스가 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이면서 지향점입니다. 더 많은 읽을거리와 정보, 지식을 담은 신문, 독자의 눈높이에 맞춘 신문도 우리의 목표입니다. 시대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지역과 지역민의 삶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민하겠습니다. 세계화에 맞춰 지역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에 다가올 더 큰 세상도 준비해 가겠습니다. 기후위기와 인류의 평화, 기아 종식, 생태계 보존, 불평등 해소 등 인류를 위한 더 큰 가치를 실현하는데 힘을 쏟겠습니다. 전남일보는 올해 1월 1일자 신년호에서 대한민국이 ‘다양성, 포용성, 투명성, 혁신성’이라는 4가지 핵심 주제를 장착한 민주주의 3.0의 운영체제를 도입해야 할 것을 선언한 바 있습니다. 창립 35주년을 맞아 이 4가지 주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에 대한 솔루션도 제시하겠습니다.

지구촌이 손바닥 안에서 모바일로 소통하고, 4차 산업혁명시대 인공지능이 현실로 다가오는 데 맞춰 디지털 세상도 한 발 앞서 준비하겠습니다. 미래학자들의 전망이 아니더라도 종이신문은 멀지 않아 생명이 다하고 언론 생태계는 뉴 미디어 시대로 바뀔 것입니다. 이런 시대의 변화에 적극 대응해 인터넷 홈 페이지와 모바일 사이트,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 등 플랫폼을 다양화시켜 뉴 미디어 시대를 선도해 가겠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이런 도전은 전남일보의 힘과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무엇보다 독자 여러분들과 각 분야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전남일보는 35년 전 오늘, 제1호 창간사에서 ‘이 땅에 진실의 시대를 활짝 열어, 지역 주민들의 귀와 눈과 입이 되고자 한다’고 했습니다. 지난 35년의 여정을 거울삼아 미래 100년을 준비하는 지금, 이 정신 만큼은 꼭 되살려 가겠다는 것을 독자 여러분께 굳게 약속 드립니다. 민주주의의 원칙이 퇴행하지 않도록 권력을 감시하고 대안도 제시해 가겠습니다. 지역민의 귀와 눈과 입이 되어서 지역민의 아픈 부분을 다독이고 슬픔과 기쁨도 함께 나누겠습니다.

35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애정 어린 질책과 관심을 잃지 않으신 독자 여러분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