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생존자들 "'야, 밀어' 하는 순간 도미노처럼 쓰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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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이태원 참사> 생존자들 "'야, 밀어' 하는 순간 도미노처럼 쓰러져"
10만여명 몰린 이태원 통제 없어||"경사진 골목길서 순식간 떠밀려"||병원·체육관 등 가족 절규 가득
  • 입력 : 2022. 10.30(일) 17:44
  • 노병하 기자
10월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30일 새벽 사고현장. 30일 오전 2시40분 기준 이태원 핼러윈 압사 사고와 관련해 120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상자는 100명으로 사망자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뒤에서 '야 밀어'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사람들이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 현장에 있던 목격자 및 생존자들의 증언이 공개되면서 사고 발생원인이 추정되고 있다.

30일 구독자 60만명의 유튜브 채널 '여정을 떠난 여정'을 운영하는 유튜버 선여정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전날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겪은 상황을 밝혔다.

선씨는 "우측 통행이 이뤄지며 (앞뒤 무리들이) 순환이 될 때도 한 걸음을 떼기가 쉽지 않았다"며 "내가 가고 싶어서 가는 게 아니라 밀려서 떠내려가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이어 "당시 뒤에서는 '야 밀어 우리가 더 힘세! 내가 이겨'라고 했는데 어느 순간 순환이 엉키면서 갑자기 (앞뒤 무리가) 서로서로 힘을 가하며 밀었다"고 증언했다. 또 "엄청 강한 힘이 가해졌고 앞뒤, 양쪽에서 압박이 오며 눈앞이 하얘졌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선씨는 이어 "같이 간 친구가 저를 잡아줬다"며 "(나중에) 사람들 틈 사이로 나와 보니 처참한 광경이 펼쳐졌다. 제가 목격했을 땐 이미 많은 사람이 땅에 기절해 있는 상태였는데 처음엔 어떤 일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메인 거리를 지나는 지점까지 아수라장이었기 때문에 상황 파악이 전혀 안 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생존자들의 증언도 엇비슷했다.

목격자들은 대 여섯명의 남성들이 앞에 있는 한 두명을 밀면서 쓰러지는 사람들이 속출했으며 도미노처럼 많은 사람들이 위에 겹치며 사상자가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20대의 한 생존자는 골목길을 피해서 가까스로 문이 열린 한 술집에 들어가서 죽음을 면했다.

친구와 함께 길가 담벽에 붙어서 필사적으로 쓰러지지 않고 버틴 생존자 2명도 "생사가 갈리는 끔찍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서 겨우 탈출한 생존자는 트위터를 통해 "가파른 클럽 골목에서 위에서 사람들이 미니까 도미노 마냥 소리 지르면서 쓰러졌다"면서 "밑에 (사람들이) 쓰러진 걸 모르는지 계속 밀어서 정말 죽는구나 싶었다"고 적었다.

20대 여성 박모 씨는 "나처럼 키 작은 사람들은 숨을 못 쉴 정도로 사람 사이에 껴 있다가 사고가 발생했다"며 "그나마 (우리는) 골목에서 옆쪽에 있어서 살았는데 가운데 있었던 사람이 많이 (피해를) 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고 이후의 처참한 광경에 시민들은 충격에 빠지기도 했다.

이날 이태원을 방문한 최모 씨는 "50여 명이 넘는 사람이 누워있었는데 처참해서 볼 수가 없었다"며 "주변에서 가위를 구해와서 여성 환자들의 꽉 끼는 팬티스타킹 같은 것을 잘라줬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망자에 대한 지문채취를 모두 완료했고, 지문등록이 돼 있지 않은 미성년자 등의 경우 유전자(DNA) 대조 방식으로 신원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은 신원이 확인되는 대로 관할경찰서를 통해 유족들에게 통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추가 사망자 신원확인과 함께 목격자 조사, 현장 폐쇄회로(CC)TV 분석 등 사고원인 규명에 나설 방침이다.

앞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이태원 사고 관련 긴급 브리핑'에서 "사망자는 150명을 상회하는 수준이며 그 중 90% 이상은 신원 확인이 돼 있는 상태"라면서 "10여 명 정도가 신원 확인이 안 됐다. 17세 미만인 자의 경우 주민등록이 아직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유족을 통해 일일이 신원 확인을 해야 되는 상황이다. 외국인도 그런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노병하 기자 bhn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