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미선(56·마을활동가) (411/1000)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광주사람들
배미선(56·마을활동가) (411/1000)
  • 입력 : 2022. 03.10(목) 09:25
  • 김은지 기자

배미선(56·마을활동가)

"안녕하세요, 저는 광주 토박이이자 마을 활동가 배미선입니다.

저에게 광주란 어린 시절 사직공원 올라가며 아빠가 사주신 솜사탕의 달콤함, 광주천 냇물에서 친구들과 물놀이 했던 아련한 추억이 있는 곳입니다.

1980년 5월 어느 날 아카시아 향기가 날리던 교정에 총을 들고 있던 군인과 마주치고 며칠 후 태극기로 덮인 관을 실은 손수레를 마주했던 아픈 기억도 있습니다. 대학생활 4년 내내 5월이면 '투사의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최루탄 가스에 눈물 흘리고, 캠퍼스 잔디밭에서 통기타 반주에 파전, 깍두기에 막걸리를 마시던 낭만도 있는 곳이 제가 기억하고 살아온 광주입니다.

대학 졸업 후 직장 때문에 몇 년을 서울에서 지낸 적이 있는데 저는 너무 혼잡하고 커다란 도시가 낯설고 싫었습니다, 그래서 시간만 되면 광주에 내려왔고 결혼 후에도 서울 살이 기회가 있었지만 가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광주도 교통도 혼잡하고 환경오염도 심각하지만 저는 적당히 복잡하고, 적당히 발전한 광주가 여전히 좋고 편합니다.

광주사람들은 욱하며 강한 듯 보이지만 의를 위해서는 한데 잘 뭉치고, 속마음은 여린 분이 더 많은 지역인 것 같습니다. 1980년 518광주항쟁기간 동안 무법상태, 치안이 불안전했지만 범죄사건 하나 없었던 걸 전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까까이 있는 국립공원 무등산도 좋고, 국밥 하나만 시켜도 5첩 반상이 나오는 맛있는 음식점도 좋고, 언제든 만날 수 있는 50년 지기, 40년 지기 친구들이 있는 광주가 저는 좋습니다.

요즘에는 '기후환경위기대응', '탄소중립' 등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2020년 여름 폭우로 저희 마을 여러 곳이 침수가 되었습니다. 여름철 장마는 항상 있었지만 , 그때처럼 비가 한꺼번에 내리는 것은 우리나라도 이제 기후환경이 심각해진 결과로 봅니다.

그래서 2021년 마을에서 '환경문제'를 화두로 내세워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았습니다. 심각한 지구 환경 자료 , 올바른 쓰레기분리 배출 방법, 재활용품 리사이클링 등의 자료를 찾아서 주민들과 공유하고, 쓰레기 제로웨이스샵 등을 다니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마을에서의 활동과 경험을 바탕으로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습니다. 이제 마을 활동을 시작하는 코디네이터나 마을 활동가들에게 멘토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지금 마을에서 활동 하는 분들은 어디서 교육을 받고 양성된 사람들이 아니라 마을이 좋아 마을일을 이것저것 하다가 더 많은 일, 전문적인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마을코디네이터 업무를 위해서는 누구보다 마을 구석구석을 잘 알고 문제점을 파악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마을을 돌아다닐 때마다 하나하나를 허투루 보지 않았습니다. 인도에 물고임, 횡단보도 위치라든지 잘못 설치된 반사경 등 사소한 문제에서 주민들의 커뮤니티공간 조성, 아이들의 통학길 문제까지 유심히 살펴보곤 합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협치마을 코디네이터 활동을 못합니다. 동일한 단체와 14개월 이상 근무를 하면 재계약이 안되는 조항 때문이랍니다. 협치마을 사업은 3년차 사업인데 올해는 새로운 코디를 모집해야합니다.

더이상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된 것은 아쉽지만, 저를 이어 활동하게 되는 후배들을 도와 여전히 마을에서 놀고 있을 겁니다. 그동안 직업 아닌 직업으로 바빠서 소홀했던 마을 언니들이랑 동생들과의 만남의 시간도 갖고 운동도 좀 할 생각입니다."

배미선(56·마을활동가)

배미선(56·마을활동가)

배미선(56·마을활동가)

배미선(56·마을활동가)

배미선(56·마을활동가)

김은지 기자 eunzy@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