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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사람들
노임규(65·정신과 의사) (317/1000)
  • 입력 : 2021. 05.25(화) 16:10
  • 김해나 기자

노임규(65·정신과 의사)

"정신과 의사 노임규입니다. 서구 염주동 서광주우체국 앞에서 병원을 운영 중입니다.

의사하면 내과 의사, 외과 의사와 같이 신체를 다루는 분야를 우선 떠올리게 되지요. 제가 살아온 시대가 민주화운동 때였고, 5·18이라는 큰 항쟁을 겪고 나니 '광주 사람들은 마음의 상처가 많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레 마음을 치유하는 의사가 되자는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5·18은 저에게 참 슬픈 단어입니다. 저는 1980년 5월18일 금남로에 있었고, 군인들의 살벌함을 직접 체험했습니다. 무서움에 집으로 도망가 현장을 직접 보지 못했지만, 칼, 곤봉, 군홧발로 행해진 여러 가지 살인적인 만행, 연행이 있었습니다. 그때 연행된 무수한 사람들을 두고 왔다는 부채 의식을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5·18 진상규명이 된다면 그때 어떤 만행들이 있었는지 알고 싶은데, 그걸 증언해줄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저처럼 그 자리를 피했거나, (현장에) 있었어도 부분적으로밖에 모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증언해줄 사람이 아마 없을 것 같습니다.

퍼즐의 조각이 맞춰져서 큰 그림이 완성되듯이 5·18도 부분, 부분을 증언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인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퍼즐이 맞춰질 때 얼마나 끔찍한 만행이 있었는지, 얼마나 잔인하고 비인간적인 연행이 있었는지 소상히 밝혀질 것입니다. 그래야 5·18을 왜곡하는 이들이 없을 것입니다.

광주를 한마디로 설명할 수는 없겠지요. 광주는 많은 기능이 있지만, 다른 도시에 없는 게 하나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인간이 인간임을 방해받을 때, 침해받을 때 어느 도시보다 더 강하게 항거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진 도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신과 전문의로서 현대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과거에 내가 이랬다, 현재 내가 어떤 감투가 있다' 등의 굴레 속에서 사는 것 같아요. 과거보다는 현재, 현재보다는 미래를 생각하며 자기가 쓸 수 있는 여러 역량을 동원해 살아가면 그게 행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살 때 정신과 관련한 병도 더 안 걸리는 것 같습니다."

노임규(65·정신과 의사)

김해나 기자 min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