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7일 광양 전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린 ‘동백, 시간의 얼굴’ 전시 기자간담회에서 강종열 작가가 대형 회화작 ‘여순사건’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박찬 기자 |
![]() 지난 27일 광양 전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린 ‘동백, 시간의 얼굴’ 전시 기자간담회에서 강종열 작가가 ‘동티모르 연작’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박찬 기자 |
전남도립미술관은 강종열 초대전 ‘동백, 시간의 얼굴’을 오는 5월25일까지 본관 1~4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회화작 100여점을 네 개의 주제로 나눠 각각의 공간에 배치해 선보인다.
1전시실에서는 ‘상흔의 기억, 동티모르’를 주제로 작가가 지난 2004~2005년 작업한 동티모르 연작을 만날 수 있다. 강 화백은 2004년 6월, 순천을 방문한 사나나 구스마오 동티모르 대통령을 만나면서 아시아 최빈국이자 인권 사각지대로 불리는 동티모르에 관심을 갖게 된다.
“동티모르로 와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주세요”라는 대통령의 제안에 동티모르를 방문한 작가는 눈에 보이는 아픔과 상흔에 주목한다. 당시 그가 작업한 작품들은 산타크루즈 대학살과 독립 이후의 혼란을 겪은 동티모르 주민들의 삶을 처절하게 그려냄과 동시에 전쟁과 빈곤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인간의 생명력을 보여준다.
2부 ‘생명력, 희망, 그리고 동백’은 2전시실에 자리한다. 작가가 2007년부터 최근까지 작업한 여수 연작을 선보이며 동백숲과 바다 등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오랜 시간 그가 집중했던 대표적 소재 ‘동백꽃’ 연작을 통해 생명과 회복의 메시지를 전한다.
강 화백이 그려낸 회화 작품들은 단순한 사실적 묘사에 머물지 않고, 형태와 색채, 강렬한 붓질로 화면을 가득 채운다. 이러한 그의 화풍은 시각적 요소를 넘어 촉각적 감각까지 일깨운다.
![]() 강종열 작 ‘동백나무’. 전남도립미술관 제공 |
![]() 강종열 작 ‘어느 경찰서장의 죽음’. 전남도립미술관 제공 |
![]() 강종열 작 ‘조씨의 하루’. 전남도립미술관 제공 |
3부 ‘멈춰진 시간’은 여순사건을 다룬 대형 회화와 목탄화 연작을 통해 지역의 아픈 역사를 상기한다. 강 화백이 지난 2020년부터 시작한 여순사건 연작을 선보이는 자리로 예술가로서의 소명을 바탕으로 이 사건을 화폭에 담아냈다.
이를 통해 단순히 과거를 기록하는 것을 넘어, ‘역사를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관객들은 이 공간에서 과거의 비극을 되새기고 나아가 치유의 가능성을 찾아 나선다. 역사의 진실을 마주했을 때 미래를 어떻게 고민해야 하는지 희망의 공간으로도 자리하길 바란다는 게 작가의 소망이다.
4전시실은 전시의 4부 ‘시간의 얼굴은’ 작품들과 관련 아카이브 자료, 인터뷰 영상 등으로 꾸며졌다. 강 화백이 1984년부터 현재까지도 이어가고 있는 ‘조씨 영감’ 연작을 이곳에서 선보인다. 특히 그간 선별적으로 선보이던 해당 연작의 작품 10점을 한 곳에서 모두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씨 영감’ 시리즈는 작업실 뒤편에 살던 한 어부의 삶을 담은 연작이다. 바닷바람 속 생계를 이어온 조씨의 이야기를 작가 특유의 표현주의적 화법으로 그려낸 작품들로, 한 인물의 삶을 통해 시간의 흐름과 인간의 존재를 성찰한다.
특히 노동의 흔적으로 가득한 그의 신체와 얼굴,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깊은 생각에 잠긴 표정, 막걸리에 취해 화가 난 모습 등 삶을 견디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이야기를 조씨라는 한 인물로 표현했다. 작가는 묵묵한 노동, 가족과의 갈등 속에서도 이어지는 삶의 끈질긴 힘을 이 연작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다. 관객들은 작품을 보고 삶을 조우하고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전망이다.
강 화백은 그간 국내외에서 108회의 개인전과 670여회의 단체전에 참여한 바 있다. 이번 전시는 그가 지난 50년간 끈질기게 그려온 자연과 서민을 주제로 한 연작, 지역과 타국에서 일어난 비극을 조명하는 연작 등을 총체적으로 선보이는 특별한 자리다.
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장은 “그의 회화 세계는 단순히 미적 대상이 아닌, 고난 속에서도 강렬한 생명력을 발산하는 존재들에 대한 깊은 애정에서 비롯된다”며 “강 화백의 연작을 통해 아름다우면서도 그 내면이 품고 있는 존재의 본질을 찾아가는 여정을 함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와 연계한 행사들도 마련된다. 다음달 3일 오후 3시부터 개막식이 열리며 다음달 19일 오후 2시에는 ‘강종열 작가와의 대화’가 진행될 예정이다. 자세한 사항은 전남도립미술관 누리집(artmuseum.jeonnam.go.kr) 및 SNS(인스타그램, 페이스북)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