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기록을 색채로 수집하다…'색채연구 : 개념적 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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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삶의 기록을 색채로 수집하다…'색채연구 : 개념적 질감'
내달 6일까지 정정하 작가 초대 개인전
서울 마포구 연남동 화인페이퍼 갤러리
  • 입력 : 2025. 03.23(일) 17:21
  •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
정정하 개인전 ‘색채 연구 : 개념적 질감 Color Study: Conceptual Texture’ 포스터.
페인트 색을 고르는 타인의 꿈과 욕망의 에너지를 빛으로 채집한 뒤 색으로 고정한다. 이렇게 구현한 일종의 삶의 기록물 같은 작품들이 서울의 전시장을 수놓는다.

광주·전남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정정하 작가의 전시가 서울에서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화인페이퍼 갤러리는 정정하 개인전 ‘색채 연구 : 개념적 질감 Color Study: Conceptual Texture’를 다음달 6일까지 개최한다.

정 작가는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페인트 가게의 조색사로 일하며 본격적인 색채의 세계에 들어섰다. 생업과 작업을 병행한 그는 직업적으로 만나게 된 수많은 사람들의 에너지를 관찰해 기록했다고 전한다.

페인트 가게에 저마다의 희망과 부푼 기대를 안고 와서 아름다운 컬러를 골라 가는 방문자들에게서 받은 긍정적 에너지를 통해 새로운 작업을 구상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작가의 ‘라이트 픽셀’ 시리즈는 사람들의 긍정적 삶의 에너지와 시각적 아름다움에 대한 기록이자 개념 미술이다.

정 작가의 또 다른 시리즈인 ‘흡수와 반사’는 이렇게 담긴 사람들의 컬러를 추상의 형태로 드러내는 작업이다. 반짝이는 실린더 안에 담겼던 컬러와 개념이 캔버스 위에 선명한 빛깔로 기록된다. 또한 작품 위에 새겨진 넘버는 개개인이 고른 컬러의 식별 번호로 가게를 찾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인생과 삶의 의지를 개념화해 기념하는 상징으로 작용한다.

정 작가는 “언젠가는 지구상 모든 인간의 에너지를 채집해 색채의 빛으로 담아보고 싶다. 예술은 어둠 속에서도 늘 빛을 찾아가는 인간다움을 전하는 일이라고 믿는다”며 “그 어느 때보다도 인간의 아름다움과 세상을 지켜나가는 묵묵한 발걸음들이 존중받아야 할 지금, 이번 전시가 세상에 건네는 위로와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정 작가는 조선대학교 회화과와 석사과정을 거쳤다. 그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물감의 색이 아닌 건축용 페인트와 에폭시 레진을 작업에 사용한다. 레진의 두께를 달리하며 다양한 빛의 투과와 반사를 유도해 영롱하고 화려한 색채의 향연을 연출한 평면 추상회화를 제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간 ‘우리가 곁에 빛을 두는 이유에 대하여’(미술중심공간 보물섬, 2024), ‘빛을 모으는 또다른 방법’(예술공간 집, 2021), ‘이야기를 가진 빛의 색깔’(무안 오승우 미술관, 2021), ‘바람의 나라’(예술공간 이아, 제주), ‘빛을 모으는 또다른 방법’(금호갤러리, 광주) 등의 개인전을 열었고, 주요 단체전으로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족자카르타 인도네시아, 2023), ‘The Prologue to Great Transforation’(2021 광주미디어아트페스티벌) 등에 참여했다.
박찬 기자 chan.park@jnilbo.com